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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산개는 북한 함경남도 개마고원에 있는 풍산 태생으로 추위에 강하고 질병에 대한 저항력이 높다고 한다. 특히 “풍산개 세 마리를 풀어놓으면 호랑이를 잡아온다”고 말이 전해질 정도로 사냥개로 유명하다. 하지만 오랜 단절로 인해 풍산개는 우리에게는 친숙하지 않은 존재였다. 풍산개의 실체를 접하기 시작한 것은 1990년대 이후 북한 매체를 통해서였다. 당시 북한 매체는 “풍산개는 성질은 온순한 편이나, 다른 동물과 맞붙으면 당하는 짐승이 없다”고 했다. 2000년 역사적인 첫 남북정상회담이 풍산개에 대한 관심을 갖게 했다. 당시 김대중
명경대
천남수
2022.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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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게 저절로 붉어질 리는 없다/저 안에 태풍 몇 개/저 안에 천둥 몇 개/ 저 안에 벼락 몇 개/ 저게 저 혼자 둥글어질 리는 없다/ 저 안에 무서리 내리는 몇 밤/ 저 안에 땡볕 두어 달/ 저 안에 초승달 몇 낱’ 장석주 시인의 ‘대추 한 알’은 그 열매가 빨갛게 익기까지 얼마나 많은 고난과 풍파가 있었는지를 인생사에 빗대어 절묘하게 읊은 명문이다. 단풍 얘기를 하겠다고 하고는 대추 시구부터 꺼내 든 것은 단풍이 물드는 이치가 꼭 닮았기 때문이다. 바야흐로 만산홍엽의 계절을 지나고 있다. 9월 말 설악산 대청봉(1708m)에서
명경대
최동열
2022.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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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7일, 서울 대표 명소 이태원에서 발생한 압사 참사 열흘째로 월요일이다. 평소와 다름없이 직장 출근을 서두르고, 학교로 등교하고, 집에서 늦잠 자는 자녀를 깨우며 지난주 월요일 아침을 맞았을 156명 각각의 일상은 이번 주 월요일도 계속됐을 것이다. 그러나 그토록 바랐던 정규직 전환 사령장을 받기로 한 10월 31일 아침 그 청년은 이 세상에 없었고 오늘도 없다.이제는 ‘이태원 참사’ 대신 ‘10·29 참사’로 바꾸자는 제안이 나왔지만, 사태에 대한 충격과 감정은 아직 ‘10·29’라는 객관적인 숫자로 거리를 둘만큼 진정되지
명경대
박미현
2022.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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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 충렬왕 때인 1287년 편찬된 이승휴의 역사서 ‘제왕운기’는 중국과 한국의 역사를 운율시 형식으로 쓴 책이다. 저서가 사학계에서 가치를 높게 평가받는 이유는, 고구려사·발해사를 바탕으로 중국과 대등한 우리 역사의 시작을 알렸다는 점이다. 책은 상하 각 1책씩으로 꾸며졌다. 상권에는 중국 역사의 요점을 신화시대부터 삼황오제(三皇五帝), 하(夏), 은(殷), 주(周)의 3대와 진(秦), 한(漢) 등을 거쳐 원(元)의 흥기에 이르기까지의 역사 내용을 담았다. 우리나라의 역사에 관한 내용을 담은 하권은 지리기(地理記), 단군의 전조선
명경대
이수영
2022.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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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3월 5일 청와대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이 북한을 찾았다. 평양을 방문한 그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문재인 대통령 친서를 전했다. 당시 청와대가 공개한 사진을 보면 정 실장과 악수하는 김 위원장의 왼손에 대통령 금장 휘장이 찍힌 친서가 들려 있다. 김 위원장 뒤에는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웃고 있다. 정 실장 뒤편 윤건영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은 양손을 앞으로 얌전하게 모은 채 부동자세로 서 있다. 서훈 국가정보원장도 바짝 굳어 있다.김 위원장이 정 실장에게 한마디를 건넸다. “우리가 미사일을 발사하면 문재인 대통령이 새벽에
명경대
남궁창성
2022.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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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이 한반도를 덮친다는 예보에 따라 사람들은 주변의 위험 요소를 제거하기 위해 팔을 걷는다. 강풍에 떨어질 것 같은 물건을 단단히 고정한다든가, 베란다 창문에 테이프를 붙이기도 한다. 항구에서는 선박을 미리 묶어 놓거나 아예 육지로 옮겨놓기도 한다. 정부도 실시간 태풍 경로를 알리면서 주의를 촉구하거나, 사전에 통행을 제한하는 조치를 한다. 모두 미리 대비하는 것이다.그런데 막상 태풍이 닥치고, 실제로 피해가 속출하는 경우는 어떻게 대응하느냐의 문제가 된다. 집중호우로 사람들이 고립됐다는 신고가 접수되면, 가장 신속하게 출동해 이
명경대
천남수
2022.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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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나무가 많아서 생긴 이름, ‘이태원(梨泰院)’은 옛 역원(驛院)에서 출발했다. 그 이름에 원자가 붙은 것도 그런 이유다.조치원, 장호원, 인덕원, 춘천의 덕두원처럼 ‘원(院)’이 붙어있는 지명은 대부분 예전에 길손이 머물고 가던 숙소, 즉 역원이 있던 곳이었다. 관동대로의 관문인 강릉 대관령 초입에 제민원(濟民院)이 자리 잡고 있는 것도 같은 이치다.이태원은 지나온 발자취가 파란만장하다. 한양의 첫 역원, 이태원이 있는 용산은 과거 마포와 함께 물산이 집결하는 한강나루 수운의 요충지 역할을 했다. 곡창지대인 삼남(三南·경상, 전라
명경대
최동열
2022.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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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檢察)과 같은 한자를 쓰는 ‘검찰사’가 있다. 단속하고 살핀다는 점에서는 일견 비슷한 활동이긴 하지만 요즘의 검찰과는 여러 면에서 사뭇 다르다. 울릉도검찰사 이규원(1833~1901)은 조선 말기 독도 영유권 수호에 지대한 역할을 했다. 철원 출신으로 무과에 급제해 어영대장을 거쳐 1900년 함경북도관찰사 겸 재판소 판사를 맡아 평생 일만 했다고 할 정도로 공직에 충실했고 매우 겸손했다.일본인이 불법적으로 울릉도에 들어와 벌채한다는 강원감사의 보고에 따라 그는 1882년 검찰사로서 울릉도로 건너가 샅샅이 수색 토벌한 뒤 ‘울릉
명경대
박미현
2022.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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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2월 9일 평창 올림픽 스타디움. 역사적인 평창동계올림픽 최종 점화 순서가 다가오고 있었다.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 정수연, 박종아 선수가 등장했다. TV를 시청하는 국민들은 의아해했다. “김연아가 아닌가?” 이들 2명의 선수는 성화대에 도착했고, 국민들은 곧 최종 점화를 할 것으로 예상했다. 반전은 성화대에서 일어났다. 우아한 흰색 피겨복을 입은 김연아가 극적으로 등장한 것이다. 주최 측은 점화하는 방식에 차별화를 두기로 했고, 성화를 들고 직접 성화대까지 뛰어서 올라갈 사람이 필요했던 것이다. 김연아는 성화대 앞에 만
명경대
이수영
2022.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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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태 강원지사와 최문순 전 강원지사가 연일 뉴스 메이커다.지난 20~21일 제주에서 열린 한 언론단체 세미나 참석자는 기자에게 “강원도가 파산했냐. 앞으로 어떻게 되느냐”고 물었다. 뜨거운 감자, 레고랜드가 불러온 오해의 소산이다. 25일 용산 대통령실 소통관에서도 논란은 이어졌다. 김진태 지사와 최문순 전 지사의 공과를 둘러싸고 공방이 오갔다. 모든 현안이 그렇듯 여·야 지지 성향에 따라 최 전 지사의 무모함을 비판하는 쪽과 김 지사의 가벼움을 지적하는 쪽으로 진영이 갈렸다. 이날 오후 대통령실 최상목 경제수석의 입에서도 강원도
명경대
남궁창성
2022.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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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가 군 생활하던 시절에는 하사와 선임병들 간에 갈등이 많았다. 6개월간의 하사관(부사관) 교육을 받고 부대에 배치된 신입 하사들은 군의 기초 조직인 분대를 지휘하는 분대장이 됐다. 그런데 현역의 복무 기간이 30개월이던 시절, 오래전에 입대한 선임병들은 6개월짜리 하사의 지휘를 순순히 받아들이지 않았다. 당시에는 1년이 지나야 상병으로 진급할 수 있었기 때문에 군대 경력으로 치면, 신입 하사가 일병에게도 ‘짬밥’에서 밀린 셈이다. 한때 일병 혹은 상병 중에서 선발해 2개월간의 분대장 교육을 받게 하고 분대장으로 배치하는 제도가
명경대
천남수
2022.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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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한이 아무리 첨예하게 대립해도 힘을 합하는 곳이 있다. 언필칭 ‘우리 땅’ 수식어가 붙는 독도이다. 최근 OTT플랫폼을 통해 안방극장에 공개된 영화 ‘강철비2-정상회담(2020년 개봉)’에서도 독도가 무대로 설정돼 긴장과 재미를 더한다. 여기서 일본 잠수함의 공격을 피하기 위해 북한 잠수함이 엄폐물로 이용하는 ‘심흥택 해산(海山)’이 특히 신선하고 의미 있다. 영화에서 구체적 설명은 없었지만, ‘심흥택’은 독도와 불가분의 인물이라는 점에서 행간의 의도를 엿볼 수 있다. 심흥택(沈興澤)은 1903년부터 3년간 ‘강원도 울도군수(
명경대
최동열
2022.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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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춘천박물관은 10월 25일 개관 20주년을 맞아 초충도를 주제로 한 특별전 ‘미물지생, 옛 풀벌레 그림’ 전시회를 연다. 김홍도와 정선이 그린 초충도 등이 선보이지만 단연 이목을 끄는 것은 국립중앙박물관의 ‘초충도 10폭 병풍’일 것이다. 신사임당이 그렸다고 전하는 작품이다. 초충도는 신사임당의 미술세계를 알리는 대명사로 굳어있으나, 1504년에 태어나 1551년 생애를 마감한 신사임당이 살던 그 시기에는 대표작이 달랐다.같은 시기에 살았던 어숙권은 포도도와 산수화가 뛰어난데, 특히 산수화는 안견에게 버금간다고 언급했다. 소세양
명경대
박미현
2022.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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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태만큼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는 생선을 없을 것이다. 잡는 방법과 말리는 방식, 요리하는 레시피에 따라 수십가지에 이른다. 어획의 형태에 따라 크게 낚시태와 그물태로 분류된다. 가장 귀하게 대접받는 낚시태는 흠집이 없어 맑은 탕을 비롯한 고급 요리로 쓰인다. 잡히는 장소에 따라 지방태와 원양태로 나뉘고, 얼리거나 말리지 않은 갓 잡은 명태는 생태, 냉동해 유통하면 동태로 부른다. 바짝 말린 것은 북어, 추운 겨울 얼렸다 녹였다 하면 황태가 된다. 반쯤 말린 명태는 코다리로 통한다. 노가리는 명태의 새끼를 칭하는데, 한때 다른 어종으
명경대
이수영
2022.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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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열여드레 해 전의 일이다. 2004년 여름 이 주일간의 일정으로 핀란드 연수를 다녀왔다. 핀란드산 노키아 핸드폰과 삼성 핸드폰이 전쟁을 벌이던 시기였다.당시 한국은 ‘삼성’으로 더 잘 알려져 있었다. 핀란드의 자존심 노키아 시장을 야금야금 잠식하며 세계 핸드폰 시장 판도를 재편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발트해 아가씨’ 헬싱키 시내를 오가는 지하철(HKL)들이 허리에 두르고 있는 것은 삼성 핸드폰 광고였다. 남항을 마주 보고 있는 헬싱키 시청에서 도심으로 이어지는 공원의 입간판도 삼성을 홍보하고 있었다.일본 작가 무레 요코의 소설
명경대
남궁창성
2022.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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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청량리역까지 2시간 30분, 동해역까지는 2시간 남짓. 정선 예미역에서 하루 다섯차례 오가는 무궁화호 열차로 닿을 수 있는 곳이다. 예미역은 1957년부터 석탄과 철광석 운송을 위해 만들어졌다. 산악지대에 위치했기 때문에 예미역에서 조동역 구간은 우리나라 철도 중에서 가장 가파른 구간으로 유명하다.예미역이 있는 정선 신동읍은 평창군에 속해있다가, 1906년 정선군에 편입돼 신동면으로 개칭됐다. 1980년에는 인구가 늘어나면서 신동읍으로 승격됐다. 이 일대가 석탄과 철광석 생산지로 주목받자, 일자리를 찾아 전국에서 사람들이 몰려
명경대
천남수
2022.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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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전벽해(桑田碧海)는 이럴 때 쓰는 말일 게다. 백두대간 고원지대를 끝도 없이 뒤덮었던 고랭지 채소밭은 온데간데 없고, 사방이 온통 빨간 사과밭이다. 국도변으로는 ‘OO 농원’ 간판이 즐비하고, 무인 사과 판매장도 등장했다. 마을 초입 관광객들을 반기는 지역 안내 홍보판에도 맨 꼭대기를 빨간 사과 조형물이 떡 하니 차지했다. 가히 ‘사과 왕국’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성싶다.정선 임계면이 요즘 이러하다. 임계면은 해발 500∼650m 고원지대에 자리잡고 있다. 영동지역에서 보자면, 백두대간의 험산 준령인 백봉령, 삽당령을 올라서야 만
명경대
최동열
2022.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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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3년 강원지역에 1억그루의 나무를 심겠다고 포부를 밝혔으나 9개월만에 갈린 강원지사가 있다. 당시는 군사정권으로 경찰 총수인 내무부 치안국장을 시도지사로 발령하던 때여서, 그때 강원지사로 온 이가 정석모였다. 부친이 1월부터 10월까지 재직하는 동안 춘천중학교에 다닌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발언이 입돋움에 올랐다. 강원도 연고 인사로 분류돼 관심을 두지 않을 수 없다.발언 배경을 살피는 과정에서 계룡산이 있는 공주 계룡면에서 일제강점기에 면장을 지낸 할아버지 정인각의 일본 총독 표창 이력이 나와 실제 기사를 검증했다.
명경대
박미현
2022.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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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정을 펴야 할 선화당에서 화적 같은 정치를 펴니/낙민루 아래에서 백성들이 눈물 흘리네//함경도 백성들이 다 놀라 달아나니/조기영의 집안이 어찌 오래 가리오’ 조선을 대표하는 방랑시인 김병연(1807~1863)이 백성을 괴롭히고 가렴주구 한 함경도 관찰사 조기영의 학정을 풍자하여 읊은 시 ‘낙민루(落民淚)’는 오늘날까지 애송되는 풍자시다. 구절마다 당(堂, 黨) 루(樓, 淚)도(道, 逃 )영(泳, 永) 등 동음이의어를 사용해 운율을 살렸다. 학정의 내용과 비유를 적절히 섞어 풍자시의 묘미를 살렸다. 그는 홍경래의 난 때 선천 부사
명경대
이수영
2022.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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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의 자유는 으뜸 가치다. 동시에 언론의 책임도 막중하다. 미국 CNN이 지난 6일 20여명의 어린이들이 살해된 태국 어린이집 내부를 촬영 보도해 논란이다. 태국 경찰은 증거 보존을 위해 출입을 금지한 사건 현장을 촬영한 방송사를 조사 중이다. CNN은 마약 혐의로 해고된 전직 경찰관이 교사와 아이들을 살해한 현장에 자사 기자가 들어간 화면을 보도했다. CNN은 당국 허가를 받고 들어갔다 다시 현장 출입을 금지하자 나왔다고 밝혔다. 하지만 태국기자협회는 이 주장이 사실이라고 해도 언론인으로서 책임있게 판단했어야 한다고 반박하고 있
명경대
남궁창성
2022.10.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