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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8월27일 통계청. 황수경 통계청장이 눈물의 이임식을 가졌다. “통계가 정치적 도구가 되지 않도록 심혈을 기울였다”면서 눈물을 흘렸다. 정무직 고위 공무원의 퇴임식장에서 좀처럼 볼 수 없는 장면이었다. 그는 “제가 (청와대 등의) 말을 잘 들었던 편은 아니었다”고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은 하루 전 황 청장을 전격 경질하고 후임에 강신욱 보건사회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을 발탁했다. 후임자는 통계청의 비공개 자료를 넘겨받아 정권의 입맛에 맞는 통계 보고서를 창작했다고 알려진 인물이었다. 신임 청장은 경제장관회의에서 “장관님들의 정
명경대
남궁창성
2023.0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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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장사익이 노래한 ‘꽃구경’을 들어보라는 권유를 받았다. 노래 제목도 꽃구경이라 어느 때보다도 매서운 추위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그저 봄을 기다리는 마음으로 이 노래를 들었다. 그런데 봄꽃이 활짝 핀 따뜻한 어느 날을 기대했던 것과는 달리 노래는 깊은 슬픔으로 다가왔다. 이 노래를 듣는 내내 훌쩍거리며 눈물을 닦아내야 했다. 꽃구경은 2009년 장사익이 김형영 시인의 ‘따뜻한 봄날’이란 시에 곡을 붙여 부르면서 세상에 나왔다. “어머니, 꽃구경 가요/제 등에 업히어 꽃구경 가요/세상이 온통 꽃 핀 봄날/어머니는 좋아라고/아들
명경대
천남수
2023.0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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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때도 울지 않았고, 갈 때도 울지 않습니다.” 며칠 전, 2년 남짓 강릉에 근무하다가 서울로 발령받아 떠나는 기관장 한분이 송별 모임에서 이런 말을 했다. 강릉을 떠나는데 왜 하필 눈물 얘기를 꺼낸 것일까. 의미심장한 고별사의 연원은 ‘대관령 원울이재’에 있다. 원울이재는 대관령 옛길 계곡이 시작되는 곳에 자리한 야트막한 고개 이름이다. 한자 표기로는 ‘원읍현(員泣峴)’, 즉 고을 원님이 울고 넘은 고개이다. 고개 언덕에 이곳의 작명 스토리를 알리는 표지석이 서 있다. “옛날 강릉에 부임하는 부사들은 한양에서 600여리 떨어진
명경대
최동열
2023.0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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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높은 등급의 훈장을 타려는 다툼은 있어도 거부한 사례는 잦지 않아 화제가 되곤 한다. 유신헌법 철폐를 요구한 민주인사이자 인권운동가인 고 이이효재 전 이화여대 교수는 20여 년 전 군사반란 정권에 기여한 이들과 함께 국민훈장 수여 대상자에 오르자 원칙을 잃은 선정이라며 거부한 것으로 유명하다. 2020년 별세했을 때 정부가 국민훈장 모란장을 추서해 비로소 영정 앞에 놓일 수 있었다.2월 퇴임을 앞둔 교육계 공무원 중 일부가 정부포상인 훈포장을 거부한 것으로 알려져 눈길을 끌고 있다. 퇴직 교원에게는 청·황·홍·녹·옥조근정훈장부터
명경대
박미현
2023.0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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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기에 이른 딸을 둔 정 씨가 어느 날 꿈을 꾼다. 대관령 국사 성황신이 나타나 이 집에 장가를 들겠다고 청했다. 정색을 한 정씨는 “사람이 아닌 신에게 딸을 줄 수는 없다”고 말하고 돌려보냈다. 며칠 뒤 호랑이 한 마리가 다가와 마루에 앉아 있던 정 씨의 딸을 업고 달아났다. 성황신이 호랑이를 시켜 처녀를 데려와 처로 삼은 것이다. 뒤늦게 사실을 안 가족들이 신을 찾아갔으나 딸은 이미 숨져 몸만 비석처럼 서 있었다. 화가를 불러 딸의 화상을 그려 세웠더니 처녀의 몸은 비로소 떨어져 나갔다고 한다. 이후 사람들은 죽은 정 씨의 딸을
명경대
이수영
2023.0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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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5월 미 국무부가 후원하는 한·미 언론인 교류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한반도 군사적 긴장과 한미동맹’을 주제로 보름 동안 진행된 프로그램에는 한·미 양측에서 기자 7명씩이 참가했다. 워싱턴 국무부와 펜타곤, 하와이 태평양사령부를 찾아 정책 입안자들과 대화하는 시간이 있었다.12년이 지났지만 기억에 남는 인물이 국무부에서 만났던 로버트 킹 북한인권특사다. 그는 2009년 버락 오바마 정부에서 임명돼 특사직을 3년째 수행하고 있었다. 한국 기자들과 대좌한 그는 북한의 만성적인 기아와 정치범 수용소 등 북한 인권에 대해 심각한
명경대
남궁창성
2023.0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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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대체 공휴일 덕분에 어제(24일)까지 나흘간의 연휴를 보냈다. 대체 공휴일은 명절이나 국경일, 어린이날 등 법정 공휴일이 토요일이나 일요일과 겹칠 경우 쉬도록 하는 날이다. 이 제도는 1959년 공휴일 중복제라는 이름으로 잠깐 도입했던 적이 있었다. 하지만 이듬해인 1960년 바로 폐지됐다. 그러다가 2013년 관공서의 공휴일에 관한 규정을 개정함에 따라 2014년부터 설과 추석 연휴, 어린이날에 대해 대체 공휴일을 지정해 쉬었다. 이 규정에 따라 처음에는 관공서와 금융권에만 적용해 시행됐다. 경제적 이유로 반기지 않았던 민간
명경대
천남수
2023.0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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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천천 산천어축제장 에티오피아 홍보관에서는 이국적인 풍경이 연출되고 있다. 현지 청년들이 고국에서 가져온 원두에서 추출한 전통 방식의 커피를 판매한다. 아프리카 민속 의상을 입은 이들의 모습은 축제 참가자들의 눈길을 사로잡기에 충분하다. 유창한 한국어까지 구사해 의사소통에도 불편함이 없다. 축제장에서 만드는 커피는 ‘피스(평화)커피’라고 불린다. 얼음판에서 산천어와 싸우느라 얼어붙은 몸을 녹이기엔 안성맞춤이다. 홍보관을 방문하면 한국 전쟁 당시 에티오피아 군대의 활약상도 읽을 수 있다. 매장에서 봉사하는 젊은이들은 한국전쟁 참전 용
명경대
이수영
2023.0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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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고이케 유리코 도쿄도 지사는 지난 4일 영유아·어린이·18세 이하 청소년에게 매월 5000엔을 지급하겠다고 했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고이케 지사는 지난해 일본의 연간 출생아가 통계 작성 후 처음으로 80만명 미만으로 감소할 것이라고 추정했다. 그러면서 ‘사회의 존립 기반을 흔드는 충격적 사태’라고 했다. 도쿄도의 인구는 도심 23개구와 주변 도시를 합해 1400만명 규모다. 일본 정부는 지난달 28일 도쿄도에서 지방으로 이주하는 가정에 주는 지원금을 4월부터 1인당 30만엔에서 100만엔으로 올리겠다고 했다. 인구 집중 문제를
명경대
남궁창성
2023.0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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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88㎞. 러시아 연해주 블라디보스토크역에서 모스크바 야로슬라브스키역에 이르는 시베리아횡단철도(TSR)의 거리다. 블라디보스토크를 출발한 기차는 시베리아를 횡단해 베를린과 런던 등 유럽까지 갈 수 있다. 블라디보스토크는 부동항으로 러시아의 전략적 요충지다. 이곳은 우리나라에서 비행기로 두시간이면 갈 수 있는 가장 가까운 유럽이기도 하다. 그동안 러시아 정부는 블라디보스토크를 특별 경제구역으로 지정하고 집중적인 투자를 해왔다. 특히 2012년 이곳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엄청난 변화를 맞았다. 2
명경대
천남수
2023.0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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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설 명절이 되면 전국적으로 주목을 받는 마을이 강릉에 있다. ‘도배마을’로 유명한 성산면 위촌리이다. 강릉에서 흔히 ‘우추리’라고도 불리는 이 마을에서는 설 명절에 진풍경이 펼쳐진다. 정월 초이튿날 아침에 주민들이 한자리에 모여 마을의 큰 어른인 촌장에게 합동으로 세배를 올리는 ‘도배례(都拜禮)’가 열리는 것이다. 마을의 최고 연장자인 촌장님은 가마를 타고 행차하시고, 연세 지긋한 어른들은 한복 두루마기에 갓까지 쓰고 의관을 정제했으니 도배 모습을 지켜보노라면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조선시대 여느 마을로 시간여행을 나선 듯한 착
명경대
최동열
2023.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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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에서 한달에 한번씩 꼬박꼬박 등장하는 수치를 꼽으라면 대통령 지지율과 물가가 빠질 수 없다. 윤석열 대통령 지지율은 30%대의 수렁에서 제대로 탈출하지 못하고 있다. 지지하든 지지하지 않든 국민 대다수의 이해를 받지 못하는 국정 상황을 계속 지켜봐야 하는 양측 모두 심사가 편하지 않다. 급등하는 물가는 숫자 자체만으로도 괴로움을 끼친다. 강원도 생활물가지수는 111.99이다. 이 수치는 강원도 생활물가가 17개 시·도 중 최악임을 가리킨다. 생활물가지수는 전·월세를 포함해 자주 구입하는 품목과 기본생필품 141개를 대상으로 매월
명경대
박미현
2023.0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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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처럼 재미있는 축구를 하면 호기심에 관중분들이 오신다. 재미있는 즐길 거리, 가족과 함께할 문화, 도민이 좋아할 무언가도 찾겠다.” 강원FC의 제9대 대표이사로 선임된 김병지 대표이사는 최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도민들의 사랑을 받기 위한 스타플레이어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김 대표는 최용수 감독에 대한 신임도 드러냈다. “최 감독은 우승을 해본 경험이 있고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도 진출해봐서 믿고 있다”고 했다.2002년 월드컵 4강의 주역인 김병지 대표와 최용수 감독은 강원 FC에서 한솥밥을 먹으며 오랜 인연을 이어가고 있다
명경대
이수영
2023.0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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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한 유력 정치인이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대법원에서 유죄 확정판결을 받았다. 그는 2011년 또 다른 불법 정치자금을 수수한 혐의로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돼 공직을 잃고 피선거권도 박탈된 상태였다.그는 재판과정에서 일관되게 혐의를 부인했다. “돈을 주었다는 사람이 진술을 계속 번복한다. 종업원이 드나드는 음식점에서 돈을 줬다는 것은 누가 봐도 의심스럽다. 무더운 날씨에 5만원권 현금다발을 몸에 지니고 왔다는 점도 석연치 않다” 등등. 그러나 재판부는 그의 주장을 일축했다.권력자나 공인이 금품수수나 성범죄 등이 드러날
명경대
남궁창성
2023.0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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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오사카 날씨는 우리나라의 제주도와 비슷하다. 지난 연말 이후 강추위가 몰아치다가 주춤하고 있지만, 강원도 날씨에 비하면 그야말로 봄날인 셈이다. 봄날 같은 오사카에 한국 청년들이 많이 찾고 있다는 소식이다. 겨울방학이 시작되면서 그 규모는 더 커지고 있다고 한다. 항공기도 연일 만석이다. 지난 주말 저가 항공을 이용해 오사카를 찾았던 필자도 직접 수많은 청년들을 만날 수 있었다. 한국 청년들은 왜 오사카를 많이 찾을까.일단 여행경비가 적게 든다는 것이 매력이다. 오사카는 비행기로 두 시간 이내에 도착할 수 있는 가까운 거리에
명경대
천남수
2023.0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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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하얀 제복에 캡틴 모자를 쓰고 굵은 파이프 담배를 입에 문 사내가 있다. 야생미 넘치는 짙은 팔자수염이 유난히 멋스럽다. 바다의 사나이 ‘마도로스’다. 외항선 선원을 일컫는 말로 주로 사용되는데, 원래는 네덜란드어 ‘마트로스(Matroos)’에서 나온 일본식 표기가 우리나라에서도 굳어졌다.마도로스는 1960∼70년대 최고 인기 직업이었다. 한국전쟁 후 지구상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의 답답한 현실을 타개하려는 젊은이들의 꿈에다 일반 셀러리맨들과는 비교할 수 없는 고수입 매력이 더해지면서 마도로스는 동경의 직업으로 급부상했다. 지금으로
명경대
최동열
2023.0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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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한국전쟁 정전협정 70주년이 되는 해이다. 교전이 치열했던 양구군에서 지뢰 섞인 자갈밭을 개간, 경작해온 강원도 사람들의 한을 푸는 소식이 신년 초 강원도민일보에 실렸다. 양구군 해안면 국유지 개간비 산정 연구 최종보고가 1월 4일 양구군청에서 열렸다는 뉴스이다. 전쟁 상흔이 가득한 국유지 농지 개간비는 3.3㎡에 평균 4만1704원으로 산정됐다. 개간 난이도에 따라 5등급으로 나누고 일괄적으로 지뢰탐지제거비 1만9800원을 합친 금액이다. 사전에 전문가 의견을 수용키로 합의한 데 따라 앞으로 해당 농지의 감정평가가 나오면
명경대
박미현
2023.0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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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9년 뜻밖의 소식이 전해졌다. 우리나라 대장간에서 만든 호미가 미국 온라인 쇼핑사이트인 아마존에서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는 뉴스였다. 국내 가격보다 4~5배 비싼 1만6000원에서 2만 8000원 정도의 가격에도 2000개 이상 팔리며 원예부문 톱 10을 차지했다. 작은 손 삽만 쓰던 외국인들에게 호미는 혁명적인 도구라는 평을 받았다. “30도 휘어진 날은 미국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다”거나 “호미를 쓰기 전에 정원을 어떻게 가꿨는지 의문”이라며 만족감을 표시하는 구매 후기가 줄을 이었다. 농업이 기계화하고 김을 매는 작업
명경대
이수영
2023.0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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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대통령 기자실에서 한 기자가 질문을 던졌다. “토끼가 왜 무서운지 아세요?” 모두 동료들의 얼굴을 쳐다보며 머리를 긁적였다. “깡과 총이 있어서 무서워요.” 일순간. “푸하하….” 웃음이 터졌다.수주대토(守株待兎)라는 말이 있다. 한비자(韓非子)의 오두편(五頭篇)에 나온다. 그루터기를 지켜 토끼를 기다린다는 뜻이다.중국 송(宋)나라에 한 농부가 있었다. 밭에 나무 그루터기가 있었는데 숲에서 토끼가 뛰어나오다 부딪쳐 목이 부러졌다. 횡재한 농부는 그 뒤 매일같이 그루터기 옆에 앉아 토끼를 기다렸다. 그러나 토끼는 두 번 다시 오
명경대
남궁창성
2023.0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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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한기 훈련’ 일반인에게는 낯설겠지만, 군 생활을 경험한 사람이라면 익숙할 것이다. 혹한기 훈련은 가장 추운 1월 중 주로 전방부대에서 실시한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북쪽에 위치해 있는 전방부대는 산악지대가 많아 그 추위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다. 눈도 많이 내린다. 한겨울 꽁꽁 얼어버린 눈밭에서 훈련받는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혹한기 훈련은 일단 추위를 뚫고 작전지역까지 먼 거리를 행군해야 한다. 때로는 눈보라를 맞으면서 험준한 산악지대를 걸어서 이동하기도 한다. 작전지역에 도착하면 산악지대에 참호를 파고, 가상 적을 상
명경대
천남수
2023.01.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