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출산 극복이 지구촌의 화두가 되고 있는 지금, 고민을 전혀 하지 않는 나라가 있다. 이스라엘이다. 2020년 기준 합계출산율이 2.9명에 달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38개 회원국 가운데 부동의 1위다. 반면에 우리나라는 지난달 통계청 발표에서 합계출산율이 0.81명으로 또 OECD 꼴찌를 기록했다. 1명 이하는 우리가 유일하고, 바로 앞순위인 이탈리아(1.24명)와 비교해도 큰 차이를 보이는 압도적 꼴찌다.이스라엘의 높은 출산율은 가족 문화를 중시하는 성서학적 이유 외에도 2차 세계대전 중 600만명의 유대인이 희생당한 홀로코
명경대
최동열
2022.09.06
-
천만도시 서울 강남은 ‘학세권’으로 유명하다. 지하철역 주변의 역세권은 어느 곳이나 있다 보니 학원가가 몰려있는 등 학군의 이점을 안고 부동산값이 올랐다. 주기적으로 물난리를 맞으면서 값어치가 떨어지는 중이라는 불평이 나온다. 입지 조건으로 녹지와 경관을 선호하면서 역세권에 이어 숲이 가까운 숲세권, 호수가 인접한 호세권, 개울이 흐르는 천세권이라는 유행어가 나왔다.육동한 춘천시장은 춘천역 일대를 역세권 스타일로 개발하겠다고 밝혔다. 기업, 상가, 기관, 주택 따위를 구역별로 쪼개 복합형태로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건축물 디자인이야
명경대
박미현
2022.09.05
-
2001년 개봉한 허진호 감독의 영화 ‘봄날은 간다’는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천편일률적인 로맨스 영화의 공식을 따르지 않았다는 점에서 평가받는 작품이다. 사랑의 어두운 면까지 담아내 깊은 여운을 남긴 이 영화는, “라면 먹고 갈래요?”라는 명대사로도 유명하다. 연인과 조금이라도 더 같이 있고 싶다는 마음을 담은 이 대사는, 장르를 불문하고 웬만한 TV 프로그램에서 한 번씩은 인용돼 널리 알려져 있다. 더불어 친근하지만 하찮게 여겼던 라면의 존재를 새롭게 인식하는 계기가 됐다. 봄날에서는 ‘라면’ 이외에도 “어떻게 사랑이 변하니?” “
명경대
이수영
2022.09.02
-
2008년 9월 러시아를 처음 찾았다. 그해 9월 모스크바 크렘린궁에서 개최된 이명박 대통령과 메드베데프 대통령 간 정상회담 취재목적 방문이었다. 당시 모스크바와 상트페테르부르크를 여행하며 친절한 러시아 사람들을 만났다. 그 뒤 2015년 7월 유라시아 친선 특급 사절단의 일원으로 다시 러시아를 방문했다. 극동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시베리아횡단철도(TSR)를 이용해 하바롭스크, 이르쿠츠크, 노보시비르스크, 예카테린부르크, 모스크바까지 가는 일정이었다. 중간중간 주요 도시에 머물며 우리와 러시아 문화를 교류하는 프로그램이 백미를 이뤘다.
명경대
남궁창성
2022.09.01
-
먼저, ‘권성동을 위한 변명’은 강원도 입장에서 쓰는 것임을 밝힌다. 국민의힘 원내대표인 권성동 의원은 강릉에서 태어나 초·중·고등학교까지 다닌 강원도 토박이다. 고교 졸업 후 중앙대를 거쳐 사법시험에 합격, 검사의 길을 걸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 후 여당의 원내대표가 됐지만, 그의 말투에는 여전히 투박한 강릉 사투리가 배어있다. 강원도 사람들은 모처럼 힘 있는 정치인의 등장을 반겼다.그는 박근혜 대통령 탄핵 당시 국회 법사위원장으로서 탄핵 소추위원으로 활동했다. 이로 인해 지난 20대 총선에서는 컷오프됐다가 무소속으로 출마해 어
명경대
천남수
2022.08.31
-
3면이 바다로 열려 있는 우리나라는 섬이 많다. 해양수산부 자료를 기준으로 무인도 2876개와 유인도 472개를 합해 모두 3348개의 섬이 있다. 인도네시아, 필리핀, 일본 다음으로, 세계에서 4번째로 많은 섬을 가진 나라이다. ‘다도국(多島國)’이라고 불러도 전혀 이상할 게 없다. 그래서 전국 구석구석을 표현하는 용어로 흔히 쓰는 ‘방방곡곡(坊坊曲曲)’보다 ‘진진포포(津津浦浦)’가 더 어울린다고 하는 이들도 많다. 섬나라 일본이 쓰는 용어여서 일반화하기에 거북하다면, ‘진진곡곡’ 정도로 육지와 바다를 모두 아우르면서 해양 중심
명경대
최동열
2022.08.30
-
글로벌시대를 강조하며 ‘세계는 하나’라는 말이 유행한 적이 있다. 사람 교류와 물류 유통에 국경이 없는 것은 물론 국가와 국가 간 장벽이 낮아져 더 우호적인 관계로 발전하는 기대를 포함하고 있다. 강대국에서 꺼내놓은 ‘세계는 하나’라는 구호는 막대한 자본의 힘으로 한 나라의 단물을 빨아들일 때 요긴하게 쓰였기에 더 이상 세계는 하나라고 믿지 않게 됐다. 강대국은 이전보다 혹심하게 자국 이익에 골몰하면서 약소국가는 더 버티기 힘들고, 정치리스크는 더 커진 형국이 됐다. ‘세계는 하나’라는 믿음을 배반한 셈이다. ‘우리는 하나’라는 표
명경대
박미현
2022.08.29
-
고려시대 이전에 창건된 것으로 추정되는 삼척 죽서루는 관동팔경 정자의 틀을 깬 반전의 건축물이다. 절벽 위에 있는 자연 암반을 반석으로 삼아 서로 다른 길이의 13개 기둥을 세워 지어져 팔경의 정자 중 가장 크다. 그래서 정자가 아닌 누각으로 분류된다. 무엇보다 바다 근처에 있는 팔경과는 달리 유일하게 강을 끼고 있다. 반대편에서 본 죽서루의 풍광은 오십천의 절경과 깎아지른 듯한 절벽, 소나무 숲, 누각 지붕이 조화를 이루어 웅장함을 자아낸다. 몽환적인 감흥도 불러일으킨다. 측면에서 보는 죽서루는 하늘로 비상하는 듯한 모양을 하고
명경대
이수영
2022.08.26
-
1945년 두 권의 책이 세상에 나왔다. 한 권은 ‘타임’이 선정한 20세기 100대 영문소설 중 하나인 조지 오웰의 ‘동물농장’이다. 다른 한 권은 인문사회분야에서 불후의 명저로 손꼽히는 칼 포퍼의 ‘열린사회와 그 적들’이다.동갑내기 두 책의 공통점은 인류가 20세기 초반 직면했던 스탈린의 소비에트연방 체제와 히틀러의 나치즘에 대한 고발이다. 두 지성인이 비판했던 전체주의는 흘러간 과거의 유물이 아니라 언제 어디서나 괴물처럼 다시 출현할 수 있다는 점에서 경계 대상이다.조지 오웰은 1937년 우파와 좌파가 격돌했던 스페인 내란에
명경대
남궁창성
2022.08.25
-
2018년 5월, 철원, 화천, 양구, 인제, 고성 주민대표들은 자신들이 사는 지역 이름을 ‘접경지역’ 대신 ‘평화지역’으로 사용하겠다고 결의했다. 이들 지역은 북한과 직접 맞닿아 있다는 지정학적 이유로 그동안 개발제한 등 불이익을 감수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4·27 남북정상회담을 계기로 접경지역은 남북 교류를 위한 교두보라는 위상을 갖게 됐다. 이를 낙후된 지역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삼겠다는 의지를 이름으로 드러낸 셈이다.이에 발맞춰 강원도는 평화지역 TF를 평화지역발전본부로 확대 개편했다. 평화지역발전본부에는 남북교류 사업을
명경대
천남수
2022.08.24
-
사냥을 나가 오랜 시간 놀이를 즐기던 황제가 주변 신하들에게 물었다. “이 일을 한휴가 알고 있느냐”황제는 당(唐) 현종이다. ‘개원의 치(開元之治)’로 불리는 태평성대를 연 주인공이다. 재위 초기 그의 곁에는 유능한 현신(賢臣)들이 많았다. 대표적인 이가 재상 한휴(韓休·673∼740년)다. 황제의 면전에서도 쓴소리, 직언을 서슴지 않은 인물이다. 하루는 한 신하가 “한휴가 재상이 된 뒤 폐하께서 많이 야위셨습니다”라고 걱정하자 현종의 내놓은 답이 일품이다. “나는 말랐지만, 천하 백성들은 살찌지 않았는가.” 그 신하에 그 임금이
명경대
최동열
2022.08.23
-
인명 피해와 주택 붕괴 등 재난을 부른 집중호우 여파가 지금은 강원지역 양돈농가를 잔뜩 긴장시키고 있다. 지난 5월 홍천에 이어 최근 양구의 한 양돈농장에서 발생한 아프리카돼지열병 감염 원인으로 같은 병에 걸린 야생 멧돼지의 분변 등이 빗물에 쓸려 농장 내로 유입됐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양구 농장에서 이 전염병에 걸린 것으로 확인된 돼지는 10마리였다. 그러나 산채로 매장당한 살처분 돼지는 무려 5614마리에 달한다. 8월 18일 동물위생시험소 정밀검사 결과 10마리가 양성으로 판정 났으며, 바로 이튿날인 19
명경대
박미현
2022.08.22
-
지난 2009년 8월 월정사 앞뜰. 고색창연한 팔각구층석탑을 배경으로 수준 높은 클래식 연주회가 열렸다. 대관령국제음악제와 대한불교조계종 제4교구 본사 월정사는 그해 음악제 마지막 연주회를 이곳에서 개최했다. 콘서트에선 조이 오브 스트링스와 메조소프라노 박선영이 출연, 모차르트와 차이콥스키, 드보르자크의 곡을 선사해 관객들의 박수갈채를 받았다. 정통 실내악의 정수를, 목탁이 울리던 월정사에서 감상해 반전의 매력을 경험하게 했다. 관객들의 환호는 경내를 가득 채웠다. 서양 실내악 앙상블과 천년고찰 앞마당이 드라마틱한 하모니를 만들어냈
명경대
이수영
2022.08.19
-
기자의 서가에 꽂혀 있는 책 중에 '시인의 울음'이 있다. 단국대 안희진 교수가 쓰고 돌베개가 2016년 펴냈다. 책 이름 옆에 ‘漢詩(한시), 폐부에서 나와 폐부를 울리다’라는 부제가 있다.이 책을 처음 읽던 날 저녁 책장 공백에 써놓은 메모가 ‘2019년 9월 30일. 狂氣(광기) 세상을 흔들다’라는 글귀다. 광기가 칼춤을 추던 시기는 문재인 정부에서 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을 둘러싸고 대한민국이 광화문과 서초동, 두 개로 쫙 갈라진 시점이다.9월 21일 정의당은 조국 사태와 관련해 사과했다. 23일 검찰은 조국 장관 자택을 압수
명경대
남궁창성
2022.08.18
-
“얼마 전까지만 해도 국정지지율이 40%까지 떨어져 얼굴을 들고 다닐 수 없었다. 요즘은 대부분 50%를 넘었고, 60%에 육박하는 여론조사도 있다. 이제 다시 한번 마음을 가다듬고 불철주야 노력해 주기 바란다” 2013년 6월 박근혜 정부 출범 100일을 즈음해 허태열 당시 청와대 비서실장이 직원 조회를 주재한 자리에서 한 말이다. 박 대통령은 취임 초 각종 악재가 겹쳐 국정지지도가 40%까지 떨어졌다가 100일쯤에서 회복돼 안정감을 찾았다. 역대 대통령들은 취임 초기에 60~70%대의 높은 지지율을 기록하다가 각종 악재로 차츰
명경대
천남수
2022.08.17
-
강릉 경포의 팔경 중에 ‘강문어화(江門漁火)’라는 볼거리가 있다. 경포 인근 ‘강문 앞바다의 고기잡이배 불빛’을 말한다. 어두운 밤에 출어한 어선 선단이 물고기를 모으기 위해 켜는 집어등(集魚燈) 불빛이 수평선 저편을 훤히 밝히는 장관을 경포의 여덟 가지 구경거리 가운데 하나로 꼽은 것이다. 어선들이 떼 지어 불을 밝힌 모습이 마치 요란하게 꽃이 핀 것 같다고 해서 ‘어화(漁花)’로 표현하기도 한다. 집어등은 빛에 반응하는 ‘주광성 어류’를 잡기 위한 일종의 유어 시설이다. 여름밤에 불나방 등이 불빛에 달려들듯이 바닷고기 중에도 불
명경대
최동열
2022.08.16
-
‘훈련은 무자비하게…’ 화천군 사내면 삼일리 27사단 이기자부대 유격장에는 한때 ‘무자비 석’이라는 비석이 있을 만큼, 악명 높은 훈련으로 유명했다. 전방 예비사단의 특성상 훈련 강도가 높을 수밖에 없지만, 사단은 거친 지형으로 훈련이 힘들 수밖에 없었다. 동고동락하던 병사들의 전우애가 유달리 강했던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전역자 중에서도 이기자부대 출신들의 긍지와 연대감은 남다르다.중부 전선을 책임지는 27사단은 전군에서 유일하게 행동 실천 형 명칭을 가진 부대다. 27사단에 대해 ‘한국전쟁 때 한 번도 못 이겨서’ 또는 ‘북한
명경대
이수영
2022.08.12
-
지난 8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한 기자가 출근하는 윤석열 대통령과 약식회견 중 “대통령님, 파이팅!!”을 외쳤다. 윤 대통령은 “고맙습니다”라고 화답한 뒤 질문에 응했고 동료기자들은 웃음으로 이 순간을 공유했다.그 뒤 한 외국 기자가 이 기자를 지목해 “치어리더처럼 윤 대통령 발밑에서 굽신거리는 모습이 민망하다”고 했다. 글쎄? 기자이기에 앞서 한 인간을 향해 단지 “대통령님, 파이팅!!”을 했다는 이유로 ‘치어리더’라는 표현을 동원해 ‘대통령 발밑에서 굽신거린다’는 주장은 인격 살인이다.점입가경. 인권 변호사를 자처했던 문재인 대통
명경대
남궁창성
2022.08.11
-
전쟁이 벌어지면 부상자가 많이 발생한다. 대형 재난이 발생했을 때도 다친 사람이 속출한다. 이렇게 갑자기 많은 부상자가 발생했을 때 누구부터 조처해야 할까. 일반적으로 큰 사고나 대규모 재해 등으로 다수의 부상자가 발생했을 때 부상자 상태에 따라 치료 우선순위를 분류하는 기준이 있다. 이를 ‘중증도 분류(Triage)’라고 하는데, 일종의 골든타임을 지키기 위한 것으로 볼 수 있다.중증도 분류에 따르면 부상자는 상태에 따라 네 부류로 나누어진다. 부상자 분류는 대체로 1분 이내에 신속하게 결정되는데, 부상 정도에 네 가지 색깔의 마
명경대
천남수
2022.08.10
-
강릉의 둘레길인 ‘바우길’ 구간 중에 ‘어명을 받은 소나무길’이라는 별난 이름을 가진 코스가 있다. 대관령 아래 성산면 보광리에서 명주군왕릉까지 12.5㎞ 산길이다. 이 길이 특별한 이름을 가지게 된 것은 광화문 복원과 관계가 깊다. 지난 2007년 광화문 복원 때 기둥으로 쓸 소나무를 여기서 벌채했다. 길 중간에 있는 ‘어명정(御命亭)’은 그 사실을 알려주는 상징적 시설이다. 아름드리 금강소나무를 베어내면서 옛 예법에 따라 ‘어명을 받아 벌채한다’는 것을 알리는 고유제를 지내고, 베어낸 그루터기에 정자를 세워 벌채의 뜻을 기렸다.
명경대
최동열
2022.08.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