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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학교로 전학 온 지 한 달 남짓, 드디어 소원이 이루어졌다. 있는 듯 없는 듯 눈에 띄지 않는 아이가 된 것이다. 겪어 본 사람은 알 거다. 교실에서 주목받는 건 정말 괴로운 일이다.오늘 4교시, 컴퓨터실에서 정서 행동 검사를 할 때였다. 아이들은 초고속으로 검사를 마치고 온라인 게임을 하거나 동영상 사이트에 들어가 노느라 야단이었다. 나도 막 동영상 사이트에 들어가려던 참이었다. 그때 뒷자리에서 떠드는 소리가 귓속을 파고들었다.“야, 이거 검사해서 이상 있다고 나오면 어떻게 되는 거야?”“어떻게 되긴. 정신과 다니라고 하겠지.
문학/출판
김진형
2022.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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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하지 않습니다. 지적하지 않습니다. 사담을 나누지 않습니다.” … “여러분은 어떤 이름으로 불리기를 원합니까. 식모입니까, 파출부입니까, 도우미입니까. 그렇게 불리고 싶지 않다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맞습니다. 달라져야 합니다. 전문가가 돼야 합니다. 그러려면 뭐가 필요합니까. 첫 번째는 원칙. 두 번째는 매뉴얼. 세 번째는 바로 디테일입니다.”■ 설거지를 하던 여자가 물었다. 음식물 쓰레기는 어떻게 할까요? 나는 노트북 화면에서 눈을 떼지 않은 채 그냥 일반 봉투에 넣어 달라고 말했다. 여자는 별다른 대꾸 없이 싱크대 거름망
문학/출판
김진형
2022.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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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시조시인협회와 강원문학교육연구회(회장 김양수)는 지난 8일 횡성문화예술회관에서 ‘가을빛으로 쏟아지는 우리 문학과 교육의 향기’를 주제로 합동 출판기념회를 열었다. 이날 행사에서는 강원시조 37집, 강원문학교육 15집 출판기념회와 각종 문학상 시상식을 겸해 열렸다. 김승덕 시조시인이 강원시조문학상을 수상했으며 이경 시인이 강원문학교육 작가상을 받았다. 함께 진행된 세미나에서 정정조 시조시인은 ‘가객 시대 이후 개화기 및 근대문학기 시조의 저변 확대 노력’이라는 발제를 통해 시조가 단가와 가곡에서 현대 한국문학의 서정갈래로 자리잡게
문학/출판
김진형
2022.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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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 출신 이용희 시인의 사진·시·자서전 ‘나는 때때로 넘어지고 싶을 때가 있다’는 복합적 성격을 가진 독특한 시집이다. 시인이 직접 찍은 사진과 함께 자전적 내용의 시들이 수록됐다. ‘춘천역에서’ 열두 살이 되도록 자신의 나이를 여섯 살이라고 말하던 유년의 기억부터 카톡방에서 “나도 여기 살아있어요”라고 외치는 ‘카톡진혼곡’까지 생명의 나무 한 그루에서 열매를 맺기까지 삶의 과정이 알알이 맺힌다. 어머니와 아버지에 대한 기억을 되짚으면 목부터 메이기 시작한다. 시인에게만 들리는 자신의 목소리는 다른 행성의 언어처럼 읽히기도 한다.
문학/출판
김진형
2022.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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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주에서 활동하는 홍대욱 작가가 춘천지역 출판사를 통해 2권의 책을 연달아 펴냈다. 달아실출판사에서는 첫 시집 ‘세상에 없는 노래를 위한 가사집’을, 도서출판 산책에서는 손바닥소설 모둠 ‘밤의 작품’을 출간했다.독특한 행보다. 짧은 이야기와 이미지 등을 중심으로 한 손바닥 소설을 쓴 이유에 대해 홍 작가는 “장편을 써낼 영혼의 곳간을 마련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밝힌다. 책은 ‘시의 숨결과 넋이 담긴 소설’이라는 작가의 꿈을 담은 미니픽션 모둠이다. 장르는 규정하기 어렵다. 순수문학과 판타지, 펑크 그 사이 어딘가에 있는 듯 하다.
문학/출판
김여진
2022.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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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제 출신 박인환(1926∼1956) 시인의 문화비평가로서의 면모를 확인할 수 있는 ‘박인환 평론 전집’이 나왔다. 해방 이후 왕성한 평론활동을 펼친 박인환은 문학뿐만 아니라 영화, 연극, 미술, 사진, 사회평론 등 전방위적인 문화인이었다.맹문재 시인이 엮은 이번 책은 문학 분야의 글이 25편으로 가장 많았고, 그 다음으로 연극 4편, 여성 3편, 그 외에 영화를 비롯해 미술, 사진, 문화, 국제 정치 관련 기사 등 61편의 평론을 수록했다. 또 박인환이 평론을 발표한 잡지의 표지, 기사 사진 등을 화보로 풍성하게 꾸몄다. 저자는
문학/출판
김진형
2022.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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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출신 작가들의 작품이 최근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에서 발표한 세종도서에 잇따라 선정됐다. 교양 부문에서는 춘천 달아실 출판사 편집장으로 있는 박제영 시인의 시집 ‘안녕, 오타 벵가’, 강릉 출신 박용하 시인의 시집 ‘이 격렬한 유한 속에서’, 원주 출신 이창복 작가의 회고록 ‘가장 낮은 곳에서 가장 치열하게’가 이름을 올렸다.또 동해연구회가 발간한 ‘동해 명칭의 국제적 확산:현황과 과제’와 함께 학술 부문에는 지난해 별세한 장춘익 한림대 교수의 ‘근대성과 계몽:모더니티의 미래’가 목록에 포함돼 눈길을 끈다.앞서 한국문화예술위원
문학/출판
김진형
2022.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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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부시인 성희직(사진)이 28년 만에 발간한 세 번째 시집 ‘광부의 하늘이 무너졌다’ 출판기념회가 7일 오후 2시 정선 사북읍종합복지회관에서 열린다.시집은 처절한 막장노동 현실 속 투쟁의 기록이자, 희생된 광부들의 영전에 바치는 노래다.출판기념회에는 문인뿐 아니라, 대한민국 최초 신장기증자인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 박진탁 목사, 전영기 정선군의장, 심규호 강원랜드 부사장과 광산진폐 지도부 및 회원들이 참석한다.정연수 시인의 사회로 진행되며 시의 주인공인 전직 광부들에게 꽃다발을, 투병 중인 정선출신 강기희 소설가에게 성금을 전한다.
문학/출판
유주현
2022.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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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물이 새는 사무실에서 출발,교육사업이 뿌리가 돼 교육·호텔·플랫폼서비스·자산운용·무역·외식 등 10여 개 계열사를 성장시킨 바인그룹(회장 김영철·양구출신)의 경영전략을 담은 ‘바인경영’이 출간됐다.한국독서경영연구원 원장이자, 15년간 삼성, 포스코, 현대, SK 등 여러 기업에서 독서경영강의를 진행하고 있는 다이애나 홍이 바인그룹(회장 김영철)을 분석한 ‘바인경영’을 경제경영서 시리즈로 출간했다.사업을 한다는 것은 결코 만만한 일이 아니다. 창업 5년 후 생존율은 절반도 채 안 되고, 생존했더라도 위기가 언제든 생기기 때문이다.
문학/출판
이은영
2022.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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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민예총 문학협회(회장 탁운우)가 오는 10일까지 옛 김유정 역앞에서 ‘시문으로 가는 여행’ 시화전을 연다.시문 동인 3집 ‘카페에서 시 쓰기’ 발간을 기념한 시화전으로 각 시인들이 고른 그림이나 직접 촬영한 사진을 배경으로 완성됐다. 권산하·김빈·김홍주·유태안·장은숙·정클잎·조현정·최관용 등 시문 동인 17명의 시 85편이 수록됐다.지난 1일 개회식에서는 시인들의 시낭송과 오성룡 테너의 축하공연이 어우러졌다. 탁운우 회장은 “가을의 산과 강물, 그리고 그 둘레를 끼고 도는 아름다운 길이 놓여 있는 춘천에서 시의 아름다움과 울림에
문학/출판
김진형
2022.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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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회 김유정작가상 수상자에 위수정(사진) 소설가가 선정됐다. 김유정문학촌(촌장 이순원)은 위 작가의 단편소설 ‘오후만 있던 일요일’을 올해 수상작으로 선정했다고 29일 밝혔다. 심사위원들은 수상작에 대해 “물질적 안정 안에서 흔들리는 중산층 인물의 고독과 위선을 더 날카롭고도 더 원숙하게 다뤘다”고 평했다. 위 작가는 2017년 동아일보 신춘문예로 등단, 소설집 ‘은의 세계’를 출간했으며 이효석문학상 우수작품상을 받았다. 상금은 3000만원이며 시상식은 내달 15일 김유정문학촌에서 열린다. 김진형
문학/출판
김진형
2022.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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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에서 활동하는 김영칠 수필가가 ‘나의 섬나라 역사문화탐방기’는 제주와 일본 여행에서 느낀 감성을 담은 기행문이다. 30년만에 아내와 제주를 찾은 작가는 오랜 역사를 찾아 나선다. 연륜 있는 문장 속에는 지역 정보들이 상세하다. 추사관에서 추사 김정희를 생각하고 항몽유적지를 방문해 민족의 아픔을 되짚는다. 오름을 보고 “나는 한 마리 붕새가 되어 세상으로 우주로/거침없이 난다”는 ‘깨달음의 탄시’를 짓는다. 교토, 오사카, 나라 등을 방문한 일본 여행에서는 다양한 음식문화와 신사 등을 찾은 기록이 있다. 일본의 지리·역사 형성과정
문학/출판
김진형
2022.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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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44, 229, 223, 222, 201 이는 단순한 숫자가 아니다. 누군가에겐 피를 나눈 아들 형제 아버지이고 또 누군가에겐 따스한 체온으로 각인된 정겹고 사랑하는 남편이었을 사람들이다 -성희직, ‘광부의 하늘이 무너졌다 1’ 중 위 시의 첫줄에 나온 숫자들은 탄광사고 희생자들의 목숨이다. 28명은 1979년 4월 14일 정선군 함백광업소 화약폭발 사고 희생자. 33명은 10월 27일 문경시 은성광업소 갱내 화재 희생자 숫자다. 이 사실은 시의 뒷부분에 그대로 서술돼 있다. 성희직 시인의 세번째 시집 ‘광부의 하늘이 무너졌
문학/출판
김여진
2022.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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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들은 자신의 이야기를 작품에 한 번씩 풀고 가기 마련이다. 그 과정을 견뎌야만 다른 이야기를 쓸 수 있다. 첫 장편소설 ‘리모델링’을 펴낸 강릉 출신 김은호 작가의 경우도 그렇다.‘리모델링’은 백화점 관리자와 입점 업체간의 갈등을 현실적으로 그린 소설이다.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치는 자영업자 4인과 폭력적인 갑질을 일삼는 백화점간의 대결을 묘사한 탄탄한 서사가 집중력 있게 읽힌다.작가는 실제로 백화점 식품관과 의류관에서 다수의 매장을 운영했다고 한다. 경험을 바탕으로 썼기에 공감을 얻는다. 지난해 ‘인간과문학’ 신인상으로 등단
문학/출판
김진형
2022.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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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수필문학회 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는 지소현 수필가는 40대 때 처음으로 고등학교 입학 초기 지능지수가 ‘81’인 것을 확인했다. 야간 전문대 입학에 필요한 학적부를 확인하기 위해서였는데, 스스로도 그 수치를 못 믿어 계속해서 다시 수치를 봐도 ‘81’이었다. 어쩌면 당시 지능지수는 소아마비를 앓은 아픔 때문 아니었을지 짐작해본다.고백적 에세이 ‘지능지수 81의 반전’을 펴낸 지 수필가는 성실함을 바탕으로 꾸준히 글을 써내고 있다. 균형을 잃었음에도 균형을 계속 찾아가는 삶이다. 작가는 30세가 되어 ‘혈우병중증A’라는 진단을 받았
문학/출판
김진형
2022.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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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에서 많은 시인을 길러내고 있는 이영춘 시인은 “시를 구성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인 ‘비유’는 우리 몸의 살과 같은 것”이라고 강조한다.그런 시인과 함께 시에 대해 고민한 시간 덕일까.춘천에서 활동하는 엄세원 시인의 첫 시집으로 최근 2쇄를 찍은 ‘숨, 들고나는 내력’에는 살갗 같은 비유들이 반짝인다.골목길을 우리 몸 속으로 비유한 시 ‘골목 내시경’을 보면 “달빛 튜브가 골목에 삽입된다”거나 “속이 깊어 달빛도 쓰리다”는 등의 직유적 표현들이 각종 염증을 앓는 우리 삶을 비춘다. 실제 내 목을 잠그고, 속 쓰리게 하는
문학/출판
김여진
2022.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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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천 출신 박봄심 시인의 동시조집 ‘그래도 봄’은 톡톡 튀는 어린이의 정서와 언어로 쓰여져 있다. 시조의 운율을 거스르지 않고 자연스럽게 녹여내는 솜씨가 돋보인다.어른들이 읽어도 감성이 풍부해지는 시조집이지만 어린이의 마음에서도 벗어나지 않았다. “바람도/너무 추워서/몸 녹이러” 오고, “꼬투리에/긴 줄 하나”는 “땅콩의 탯줄”이다. 시조 ‘도배한 날’에서는 “깨끗해진/방안이/엄마는/좋다지만/벽에서/숨 못 쉬겠다/내가 그린 사람은”이라며 아이의 걱정스러운 마음을 표현했다. 춘천 봉의산, 홍천 수타사, 화천 비수구미 마을 등 지역을
문학/출판
김진형
2022.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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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김유정은 29세에 요절했고, 시인 김지하는 지난 5월 향년 81세로 세상을 떠났다. 그리고 1920년 북한 평안남도에서 태어난 국내 최고령 철학자 김형석은 100세가 넘어서도 왕성한 창작활동을 하고 있다. 청명한 가을날을 맞아 지난 주말 춘천에서 생명과 삶에 관한 주제를 엮은 문학행사가 잇따라 열렸다. 마음이 ‘문청’인 작가들에게 나이는 숫자에 불과했다. 강원수필문학회(회장 지소현)는 지난 23일 김유정문학촌에서 강원수필 31집 발간을 기념하는 김유정 문학토크쇼를 열었다. 100여명에 가까이 몰린 이날 행사에서 김형석 연세대
문학/출판
김여진
2022.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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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하소설 ‘토지’를 쓴 박경리(1926∼2008·사진) 작가는 한국의 격동적 시대상 속 개인의 참혹했던 삶을 시대의 아픔으로 확장시킨 소설가다. ‘시장과 전장’의 주인공 남지영을 통해 자신의 분신을 그려냈듯 ‘소설가란 여러 편의 소설들을 통해 한 편의 자서전을 쓰는 사람’이라는 말과 가장 잘 어울리는 작가로도 꼽힌다.소설 ‘토지’를 줄기로 작가 박경리와 30여 년간 인연을 맺었던 김형국 서울대 명예교수가 박경리 작가의 일대기를 엮은 ‘박경리 이야기’를 펴냈다. 박경리 작가가 자신의 작품에 직접 담은 삶의 흔적뿐 아니라 작가에게 들은
문학/출판
김진형
2022.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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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조시인 할아버지와 역사 교사 아버지, 타투이스트 딸. 3대가 각자의 그림과 글, 시를 모아 책 한권을 엮어냈다. 홍천 출신 이흥우 시인과 이상철 춘천교육지원청 장학관, 미술을 전공한 이채희씨가 함께 만든 ‘아빠와 할아버지의 노래’다.이채희 씨의 그림과 이 장학관의 시, 이흥우 시조시인의 시조가 3개의 챕터를 각각 꾸미고 있다. 이채희씨는 50대 중반의 아버지와 팔순 할아버지가 쓴 글을 읽고 사랑의 마음을 담아 떠오르는 그림을 그렸다. 그림들에는 노을을 항해하는 배, 달을 쫓는 아이, 꿈을 유영하는 해파리 등 시적 감성이 담긴 제목
문학/출판
김여진
2022.09.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