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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잡이가 묵직한 검은 전화기 선에서하얀 그물이 쏟아진다거미줄처럼 맑고 투명해서거미줄처럼 맑고 투명한 말言들이 쉽게 그물을 통과한다그물에 걸리지 않는 말들은빠른 속도로 너에게 달려간다두 팔을 벌리고 바람을 맞으며 걷기도 하고이불속에서 핸드폰을 들고 속삭이기도 하고침묵의 눈동자와 마주친 순간순간의 사진을 전송하기도 한다꽃다발처럼오랜 시간을 우려낸 詩처럼전송된 말들은풍선처럼 부풀어 올라 터질 것 같아도그물은 그물이어서 잠잠하게 그 말들을 놓아 준다간혹, 나비의 날개 같은 말 하나그물에 걸려 허둥거리기도 한다너의 잘못이 아니다나의 잘못도
독자시
송연숙
2022.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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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세에 흑사병이 유행할 때, 베네치아에서는 항구로 들어오는 배를 40일간 바다에 머물게 했다고 합니다. 당시에는 페스트가 병원균에 의해 전파된다는 것은 알지 못했지만, 병에 걸린 사람과 접촉하면 감염된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요. 그래서 항구 앞바다에 배를 40일간 정박해 있도록 하고, 선원 중에 흑사병 증세를 나타내는 사람이 있는지 살펴본 것입니다. 만약 흑사병 증세를 보이는 사람이 있다면 가차 없이 바다로 던졌다고 하니, 그 또한 무서운 일입니다. 40이라는 숫자는 이탈리아어로 콰란타(Quaranta)인데, 이것이 현대의 격리, 방
도민시론
김희선
2022.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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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인천과 천안에 사는 친구들을 만났다. 5년 만에 만나 대화를 하다가 다음에는 원주에서 모이자는 이야기가 나왔다. 친구는 원주에 있는 특별한 곳을 소개해 달라고 했지만 나는 관광경영학과 학생인데도 불구하고 대답을 머뭇거렸다.사람들이 관광을 하는 이유 중 하나는 그 지역의 명소를 보러 가기 위해서다. 관광명소는 그 지역 하면 생각나는 요소가 되었다.원주는 어떨까? 소금산 출렁다리는 원주의 대표 관광지이다. 하지만 이곳이 원주에 있는 관광명소라고 알고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지역 주민들을 제외하고는 모르는 경우가 대다수일 것이다
기고
천사랑
2022.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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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월 8일 궁예왕 영정 봉안 행사가 열렸다. 철원인의 한사람으로서 참 기쁘고 감사한 일이다.궁예는 신라 헌안왕의 유복자로 861년 5월 5일 외가에서 태어났다. 진성여왕 3년(889) 조정에 현자가 없고 백성의 삶이 곤궁해지자 도적들이 봉기했다. 이에 궁예는 큰 뜻을 품고 세달사를 떠나기로 한다. 오늘날 우리의 소망이 국민이 자유롭고 안전한 나라라면 당시 신라인들의 소원은 선정과 민생의 안정이었다.이러한 시대와 민심을 느끼며 광제창생의 깃발을 든 것이 풍운아 궁예이다. 891년 10월 궁예가 100여명의 기병을 거느리고 북원
기고
최종철
2022.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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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이 글을 쓰기 전 10·29 이태원 참사로 고인이 되신 분들의 명복을 빌며 유족분들에게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애도의 마음을 전한다.그리고 그 현장에서 묵묵히 구조활동을 하셨던 소방관들께도 감사함은 물론 한 분이라도 더 구조하지 못한 자책감에 자학하는 정신적 고통을 겪고 있을 소방관들에게 치유의 시간이 마련되기를 바란다.지난 11월 9일은 60주년 소방의 날이었다. 내가 의용소방대에 입대해 17년 동안 소방의 날 행사를 봐왔지만 올해 같은 기념식 행사는 없었다.왜일까?이태원 참사가 벌어진 당일은 토요일이었고, 용산소방서 최성범
요즘에
이승교
2022.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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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가 내년 당초예산안으로 8조8620억원을 편성하고 도의회에 제출했습니다. 민선8기 김진태 도정의 첫 당초 예산안 방향은 △경제 안정 △건전 재정 △강원특별자치도 성공 출범 3대 방향을 담았다는 설명입니다. 육아기본수당을 5세까지 확대하고 참전·보훈명예수당 등 맞춤형 복지예산이 2조5209억원으로 10대 분야 중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내년엔 올해보다 4860억원이 늘어났지만 민생과 직접 관련없는 사업비가 적지 않습니다. 신청사건립기금 조성 600억원, 채무 상환 558억원, 특별자치도 출범 40억원을 투입키로 했습니다.
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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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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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백 장성·삼척 도계 광업소에 대한 정부의 조기 폐광 방침으로 지역 내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습니다. 해마다 인구가 감소해 지역 소멸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폐광이 실시되면, 산업 기반 약화로 지역 공동화가 가속화될 것입니다. 정부 차원에서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야 할 때입니다. 특히 이들 도시를 ‘폐광지역 산업위기대응특별지역’으로 지정해 회생의 발판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습니다.가장 큰 문제는 폐광으로 인한 인구 유출과 경기 침체입니다. 태백 장성광업소는 2024년 말, 삼척 도계광업소는 2025년 말 폐광합니다.
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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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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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수군은 참으로 열악한 군종이었다. 바닷물 입수가 다반사인데다 배멀미에 시달려야 하고, 병선의 건조와 수리는 물론 왜구 같은 적이 상륙했을 때는 지상 전투에도 뛰어들어야 했으니 군역(軍役)의 무게가 거의 형벌에 가까웠다. 조선 개국공신 정도전이 왕자의 난으로 화를 당했을 때 아들 가운데 유일하게 살아남은 정진(鄭津)이 관직을 삭탈 당하고 강제 복역하게 되는 곳도 전라 수군이었다. 태종대에는 왜구의 준동으로 수군 무력 증강이 절실했으나 아무도 수군이 되려 하지 않아 관노(官奴)들로 충당한 기록도 실록에 등장한다. 성종대에는 결국
명경대
최동열
2022.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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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변위가 아닌 거리성과가 없더라도 마음을 다해 최선을 다했다면그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는 것인생은 일률(J/s)이 아닌 일(J)효율성도 중요하지만 시간에 쫓기지 않고순간순간 의미 있게 사는 것순간 느꼈던 안 좋았던 하루도긴 세월 지나 생각하면 꼭 필요했던 하루불량이 아닌가 생각하며 집어 든 까만 퍼즐 조각도완성되어 가는 작품 속에 맞춰보니 예쁜 눈망울이었네그렇게 삶을 잊지 못할 추억으로 가득 채울 때관성(m)은 더욱 커져 사랑의 힘(F)은 점점 커지고인생의 가속도(a)는 점점 늦춰진다.
독자시
김민식
2022.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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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지자체 가운데 유일하게 관광거점도시와 문화도시 타이틀을 동시에 거머쥔 강릉은 관광인프라 확충과 함께 글로벌 관광도시로의 변화를 준비하고 있다.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당시 강릉선KTX 개통과 함께 교통편의성 발달로 인한 변화만 보더라도 혁신적으로 다가올 미래에 대비하기 위하여 장래의 관광수요와 스마트시티 상용화 관점에서 시야를 확대하며 미래사회 변화를 예측하고 준비해야 한다.강원도관광재단 자료에 따르면, 영동 6개 시·군의 유동인구는 2020년∼2021년 여름 성수기(7∼8월)기준 월평균 1000만명을 상회하고 있고 이중 강
기고
김형익
2022.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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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의 어려운 국내외 경제 상황은 미국 등 서방국가들의 무한정 신용증가로 인한 물가급등, 이를 해결하려는 급격한 이자율 인상이 원인인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우리나라의 현재 경제위기도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 성장으로 인한 신용증가, 최저임금 인상, 탈원전 등으로 인해 관련 기관의 적자 누적 등이 물가상승으로 파급되자 한국은행이 이자율을 인상한 데에서 원인을 찾아야 할 것이다.레고랜드 부도 사태는 강원도지사가 레고랜드를 운영하는 중도개발공사의 부채 2050억원에 대해 회생 절차를 신청하자 채권주관사가 부도 처리한 것이 강원도 채무불이
요즘에
조계근
2022.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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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눈에 비친 씀바귀는? 김인자 시인은 ‘내 사랑을 쓰게 만드는 식물’로, 문병란 시인은 ‘맹물로 피를 만드는 모진 분노’로 묘사합니다. 그렇습니다. 시인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에게 씀바귀는 강한 쓴맛으로 기억됩니다. 특히 문병란 시인은 그의 시 ‘씀바귀의 노래’에서 “달콤하기가 싫어서/…/온몸에 쓴 내를 지니고/저만치 돌아앉아/앵도라진 눈동자/결코 아양 떨며 웃기가 싫어서/…/뿌리에서 머리끝까지 온통 쓴 내음/어느 흉년 가난한 사람의 창자 속에 들어가/맹물로 피를 만드는/모진 분노가 되었네”라고 노래합니다. 쓴맛이 좋아서가 아니
칼럼
강병로
2022.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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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선비들은 “설악산 그림자가 청초호에 비춰지면 나그네는 옆 마을에 잠자리를 정했다네”라고 청초호를 격찬하는 시를 남겼다. 또 실학자 이중환은 그의 저서 ‘택리지’에서 낙산사 대신 청초호를 관동팔경에 포함시켜야 된다고 주장할 만큼 청초호는 동해안 석호 중 가장 아름다운 호수다. 논뫼(논산)마을 앞에 있는 호수라고 해서 ‘논뫼호’라는 별칭이 붙어 있다.청초호를 품고 있는 속초시는 풍수지리적으로 금강산의 제1봉인 신선봉을 현무(주산)로 하고 그로부터 등대 쪽으로 뻗은 혈맥은 좌청룡, 청대산을 거쳐 외옹치로 뻗은 우백호, 조도가 주작으로
기고
김봉연
2022.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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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에 88.2%의 소득과 일자리, 인구가 몰린 것으로 재확인됐습니다. 지역 간 인구 이동 특성 및 지역경제 선순환 구조 구축 정도 등을 기준으로 ‘K-지방소멸지수’를 개발한 산업연구원의 최근 조사에서 강원도가 전국 3대 소멸위기 광역자치단체로 지목됐습니다. 소멸위기지역 59곳에 전남, 강원, 경북 순으로 많고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는 비관적 보고가 나왔습니다.산업연이 11월 11일 공표한 조사 결과 전국 시·군·구 40%는 인구증가율이 마이너스이거나 전국 평균을 크게 밑돌았습니다. 비수도권 군 단위 지역에서만 나타나던 인구 급감
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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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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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제사공장 여성노동자들이 1930년 12월 임금과 수당을 터무니없이 깎거나 밀린 업주를 상대로 파업과 태업 시위를 벌였다. 3개월간 견습하면서 일급 10전의 수당을 받기로 하고 입사했으나 업주가 약속을 지키지 않자 쟁의에 들어갔다. 오전 7시부터 저녁 5시 반까지 10여시간 고된 노동을 하며 받는 일급 10전은 식비의 반도 안되는 금액이었다. 이것마저도 제때 지급하지 않자 견습 여성노동자 35명은 12월 3일부터 일을 중단하고 시위에 나섰다.파업과 태업을 벌였는데도 업주가 꿈쩍하지 않자 더 분노한 것은 숙련 여성노동자 20명이었다
명경대
박미현
2022.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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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특별자치도 출범이 7개월 앞으로 다가오면서 세종·제주 등 특별자치시·도와의 연대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습니다. 중앙정부의 권한을 폭넓게 이양받고 고도의 자치권을 행사하기 위해서는 특별자치시·도의 협력이 반드시 병행돼야 합니다. 특례의 범위를 확대하고 미래 지향적인 적용을 위해 타지역의 경험과 노하우를 공유할 필요가 있습니다. 연대는 크게 3가지 방향으로 진행해야 할 것으로 판단됩니다. 행정적 협조와 전략적 대응, 정치적 연대로 상생 효과를 극대화해야 합니다. 행정적 협조는 자치 시·도 사이의 연대를 의미합니다. 시·도 간 특례 사
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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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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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가에 혼자 서 있는 민들레오늘도 우산이 없다이른 봄언 땅을 들추고 싹을 틔우고보도블럭 틈에서 짓밟히면서도꼿꼿이 허리를 세우고기어이 꽃을 피웠다꾀꼬리의 노란 날갯짓을 따라비누방울처럼 홀씨를 날리면밭두렁 냉이와 꽃다지는고개를 하늘로 젖히고 팔을 흔들었다서리꽃 반짝이는 가을 날낙엽이불 속에 숨어 안간힘을 썼다발끝에 힘을 주고 머리 위로 밀어 올렸다마지막 한 송이를쇠기러기 그믐달을 쪼아 먹는겨울의 문턱에서
독자시
이은숙
2022.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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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령인구의 비율이 높아지는 ‘고령화’는 온통 답답하게 하는 의제뿐이다. 전문가들은 생산가능인구 감소에 따른 성장률 하락, 연금과 의료비 측면의 부담, 노인 빈곤 등 고령화를 경제의 가장 중요한 리스크 가운데 하나로 지적하고 있다. 그러나 출산율이 낮아지고 수명이 늘어나면서 상수(常數)가 된 고령화를 경제 측면에서도 보다 긍정적인 관점에서 바라보아야 할 시점이 아닐까?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2022년 현재 65세 이상의 고령인구가 전체 인구의 17.5%를 차지한다. 고령인구 비중이 14%를 상회하는 것을 지칭하는 ‘고령사회’에 이
기고
최규권
2022.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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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아침을 커피 한 잔과 함께 시작합니다. 가끔 제자들과 함께 마시기 위해 여러 잔을 시키는 경우도 있는데 그때는 카페에서 컵마다 음료의 종류를 펜으로 써주거나 스티커를 붙여서 구분해줍니다. 컵이 불투명하니 내용물을 알기 위해서는 다른 방법이 없습니다.대중에게 사건사고를 전하던 이전의 신문이나 뉴스들이 이런 불투명한 컵과 같았습니다. 우리는 사건사고를 직접 확인하지 못하고 그들의 말을 믿어야만 했습니다.하지만 다양한 뉴미디어의 발달로 대중들이 사건을 실시간으로 바로 확인할 수 있게 되면서 미디어는 투명해지고 있습니다. 이와 함께
도민시론
박응석
2022.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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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날씨는 초겨울 진입을 알린다. 단풍도 빛을 잃어가고 막바지 가을걷이에 농부들의 일손은 바쁘기만 하다.그런데 왠지 우리 마음속에 풀지 못한 숙제를 남긴 채 11월을 맞이했다.오늘도 이태원역 1번 출구에는 눈물 젖은 흰 국화와 가녀린 촛불이 찬바람을 맞으며 묵묵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 꽃다운 청춘을 앗아간 흔적들도 시간이 흐르면 언제 그랬냐는 듯 표정을 바꿀 것이다. 지난 세월을 헤집어보면 우리들은 너무나 무사안일의 삶을 살아왔음을 부인할 수 없다. 지난 시간 속에 참사 사건들을 재조명해 보고자 한다.1995년 6월 29일 지상
기고
이세현
2022.1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