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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사 곽탁타는 장안 풍악마을에 살았다. 나무를 심는 것으로 업을 삼았다. 나라의 권세 높은 양반들과 부자들이 그를 찾았다. 탁타가 나무를 가꾸거나 옮겨 심으면 죽는 일이 없었다. 항상 잎은 무성하고 열매는 풍성했다. 한 사람이 찾아와 그에게 물었다. “자네가 가꾸는 나무는 유독 건강한 데 이유가 무엇인가?” “제가 하는 일은 없습니다. 단지 나무의 본성을 거스르지 않고 돌보아줄 뿐입니다. 나무 본성이라는 것은 뿌리는 바르게 뻗으려고 하고 북돋움은 고르길 바랍니다. 또한 흙은 옛것을 좋아하고 뿌리는 꼭꼭 다져주기를 원합니다. 이런
명경대
남궁창성
2022.0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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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2월 대한민국 절반의 국민이 박근혜를 대통령으로 선택했다. 이에 반해 나머지 절반의 국민은 절망했다. 민주당은 김대중 정부에 이어 노무현 정부까지 정권 재창출에 성공했지만, 다시 이명박 정부로 정권교체된 이후 전직 대통령 노무현의 안타까운 죽음이 있었다. 절치부심하며 18대 대선에서 정권 탈환에 나섰던 민주당은 그러나 패배하고 말았다. 나머지 절반의 국민이 절망한 이유다.당시 민주당 문재인 후보를 지지하면서 정권교체를 열망했던 나머지 절반의 국민들은 매스컴을 통해 전해지는 박근혜 정부 출범 소식이 반가울 리 없었다. 이
명경대
천남수
2022.0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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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년 전인 2008년 12월, 초겨울 추위가 매섭던 날, 삼척시 미로면 활기리 준경묘에서 세간의 시선을 끄는 소나무 벌채 행사가 있었다. 그날 모두 20그루의 아름드리 소나무가 잘려 나갔다. 앞서 그해 2월에 전 국민의 한숨과 비탄 속에 불에 타 소실된 국보1호 숭례문 복원에 사용될 소나무였다. 당시 문화재청은 전국의 산을 뒤져 우량 목재를 구하면서 이곳 준경묘역의 소나무를 낙점했다.준경묘는 조선 태조의 5대조인 양무장군(陽茂將軍)의 묘소다. 주변 120만평 산림에 어른 두 팔로 안아도 반 정도밖에 미치지 못하는 토종 금강송 거목
명경대
최동열
2022.0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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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장 9일간 거센 불길에 놓여 역대 최장시간 피해를 준 울진·삼척 산불이 학수고대 끝에 어제(13일) 마무리됐다. 2000년 동해안 산불 191시간보다 22시간 길었을 뿐만 아니라 같은 기간에 발생한 강릉·동해 산불을 포함하면 피해면적 역시 2000년 2만3794㏊을 넘어서는 2만4923㏊였다. 봄비가 내리지 않았다면 더 긴 사투를 벌여야 했다. 이번 산불을 더 악화하고, 완전 진화를 어렵게 한 3대 원인으로 바람, 연기와 함께 ‘송전철탑’이 꼽혔다. 송전철탑은 울진 원자력발전소 등에서 생산된 전기를 수도권으로 보내기 위한 것으로
명경대
박미현
2022.0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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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아이가 무슨 말을 할 때마다 ‘어쩔티비’ ‘저쩔티비’ 하고 대꾸를 해 너무 듣기 싫다네.” 초등학생 자녀를 둔 한 가장이 털어놓은 하소연에 친구들도 공감한다. 각종 신조어가 넘쳐나는 요즘, ‘어쩔티비’가 청소년들 사이에서 가장 인기를 끄는 말 중 하나라고 한다. 내용을 알고 보면 그저 유행하는 말투라고 넘기기엔 씁쓸한 구석이 있다. ‘어쩌라고. TV나 보세요’라며 남의 간섭을 받기 싫어할 때 쓰는 말이란다. 지난해 말부터 유행하던 이 말투는 요즘 한 한 코미디 쇼 프로에서 패러디하며 인기를 더하고 있다. 여고생들끼리 ‘대화 배틀
명경대
이수영
2022.0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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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공황이 1929년 뉴욕 주식시장을 강타했다. 자본주의 붕괴의 전주곡이라는 분석이 이어졌다. 지구 반대편 스탈린의 소비에트연방 사회주의는 노동자, 농민의 ‘지상낙원’으로 미화됐다. 서방과 얼치기 지식인들은 소련의 불편한 진실을 외면했다. 조지 오웰이 스탈린의 전체주의를 고발한 소설 ‘동물농장’은 영국 정보국의 방해로 출간이 미뤄졌다.1930년대 초반 소련령의 우크라이나에서는 스탈린에 의해 자행된 대기근 홀로도모르(The Holodomor)로 450만명이 살해되고 있었다. 카자흐스탄에서도 200만 명이 허기진 배를 움켜쥐고 숨져갔다.
명경대
남궁창성
2022.0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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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8년 5월 10일 총선을 통해 대한민국 헌법을 제정하기 위한 제헌국회가 구성됐다. 제헌헌법은 당초 의원내각제였으나, 의장이었던 이승만은 대통령제를 주장했다. 결국 그 해 7월 17일 헌법을 공포하고, 간접선거로 이승만을 대통령으로 선출했다. 초대 대통령 이승만은 2대에 이어 3대까지 대통령으로 재임하다가 4·19혁명으로 하야했다.제4대 대통령은 윤보선이다. 그는 내각제 정부에서 대통령을 지냈으나, 5·16 군사쿠데타로 물러났다. 5대부터 9대 대통령은 박정희다. 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후 대통령에 오른 박정희는 3선 개헌과 유신
명경대
천남수
2022.0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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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 일정 막바지에도 투표할 후보나 정당을 결정하지 못한 것을 ‘부동층’이라고 한다. ‘부동층이 선거를 좌우한다’라는 명제가 이번 대통령 선거에도 어김없이 나타났다. 후보 당락을 좌우하곤 하는 부동층의 실체를 밝혀내기 위한 여러 연구가 있었다. 부동층은 도대체 누구인가? 선거 때마다 매번 바뀌는가? 등의 의문을 분석해온 것이다.과거엔 부동층을 두고 정치와 선거에 관심이 덜하거나 참여할 뜻이 거의 없는 성향을 가진 것으로 한꺼번에 묶어 취급했다. 선거 관심이 낮은 중도 성향의 무당파 유권자 중에서 부동층 비율이 높다는 연구 결과도 있
명경대
박미현
2022.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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걱정했던 산불 참화가 또 재현됐다. 울진과 삼척, 강릉, 동해, 영월에서 동시다발로 초대형 산불이 발생, 피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선거를 앞두고 조심하자고, 긴장하자고 그렇게 다짐했건만 결국 사달이 나고 말았다. 지역마다 축구장 몇 만개, 몇천개 크기의 푸른 숲이 하룻밤 새 숯덩이가 되고, 수많은 이재민이 삶의 터전을 잃었으니 피해 현장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먹먹하다.공교롭게도 동해안은 민심의 선택이 있는 해에 거의 어김없이 큰 산불로 홍역을 치렀다. 15·16·17대 총선이 실시된 1996년과 2000년, 2004년에는
명경대
최동열
2022.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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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초 온라인게임 ‘바람의 나라’를 선보이며 게임 산업을 개척한 김정주(1968~2022) 넥슨 창업자가 얼마 전 세상을 떠나자 생애를 더듬는 뉴스가 있었다. 검사 뇌물 사건이 아니었으면 더 큰 성취를 했을 것이라는 안타까움이 적지않았다. 창업 당시 카이스트(KAIST) 학생으로는 비주류였기에 오히려 세계를 바꿀만한 일을 해냈음을 상기시켰다. 지도교수였던 현 KAIST 이광형 총장은 그가 사회성이 떨어져 나중에 밥벌이나 하려나 걱정할 정도로 부적응 학생이었다는 것. 하지만 미래 네트워크사회를 내다보고 스스로 원하는 길을 찾아 자
명경대
박미현
2022.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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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8년 5월 10일 첫 보통선거가 실시됐으나 군인은 투표권이 없었다. 1950년 5월 제2대 총선에서야 투표할 수 있었다. 상명하복 군대문화는 정치권과의 부정부패 결탁으로 이어졌다. 여당인 자유당 후보자를 찍도록 조직적인 선거부정이 만연했다는 증언이나 주장이 적지 않았다. 1~3대 12년간 대통령도 모자라 더 집권하려던 이승만이 1960년 3월 15일 대대적 부정선거로 국민적 저항에 부딪혀 쫓겨나자 우편 형식의 부재자투표제가 도입됐다. 군대 내 선거부정을 방지하기 위해서였다. 11, 12대 대통령인 전두환의 득표율은 각각 100
명경대
박미현
2022.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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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가 깨질 듯 아프다. 어제 무슨 일이 있었는가. 영업시간도 1시간 늘어난 김에 기분을 더 냈더니, 역시 술꾼의 아침은 괴로움으로 시작되는가 보다. 술 얘기로 치자면 애주가로 널리 알려진 조지훈 시인이 유명하다. 그는 주도유단, 주객이 아니라 성명, 술이 인정이라, 춘풍주담, 호리입법론 등 술을 주제로 적지 않은 수필을 썼다. 그중 호리입법론에 보면 “술이 취해 집을 갈 때는 너의 취중의 발길을 정반대로 돌려야 한다”거나 “너는 모든 일에 너의 감정이 하고 싶어 하는 바의 정반대의 길을 취해야 한다”는 구절이 있다. 호리(壺裡)는
명경대
천남수
2022.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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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는 미국과 유럽연합(EU)에서건 러시아에서건 전략적 요충지이다. 러시아 입장에서는 역사적 공유와 갈등이 공존하는 곳이자 크림반도와 돈바스에 러시아인이 전체의 4분의1을 차지하는 구조로 유라시아경제연합의 중요한 일원이며 서방의 동진(東進)을 차단할 수 있는 완충지대이다. EU와 미국 주축의 나토(NATO) 입장은 상승된 경제력을 등에 업고 옛 소비에트연방 독립국에 영향력을 팽창 중인 러시아 방어에 긴요하다. 두 세력은 소련 붕괴 후 우크라이나 핵무기 폐기에는 공동협력했으나 2000년대 후반부터 대립구도 격화로 EU의 재무장
명경대
박미현
2022.0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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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폭설이 내린 수도권 지역의 도로 곳곳이 얼어붙고 교통체증이 빚어지면서 ‘배달의 민족’이나 ‘쿠팡이츠’ 등 배달앱을 통한 배달비용이 평소보다 2~3배 오른 것은 기본이고 많게는 10배까지 급등해 이용객들의 불만이 폭주했다. 배달앱을 운영하는 업체들은 배달이 지연될 수 있다고 공지하기 바빴고 일부 가게는 아예 배달서비스를 중단하기도 했다. 혼란이 커지자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배달서비스 종사자들의 안전을 위해 잠시 주문을 자제하자는 주장이 나오기도 했다.폭설 때 음식을 주문한 소비자는 몇만원으로 치솟은 배달비와 몇시간이
명경대
진종인
2022.0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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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병하 치안감(1928~1988)은 양양초등학교를 나와 1949년 육사 8기로 투신해 한국전쟁 때 춘천전투 등에서 공훈을 세우며 군인의 길을 걷다가 1962년 경찰공무원이 됐다. 경무관 33명에 포함되는 승진을 거쳐 1974년 강원경찰국장으로 왔다. 1976년 2월에는 속초와 춘천에서 굵직한 사건이 터졌다. 18일 에베레스트 원정 설악산 등반훈련대 조난사건 현장 지휘에 이어 28일에는 화천행 직행버스가 춘천호에 추락해 32명 전원 숨지는 대형사고가 발생하자 군경합동으로 횃불을 밝히고 철야 작업해 이튿날 인양해냈다.경기경찰국장을 거쳐
명경대
박미현
2022.0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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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정치에서 여론조사가 막강한 힘을 발휘한 것은 대통령선거의 후보 단일화일 것이다. 이번 대선에서도 안철수 야권 후보는 여론조사 방식의 후보 단일화를 제안했다. 물론 적합도냐 경쟁력이냐를 놓고 논란이 있었지만, 여론조사가 실제로 대권을 좌우하는 시대가 됐다. 또한 여론조사를 반영해 각 정당의 대표 등 지휘부 선출과 공천자를 선정하기도 한다.여론조사의 영향력 크기만큼 여론조사 자체의 신뢰성에 대한 문제제기가 잇따르고 있다. 지금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를 통해 여론조사와 공표를 엄격하게 관리하고 있지만, 예전에는 정체불명의 여론조
명경대
천남수
2022.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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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양지인(宋襄之仁)’이라는 말이 있다. 직역해 옮기면 ‘송나라 양공의 어진 마음’이다. 그러나 백과사전에는 ‘제 분수도 모르고 쓸데없이 인정을 베풀거나 불필요한 동정이나 배려를 하는 어리석은 행동’을 일컫는 말로 풀이돼 있다.중국 춘추시대, 강대국 초(楚)나라와 전쟁을 벌이던 송나라 군사가 홍수(泓水)라는 큰 강을 사이에 두고 대치했을 때다. 양공은 “강을 건너면서 대오가 흐트러진 적을 쳐야 이길 수 있다”는 재상 목이(目夷)의 재촉에 “적이 곤란한 틈을 노려 공격하는 것은 군자가 취할 도리가 아니다”며 대군의 도강을 그냥 지켜본
명경대
최동열
2022.0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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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배업은 1980년대 한국고속서비스가 고속버스를 이용한 서류나 화물을 대신 찾아 배달하는 시스템이 시초였으나 나중에 불법으로 찍혔다. 1989년 자동차운수사업법으로 제도화한 뒤 1992년 6월 ‘한진 파발마’가 첫 허가로 택배업을 개시했다. 허가 없이도 영업할 수 있게 되자 2000년대 초반 200여곳까지 늘었다. 속도와 가격 경쟁에 가속도가 붙으며 대형자본 없이는 살아남기 어려운 구조가 됐다. CJ그룹은 2011년 대한통운을 계열사로 편입해 소수 택배 기업 중에서도 지배자가 됐다.소비자 만족을 이끌며 일상에 필수가 됐을 정도로 고
명경대
박미현
2022.0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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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에서 현존하는 가장 큰 동물인 코끼리는 크게 아시아와 아프리카계로 나뉜다. 코끼리는 태국에서도 특별한 의미를 지닌 보호종인데 특히 ‘하얀 코끼리(white elephant)’는 신성한 존재로 여겨졌다. 그런데 태국이 ‘시암 왕국’으로 불리던 시절, 교활한 왕은 자신이 싫어하거나 마음에 들지 않은 신하에게 ‘하얀 코끼리’를 선물로 줬다고 한다. 왕이 준 선물을 극진히 모시기 위해 비용을 너무 많이 사용한 이 신하는 결국 파산할 수밖에 없었다. 이러한 연유로 대규모 스포츠 이벤트나 국제행사 후에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유지비만 많이
명경대
진종인
2022.0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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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일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앞에 한 무리의 젊은이들이 나타났다. 이들은 2030 대학생, 직장인으로 구성된 ‘행동하는 보통 남자들’ 회원이었다. 자신들도 ‘이대남(20대 남성)’이라고 밝힌 이들은 기자회견을 갖고 “이대남이 고작 페미니즘에 대한 조롱과 괴롭힘의 대표로 인식되는 현실이 개탄스럽다”며 정치와 언론은 여성혐오를 멈추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20대가 취업난과 비싼 집값에 절망하는 것은 페미니즘 때문이 아니라, 구조적 모순과 엇나간 정책 때문”이라고 진단하고 ‘이대남’의 다양성을 무시하고 정치적 이해에 따라 자신들을
명경대
천남수
2022.02.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