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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련은 무자비하게…’ 화천군 사내면 삼일리 27사단 이기자부대 유격장에는 한때 ‘무자비 석’이라는 비석이 있을 만큼, 악명 높은 훈련으로 유명했다. 전방 예비사단의 특성상 훈련 강도가 높을 수밖에 없지만, 사단은 거친 지형으로 훈련이 힘들 수밖에 없었다. 동고동락하던 병사들의 전우애가 유달리 강했던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전역자 중에서도 이기자부대 출신들의 긍지와 연대감은 남다르다.중부 전선을 책임지는 27사단은 전군에서 유일하게 행동 실천 형 명칭을 가진 부대다. 27사단에 대해 ‘한국전쟁 때 한 번도 못 이겨서’ 또는 ‘북한
명경대
이수영
2022.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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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한 기자가 출근하는 윤석열 대통령과 약식회견 중 “대통령님, 파이팅!!”을 외쳤다. 윤 대통령은 “고맙습니다”라고 화답한 뒤 질문에 응했고 동료기자들은 웃음으로 이 순간을 공유했다.그 뒤 한 외국 기자가 이 기자를 지목해 “치어리더처럼 윤 대통령 발밑에서 굽신거리는 모습이 민망하다”고 했다. 글쎄? 기자이기에 앞서 한 인간을 향해 단지 “대통령님, 파이팅!!”을 했다는 이유로 ‘치어리더’라는 표현을 동원해 ‘대통령 발밑에서 굽신거린다’는 주장은 인격 살인이다.점입가경. 인권 변호사를 자처했던 문재인 대통
명경대
남궁창성
2022.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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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이 벌어지면 부상자가 많이 발생한다. 대형 재난이 발생했을 때도 다친 사람이 속출한다. 이렇게 갑자기 많은 부상자가 발생했을 때 누구부터 조처해야 할까. 일반적으로 큰 사고나 대규모 재해 등으로 다수의 부상자가 발생했을 때 부상자 상태에 따라 치료 우선순위를 분류하는 기준이 있다. 이를 ‘중증도 분류(Triage)’라고 하는데, 일종의 골든타임을 지키기 위한 것으로 볼 수 있다.중증도 분류에 따르면 부상자는 상태에 따라 네 부류로 나누어진다. 부상자 분류는 대체로 1분 이내에 신속하게 결정되는데, 부상 정도에 네 가지 색깔의 마
명경대
천남수
2022.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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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의 둘레길인 ‘바우길’ 구간 중에 ‘어명을 받은 소나무길’이라는 별난 이름을 가진 코스가 있다. 대관령 아래 성산면 보광리에서 명주군왕릉까지 12.5㎞ 산길이다. 이 길이 특별한 이름을 가지게 된 것은 광화문 복원과 관계가 깊다. 지난 2007년 광화문 복원 때 기둥으로 쓸 소나무를 여기서 벌채했다. 길 중간에 있는 ‘어명정(御命亭)’은 그 사실을 알려주는 상징적 시설이다. 아름드리 금강소나무를 베어내면서 옛 예법에 따라 ‘어명을 받아 벌채한다’는 것을 알리는 고유제를 지내고, 베어낸 그루터기에 정자를 세워 벌채의 뜻을 기렸다.
명경대
최동열
2022.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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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자연을 보기만 할 뿐 포토존도 전체적으로 올드하고 뻔하고…. 밤에는 어두컴컴해서 볼 게 없고. 공기 좋은 거는 맞는데 이를 활용한 체험이나 등등 활동이 없음. 소나무 숲이 많아도 각자 산책이나 캠핑 말고는 없음.”서울 사람이 강원도 동해안 관광지를 놀러와 내놓은 관전평이 아니다. ‘여름엔 바닷가 들어가 노는 물놀이 외에는 없고, 겨울엔 이마저도 없어서 오히려 평창군으로 넘어가 대관령에서 놀아야 함. 젊은 사람들이 놀 문화시설이 너무 없음’이라는 지점에 이르면 아, 강릉에 사는구나 눈치채게 된다. 강릉시가 2년 전 시민 환경인
명경대
박미현
2022.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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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가끔 병사들을 생각하지/피로 물든 전쟁터에서 돌아오지 못한 병사들이/그 언젠가 모국 땅에 묻히지도 못하고/아마도 백학이 된 듯하여…’ 러시아의 민족시인 라술 감자토프가 쓴 시에 얀 프렌켈이 곡을 붙인 ‘백학’은 전쟁에서 죽어간 젊은 병사들을 기리는 노래다. 러시아의 2차 세계대전 전승 기념일 행사 때마다 빠지지 않는 레퍼토리로 자리 잡은 곡이기도 하다. 우리나라에선 공전의 히트를 한 드라마 ‘모래시계’의 주제곡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러시아인들이 즐겨 부르는 전쟁 음악이 ‘백학’이라면 우리나라에선 ‘비목’이 그 자리를 대신한다
명경대
이수영
2022.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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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라쿠엔(後樂園)은 오카야마현에 있는 일본 3대 정원 중 하나다. 1700년 오카야마 영주가 조성해 320년의 역사를 자랑한다. 후락(後樂)은 ‘다른 사람보다 나중에 즐긴다’는 의미다. 도쿄에도 고라쿠엔이 있다. 도쿄돔 옆에 있는 에도시대 전통 정원인 고이시카와 고라쿠엔(小石川後樂園)이다. 역시 ‘후락’의 정신을 담았다. 중국 시진핑(習近平)이 지난 2013년 3월 당교(黨校) 창립 80주년 기념대회에 참석했다. 단상에 오른 시 주석이 연설을 했다. “중국의 전통문화는 심오하다. 사상적 정수를 배우고 이해하는 것은 세계관과 가치관
명경대
남궁창성
2022.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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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가 어렸을 적에는 거북선을 천하무적이라고 믿었다. 배의 앞에는 용의 머리가 우뚝하고, 외벽과 지붕은 철갑을 두른 거북선의 위용은 언제나 자랑스러웠다. 특히 지붕에 송곳 같은 것을 꼽아 월선을 방지한 장치는 조선 전함의 높은 수준을 가늠케 하고 있다. 패배를 모르는 거북선의 존재는 국민들의 자긍심을 높이는 상징이기도 했다. 다만 ‘거북선’이란 담배가 등장하면서 거북선에 대한 기존의 이미지가 희석되는 아쉬움도 남겼다. 거북선의 정식 명칭은 귀선(龜船)이다. 임진왜란 당시 수전에서 맹활약한 거북 모양의 전투선으로 알려져 있다. 거북선
명경대
천남수
2022.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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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통을 중시하던 옛 선비들에게 가장 가혹한 계절은 한여름 혹서기였다. 삼복염천, 말 그대로 펄펄 끓는 더위를 이겨내는 방법으로 시원한 물에 몸을 담그는 것보다 좋은 일이 없겠지만, 점잖은 체면에 옷을 벗고 벌거숭이로 시원한 계곡물이나 바다에 뛰어들 수도 없는 일. 그저 우거진 나무 그늘을 찾거나 손부채 바람에 의지하는 정도로 만족해야 했다. 그래서 유행한 피서법이 ‘탁족(濯足)’이다.조선 중기 화가 이경윤(李慶胤·1545∼1611년)의 ‘고사탁족도(高士濯足圖)’에 그 정경이 잘 묘사돼 있다. 나이 지긋한 선비가 잎 무성한 나무가 그
명경대
최동열
2022.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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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기 초 윤석열 대통령 지지율이 20%대로 주저앉고 ‘대통령 퇴진’ 구호가 등장해 심상치않다. 대학생진보연합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성역없는 수사를 촉구하는 기습시위를 4월 대검찰청에서 벌인데 이어 7월 18일 성명을 발표했다. 7월 30일에는 대학생과 시민단체 등에서 ‘등록금 인상’과 ‘전쟁정책’ 중단을 외치며 서울 청계광장에서 대통령직 퇴장을 외쳤다. 가랑비에 옷 젖는 식으로 공개적인 구호 시작은 민심이 격랑으로 들어가는 신호가 될 수 있다. 지금 국내 상황은 물론 글로벌 정치사회경제는 방향성조차 없이 빠르게 움직이고 있어
명경대
박미현
2022.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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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매일을 위험과 마주해야 했던 동해안 어촌에서는 물고기 종류만큼이나 많은 금기가 있었다. 구운 생선을 뒤집지 않았고, 배에서는 휘파람을 불지도 않았다. 물고기를 뒤집으면 배가 뒤집힌다는 속설을 믿고 생활 속에서 체화시켰기 때문이다. 영물로 여겨졌던 호랑이와 뱀도 직접 이름을 지칭하지 않았다. 다만 ‘큰 짐승’, ‘긴 짐승’ 등으로 에둘러 불렀다는 것이 민속학자들의 설명이다. 뱃사람들의 안녕과 풍어를 위한 뿌리 깊은 풍속이어서, 미신으로 가볍게 여기기에도 조심스러운 면이 있었다.그중 가장 보편적인 금기사항은 여성의 조업이었다. 여
명경대
이수영
2022.0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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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5월 제13대 국회 전반기 의장을 지낸 김재순 전 국회의원이 별세했다. 당시 한 신문은 부고를 전하며 ‘토사구팽 남기고 은퇴한 김재순 전 국회의장’이라고 제목을 달았다. 고인은 1992년 대선에서 김영삼(YS)을 대통령으로 만들었다. 하지만 이듬해 공직자 재산공개 과정에서 부정축재 혐의를 받고 불명예 은퇴했다. 그는 당시 ‘토사구팽(兎死狗烹·토끼를 잡으면 쓸모가 없어진 개는 잡아 먹는다)’이라는 명언을 남기고 정계를 떠났다.별세후 ‘어느 노정객과의 시간여행(우암 김재순이 말하는 한국 근현대사)’이라는 책이 발간됐다. 생전
명경대
남궁창성
2022.0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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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3년 7월 27일 10시에 한국 판문점에서 영문, 한국문 및 중국문으로써 작성한다. 본 정전협정의 일체 규정은 1953년 7월 27일 22시부터 효력을 발생한다” 3년여에 걸친 동족상잔의 전쟁을 멈춘다는 정전협정문이다. 정전협정서 끝에는 조선인민군 최고 사령관 김일성, 중국 인민지원군 사령원 펑더화이, 국제연합군 총사령관 미국 육군 대장 마트 W. 클라크의 서명이 담겼다.정전회담은 협상 체결 2년 전인 1951년 7월 개성에서 시작됐다. 회담은 한때 전쟁 포로 처리 문제 등으로 난항을 겪다가 1953년 7월 27일 마침내 정
명경대
천남수
2022.0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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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물과 민물이 만나는 곳에 형성된 동해안 고유의 자연자원인 석호(潟湖)를 말할 때 가장 안타까운 호수가 있다. 강릉시 강동면 시동리 ‘풍호(楓湖)’이다. 단풍이 고운 호수라고 해서 이름 지어진 곳이었다. 과거형으로 표현하는 것은 지금은 호수가 사라지고, 그리움을 달래는 이름만 전하기 때문이다. 강릉지역 향토사료인 ‘임영지’ 등에 따르면 풍호는 둘레가 5∼6리에 달했다. 적어도 40∼50년 전에는 그러했다. 그러나 1972년에 주변에 화력발전소가 들어서고, 석탄재 처리장으로 사용되면서 호수는 매립됐고, 지금은 그 위를 골프장이 차지
명경대
최동열
2022.0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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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정보자기결정권’은 자신에 관한 정보가 언제 누구에게 어느 범위까지 알려지고, 또 이용되도록 할 것인지를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독자적인 권리이다. 내 스마트폰의 각종 데이터를 통제할 권리 역시 내게 있어야 한다는 ‘데이터 주권’ ‘데이터 프라이버시’에 대한 개념과 인식은 날로 높아지고 있다. 스마트폰은 인격체와도 같아 급변하는 정보통신환경 속에서 사생활 보호 신뢰 수준은 가격과 마찬가지로 제품 선택의 중요한 변수가 됐다. 사과 로고가 자물쇠로 이미지가 바뀌는 애플사 광고 역시 강력한 프라이버시 보호 마케팅과 수익모델에 닿아있다
명경대
박미현
2022.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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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와 식사 자리에 동석한 여성이 깻잎 장아찌를 쉽게 뗄 수 있도록 남편이 젓가락으로 도와준 행동은 비난받아야 하나. 춘천 출신 가수 노사연이 한 예능프로에서 제기해 이슈가 됐던 ‘깻잎 논쟁’은 젊은 연인들 사이에서도 이슈가 됐다. 다른 여성을 도와준다는 것은, 아내 입장에서 여간 서운하고 찝찝한 기분이 아닐 수 없다. 그것도 ‘깻잎을 떼어준다’는 다정한 행위는, 아내가 남편 친구의 어깨에 묻은 먼지를 손으로 털어주는 모습을 연상시킬 만큼 심각하게 받아들일 수 있다는 것이 반대론자들의 설명이다. 그러나 동석한 일행에 대한 단순한 배
명경대
이수영
2022.0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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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길주(1786~1841년)가 훈련원 판관 상득용(생몰연대 미상)에게 편지를 보냈다. “낙마해 가마에 실려 가셨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깜짝 놀랐지만 얼마 후 축하드리고 싶어졌습니다. 세상일이란 익숙해지면 교만해지고, 교만해지면 소홀하고, 소홀해지면 반드시 실패하기 마련입니다. 판관께서 승마에 익숙하지 않았더라면 밤중에 혼자 좁은 길로 말을 몰고 가셨겠습니까? 다행히 크게 다치지 않고 하늘은 교만함과 소홀함은 실패에 이르게 된다는 사실을 깨우치게 했습니다. 모든 일에 오만한 마음을 버리고 마치 근심거리라도 생긴 듯 전전긍긍하신다면
명경대
남궁창성
2022.0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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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바로 불러도 우영우, 거꾸로 불러도 우영우” 요즘 인기를 모으고 있는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주인공 우영우가 하는 말이다. 천재적인 두뇌와 자폐스펙트럼 장애를 동시에 가진 신입 변호사 우영우의 로펌에서의 일상을 그린 드라마다. 이 드라마가 처음 방송될 당시에는 0.8%의 시청률을 기록했지만, 지난주 방송에서는 10%를 돌파할 정도로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 주인공 우영우 변호사가 지닌 자폐스펙트럼은 아동기에 나타나는 사회적 상호작용, 의사소통의 장애를 보이는 뇌신경정신질환이다. 눈을 잘 맞추지 못하기도 하고, 표정
명경대
천남수
2022.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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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쟁이 한창이던 1951년, 밤낮으로 고지의 주인이 바뀌는 치열한 공방전으로 시체가 산처럼 쌓이던 중부전선 ‘철의 삼각지대(철원 김화 평강)’에 주둔한 UN군과 국군 사이에 괴질(怪疾)이 돌았다. 각종 자료에는 UN군 측 피해만 따져도 3200여명이 걸려 수백명이 목숨을 잃은 것으로 기록돼 있다. 전장에 원인 모를 질병까지 창궐, 젊은 군인들이 피를 쏟으며 속수무책으로 스러졌으니 참상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괴질의 공격 대상은 피·아 구분이 없었다. 당시 중공군이 한강 이남으로 대공세를 펼치지 못한 것이 괴질 때문이었다는 분석이
명경대
최동열
2022.0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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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대통령 샤를 드골(1890~1970)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 중 하나는 민주국가에서 좀체 찾기 어려운 독재자적 태도이다. 5공화국으로 정계 복귀한 드골은 수세에 몰릴 때마다 재신임을 묻는 국민투표로 여러번 정치적 비판을 피해 갔다. 마침내, 그의 정치역정도 1969년 4월의 국민투표 부결로 막을 내리게 된다. 잘못 알려진 그의 어록 중 하나가 1958년 알제리 수도에서 행한 연설에서 나온 “나는 여러분을 이해합니다”이다.알제리의 독립을 인정하는 듯한 발언으로 제법 알려졌는데 오히려 정반대이다. 한반도의 10배 넘는 영토를 보유
명경대
박미현
2022.07.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