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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애하는 애국동포 여러분 은인자중 하던 군부는 드디어 오늘 아침 미명을 기해서 일제히 행동을 개시하여 국가의 입법·행정·사법의 3권을 완전히 장악하고 이어 군사혁명위원회를 조직하였습니다” 1961년 5월 16일 정치적 야심을 품은 군부세력 방송이 새벽 5시 무렵 공기를 뚫었다. 장도영 군사혁명위원회 의장 명의로 혁명 6대 공약이 발표됐다. 오전 7시 장면 정권의 모든 권한을 일제히 인수했고, 오전 8시에는 입법기관을 해산시켰다. 박정희와 개인 친분있는 만주그룹과 병력을 이끌었던 육사 5기생, 실행 실무진이었던 육사 8기생 인맥 그
명경대
박미현
2022.0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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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대 초 주문진항. 부둣가를 채울 만큼 수산물이 넘쳐나던 시절, 뱃사람들은 술을 많이 마셨다. 승선하기 전에도, 조업을 마치고 나서도 마셨다. 풍부한 해산물 때문인지, 험한 생활을 함께하는 정 때문인지 매일같이 술을 즐겼다. 지금은 상상을 못 할 일이지만, 그땐 대병 소주를 몇 짝씩 싣고 출어하기도 했다. 배 타기 전날이라는 구실로 밤늦게까지 마신 아재들은, 새벽에도 독한 소주로 속을 달랬다. 이때 항구 식당에 주로 등장하는 안주가 회무침이다. 싱싱한 오징어를 가늘게 썰어 채소, 참기름, 식초, 고추장과 함께 버무리면 그럴듯
명경대
이수영
2022.0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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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아침 청와대를 바라보고 출근해 사무실에 들어서는데 주머니속 전화통이 울린다. “붕~, 붕~.” 아침부터 누구야? 수화기 너머로 익숙한 목소리다.“야! 잘 사냐. 그래 용산은 어때? 광화문에서 용산 왔다갔다 하느라고 개고생이겠네?”지난 대선을 앞두고 민주당 이재명 후보를 게거품 물고 선전하던 고교 동창이다. 30년 가까이 서울서 교편을 잡고 일했다. 골수는 아니지만 운동권 출신 선생이었다. 학교에서 만난 수학선생 아내와 3년 전 은퇴한뒤 고향집에서 룰루랄라 무탈하게 늙어가고 있다. 그의 말투에서 대선 결과에 대한 불만과 불평이
명경대
남궁창성
2022.0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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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대 윤석열 대통령의 취임식이 있었던 어제(10일)는 ‘유권자의 날’이었다. 다소 생소한 유권자의 날은 우리나라 최초로 민주적인 선거제도를 통해 제헌의회를 구성했던 1948년 5월 10일 총선거일을 기념해 2012년 법정기념일이 되면서 시작됐다. 유권자의 날을 제정한 목적은 무엇보다 선거의 중요성과 의미를 되새기고, 유권자로서의 막중한 책임의식을 강조함으로써 투표참여를 높이는 것이었다. 우리의 민주적인 선거제도 역사는 74년이다. 1948년 제헌 국회의원 선거를 시작으로 20번의 대통령 선거와 21번의 국회의원 선거, 7번의 전
명경대
천남수
2022.0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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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금을 이식해 은혜롭게 점막(店幕)을 설치하고, 길손에게 휴식처와 숙소를 제공하니, 작은 편석에 새기어 오래도록 기리고자 하노라.’ 영동지역 관문인 대관령 옛길 중간 지점인 반정 즈음의 깊은 산속에 작은 비석 하나가 서 있다. 1m 남짓 크기에 비석 윗부분에 갓을 씌우고 주변 잔돌을 모아 나지막하게 담을 둘렀다. 등산로에서 조금만 벗어나면 만날 수 있지만, 워낙 소박하게 세워져 있는 비석인지라 존재 자체를 모르고 지나치는 등산객들이 더 많다. 비석의 이름은 ‘기관 이병화 유혜 불망비(記官李秉華遺惠不忘碑)’. 이병화라는 옛 관리의
명경대
최동열
2022.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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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앵커 전력에 대통령 당선인 대변인으로 활약한 국민의힘 배현진 국회의원이 국회법에 의한 징계안 대상에 올랐다. 지난달 말 검찰의 직접 수사권 일부를 중대범죄수사청 등 경찰로 이관하는 관련 법을 상정해 처리하는 국회 본회의 의사진행발언에서 불거진 태도와 발언이 쟁점이다. 구둣발로 여성 국회의원을 걷어찼다는 허위 사실을 공표한 것보다 세간에 더 비난의 화살이 된 것은 국회의장을 ‘앙증맞은 몸’이라고 직격한 부분이다.‘앙증맞은’이라는 표현은 일반적으로 남성성에 기대하는 보편적인 이미지와는 거리가 매우 멀다. 더구나 소리 지르고, 상대
명경대
박미현
2022.0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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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분데스리가 2008/2009 시즌 바이엘 레버쿠젠과 에네르기 코트부스와의 빅매치. 모자를 푹 눌러 쓴 차범근은 부인과 함께 관중석에서 경기를 관람했다. 들어갈 때는 사람들은 못 알아봤으나 경기장 전광판에 그의 모습이 비치자 관중들이 모두 일어나 기립박수를 쳤다. 무슨 일인지 의아해하던 선수들은 그가 차범근임을 확인하고 놀랐다. 선수들은 게임이 끝난 뒤 그에게 찾아가 사인을 요청하고 사진 찍기를 요청했다.축구 영웅 차범근의 위상을 짐작할 수 있는 이 일화는, 스포츠계에서는 널리 알려졌다. 축구 전설로서 그의 존재감을 엿볼 수 있
명경대
이수영
2022.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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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자치제가 부활하면서 지역정치에서 가장 문제가 된 것이 ‘낙점’이었다. 아래로부터의 민의가 담긴 공천이 아닌 중앙정치의 지방선거 오염, 공천을 둘러싼 부패 비리 사건이 심심치 않게 터졌다. 중앙당 실세, 국회의원, 지구당 위원장 등이 탐욕에 의한 자의적인 후보 낙점 횡포를 막기 위해 지방자치를 주민에게 돌려달라고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공천 과정은 이전보다 투명해졌다. 요즘은 당원 투표와 여론조사를 실시하며 보완했으나 지방선거 선출직 비리가 현직에서의 활동기간보다 공천 과정에서 사건화가 더 많은 것을 보면 더 획기적으로 발전해
명경대
박미현
2022.0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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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건너 제주도가 지금 옛 미술 작품 환영 분위기로 한껏 들떴다. 화제의 작품은 ‘세한도(歲寒圖)’. 추사(秋史) 김정희(1786∼1856년)가 제주 유배 시절에 그린 그림이다. 세한도를 집중 조명하는 특별전(5월 29일까지)이 마련되자 보도 매체들은 ‘178년 만의 귀향’이라고 대서특필하고 있다.국보 세한도(歲寒圖)는 값을 매길 수 없는 무가지보(無價之寶)다. 추사 나이 59세 되던 1844년에 제자 이상적(李尙迪·1804∼1865년)에게 그려 준 수묵화이다. 외로운 귀양살이를 하던 추사는 제자가 북경에서 귀한 서적을 구해 보내
명경대
최동열
2022.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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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자 종류가 빈약했던 60, 70년대 어린이들이 가장 많이 받고 싶은 선물 중 하나가 ‘과자종합선물세트’였다. 여러 제품이 한 데 들어있는 데다가 품에 안기 버거울 정도로 커다란 상자여서 부유한 가정을 상징하며 부러움을 샀다. 그러나 과대 포장도 문제였지만 가격 경쟁력으로 제품이 구성되다 보니 끼워 팔기용 과자에 조잡한 장난감까지 섞어 팔아 불신 이미지의 대명사가 됐다.줄줄이 불법과 비리가 드러나면 ‘불법 종합선물세트’, 발표하는 부동산 정책마다 역작용이 일어날 때는 ‘투기꾼에게 주는 종합선물세트’라고 비판했다. 재탕 삼탕에 지지층
명경대
박미현
2022.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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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처럼 믿기지 않는 일이었다. 수술을 받고 회복 중이었던 2년 전 ‘존버교’ 창시를 선포하며 유쾌함을 드러냈기에, 그가 세상과 작별했다는 소식은 거짓말처럼 들렸다. 금방이라도 SNS에 촌철살인의 글을 올릴 것 같은데, 오늘이 벌써 발인일이라니 소설 속 이야기만 같다. 지난 25일 이외수 작가는 대표작인 ‘꿈꾸는 식물’ 무대인 춘천에서 눈을 감았다. 8년 전 위암 2기 판정으로 수술을 받은 뒤 회복했으나 2년 전엔 뇌출혈로 쓰러져 투병하며 재활에 힘써 왔다. 올봄 코로나19 후유증으로 폐렴을 앓으며 투병 중 숨을 거뒀다. 빈소에는 많
명경대
이수영
2022.0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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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로 시간 여행을 할 수 있다면 어느 시대를 다녀오시겠습니까?중국의 지식인들은 송나라 인종(1010년~1063년) 연간을 꼽는다. 인종은 11년간 수렴청정을 거쳐 1033년부터 30년간 재위했다. 스스로 근검하고 절약하며 백성을 사랑하니 태평성대를 이뤘다. 중국 드리마 ‘청평악(淸平樂)’의 무대가 인종 집권기다.개인적으로 조선 숙종~정조(1675년~1800년) 연간이 시간 여행의 목적지다. 우리 문화가 중국의 영향권에서 벗어나 조선의 정체성을 꽃 피우던 시기다. 소중화(小中華)라는 자존감으로 한양 주변 경치가 천하제일이라는 믿음
명경대
남궁창성
2022.0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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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에 한 번 저장된 정보는 쉽게 삭제할 수 없기에 시간의 흐름과 관계없이 끊임없이 공유되고 유통된다. 과거 작성한 작은 게시물도 샅샅이 찾을 수 있는 디지털기술의 편리함 이면에는 사냥식 신상 털기에 휘둘려 인격권과 사생활 자유 등 사익이 침해당하는 일이 벌어지곤 한다. 이런 필요에 따라 등장한 것이 가상공간에서의 ‘잊힐 권리’이다. 그런데 잊힐 권리는 절대적인 권리가 아니라 매우 상대적이다. 시민들이 알아야 할 권리 곧 공익적인 ‘알 권리’를 우선해야 하는 경우에는 정당성을 잃기 때문이다. 엊그제 시작된 국회 인사청문회가 파행으
명경대
박미현
2022.0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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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 지방선거전이 본격화되면서 ‘권한대행’ 체제를 가동하는 시·군 자치단체가 늘고 있다. 현직 시장·군수들이 후보가 되는 순간부터 자치단체 운영은 지방자치법에 따라 부시장·부군수의 ‘권한대행’ 체제로 변경되는 것이다.옛 관직제에 대입하면 ‘수직(守職)’을 수행하는 셈이다. 조선시대에는 ‘행수법(行守法)’이라는 것이 있었다. 품계를 부여받은 관료는 많고 자리는 한정돼있다 보니 낮은 품계의 사람이 높은 벼슬을 받거나 그 반대인 경우도 많았다. 그래서 당사자의 품계보다 높은 직을 맡게 되는 ‘계비직고(階卑職高)’의 경우에는 관직 앞에
명경대
최동열
2022.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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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청 검사가 독점적으로 가진 권한 중 요즘 뜨거운 중심에 서 있는 것이 ‘수사권’이나 이에 못지않게 오래 논의돼온 것이 바로 ‘영장청구권’이다. 헌법 제12조 3항과 제16조에는 법관이 발부하는 영장을 ‘검사의 신청에 의하여’라는 단서를 달아놓고 있다.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기 힘든 검사의 영장 독점 신청이 헌법에 처음 끼어든 것은 5·16 군사쿠데타 직후였다. 1962년 국가재건최고회의에서였으니 기본적인 국민적 공감대조차 없었을 뿐만 아니라 삽입 과정에 대한 기록 역시 불분명한 상태다. 영장은 자동차보험과 같이 대인, 대물로 나뉜
명경대
박미현
2022.0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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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깡통시장 골목에 있는 오래된 국숫집은 김치 국수 맛집으로 소문이 자자하다. 그런데 이 집 메뉴 중 비빔국수는 매운맛으로 더 유명하다. 여행을 온 외지인들이 호기롭게 주문하지만, 울면서 후회하기에 십상이다. 심한 경우 병원신세를 져야 할 만큼 강도가 세다. 탈이 날 수 있으니 먹지 말라는 주인 할머니의 만류에도 도전의 행렬은 끊이질 않는다.매운맛 마니아들은 전국을 누비며 ‘도장 깨기’에 나서기도 한다. 강원도에선 원주 응급실떡볶이와 강릉 형제장칼국수, 춘천 이순례 손만두가 입소문을 타고 있다. 경기도는 송추불냉면, 남문매운오뎅이
명경대
이수영
2022.0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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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주는 중국 절강성 수도다. 옅게 분을 발라도 진하게 화장을 해도 매혹적인 서시(西施)를 닮은 서호는 날이 맑아도 비가 내려도 아름답다. 음력 8월 전당강 조수(潮水)는 만 마리 말들이 하얀 갈기를 휘날리며 달려오는 모습이다. 상류 부춘강(富春江)과 천 개의 섬이 흩뿌려진 천도호도 그림처럼 이쁘다.부춘강을 거슬러 오르다 보면 오른편에 엄자릉 조대(嚴子陵 釣臺)가 눈에 들어온다. 절강성 등록문화재다. 부춘강을 엄릉뢰(嚴陵瀨)라고도 하고 부춘산을 엄릉산(嚴陵山)으로 부르는 연유가 있다.엄자릉 선생은 후한 광무제 유수(劉秀·BC 6년~A
명경대
남궁창성
2022.0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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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빙의 추적 스릴러 ‘돼지의 왕’이 모레 11, 12화로 막을 내린다. 중학생 시절 겪은 폭력의 기억이 어른이 됐어도 연장선에 놓인 황경민과 정종석 그리고 김철에 얽힌 핵심 사건의 실체가 마지막 반전을 남겨놓고 있다. 처음 이 시리즈가 예고됐을 때 천만 관객의 ‘부산행’으로 ‘K 좀비’의 선구자로 평가받는 연상호 감독의 원작이라는 점이 놀라웠다. 영화 ‘부산행’이 그의 애니메이션 ‘서울역’이 원작임을 알게되면서 시간들여 보길 잘했다고 여긴 적이 있어 이번에도 원작을 찾았다.연 감독의 첫 장편 애니메이션 데뷔작인 ‘돼지의 왕’이 20
명경대
박미현
2022.0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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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쪽 일가를 외가(外家)라고 부른다. 그에 비해 아버지 쪽은 친가(親家)로 분류한다. 부계(父系) 혈통을 강조하던 전통사회의 가부장적 인식이 관용적 호칭에도 배어있다고 할 수 있겠다. 차별적이라고 해 지난 2019년 서울시여성가족재단에서는 친가와 외가를 아버지·어머니 본가로 통일하자는 개선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양친의 무게와 은혜가 다르지 않으니 새겨 볼 만한 제안이다.새 정부 출범 준비작업이 한창이다. 동시에 경향 각지 신문에는 ‘강릉’을 언급한 기사 빈도가 부쩍 늘었다. 강릉이 윤석열 당선인의 어머니 고향으로, 모계(母系)
명경대
최동열
2022.0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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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개혁을 둘러싸고 진통이 거듭되는 요즘 ‘휴대전화’를 둘러싼 두 사건이 세간에 화제다. 하나는 경기도 가평군 계곡에서 발생한 범죄 혐의와 관련해 용의자 내지 주변인들의 휴대전화에서 오간 내용이 수시로 언론에 공개됨으로써 직접적이지 않은 사생활까지 알게 되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또 다른 하나는 휴대전화 비밀번호를 열지 못해 수사없이 무죄로 처리한 경우다. 누구에게나 예민한 ‘휴대전화 비번’과 관련한 것이어서 묘한 대비를 이루며 회자되고 있다.3년 전 서울동부지검 수사관 자살 사건 당시에도 휴대전화가 이목을 끌었다. 경찰이 변사
명경대
박미현
2022.04.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