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정석 한국은행 강원본부장
▲ 장정석 한국은행 강원본부장
지난 6월 12일로 한국은행이 창립 70주년을 맞이했다.창립 원년이었던 1950년도와 마찬가지로 국민 모두가 한마음으로 코로나19 사태를 이겨내기 위해 힘쓰고 있는 지금도 창립을 축하만 하기에는 현실이 엄중하다.

한국은행은 돈을 풀고 거두는 통화정책을 한다.경제안정과 발전을 그 목표로 한다.이를 위해 1998년부터 물가안정목표제를 운용하고 있다.통화량과 같은 중간목표를 정해두고 이를 달성하려던 예전 방식과는 달리 물가안정목표제는 기준금리를 올리거나 내려서 최종 물가목표를 이루는 방식을 말한다.현 물가목표는 소비자물가상승률(전년동기대비) 2%이다.최근 소비자물가는 5월에 전년동기대비 0.3% 하락하는 등 목표보다 낮은 상황이다.

한은은 금리를 낮추며 돈을 풀고 있다.과거 높은 물가상승을 겪으면서 우리는 물가상승률이 낮았으면 하고 바랐었다.하지만 물가상승률이 아주 낮은 것도 그리 좋은 상황이 아니라는 것을 최근 들어 경험하고 있다.높을 때와 마찬가지로 낮을 때도 경제가 불안정해질 수 있다.예를 들면 값이 내려갈 거라는 생각에 물건을 제때 사지 않아 그만큼 회사 수입이 줄고,종업원의 봉급도 결국 줄어든다.심하면 일자리를 줄이거나 문을 닫는 회사가 늘어날 수도 있다.

왜 물가인가?중앙은행의 역사에서 유래를 찾을 수 있다.19세기 후반 이후 금본위제하에서는 각 나라의 돈이 금과 일정한 비율로 교환됐다.그때 미국의 통화정책은 달러와 다른 나라 돈과의 교환비율인 환율을 안정시키는 것을 목표로 했다.따라서 미국 중앙은행은 국내 경기변동을 적극적으로 관리할 수가 없었다.결국 대공황(1929∼39)과 함께 대량 실업을 경험하게 되었다.이를 극복하기 위해 정책의 관심이 고용으로 바뀌었다.필립스곡선(실업률과 물가상승률 간의 반비례 관계를 표현)이 잘 작동하고 있다고 믿고 진행됐다.그런데 1970년대 들어 실업률과 물가상승률이 동시에 높아지는 스태그플레이션이 나타났고 안정을 지키기 위한 판단 목표지표가 물가로 바뀌었다.물가는 경제 상황을 잘 반영하는 ‘경제의 체온계’라 할 수 있다.

한편 물가안정목표제 도입 때 물밑으로 가라앉았던 금융안정 역할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한국은행법’에 명시화되고 이에 맞춰 한은은 금리를 인하하고 유동성을 공급하기도 했다.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 최근에는 새로운 방식으로 돈을 풀고 있다.보통 때에는 필요한 쪽으로 돈이 흐르기를 기다리겠지만 긴박한 시기이다 보니 필요한 쪽으로 직접 돈을 푸는 방법을 새로이 고안했다.예를 들면 금융안정특별대출제도,코로나19 사태의 피해를 입은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대출제도 등이 있다.중앙은행제도는 각국의 상황에 맞게 진화해 왔다.한국은행도 지난 70년간 많은 변화가 있었다.앞으로도 적지 않은 변화가 예상된다.

코로나19 사태로 힘든 요즘 ‘체온이 정상’이라는 말과 같이 듣기 좋은 말이 없다.한국은행 창립 70주년을 맞이해 활력을 되찾고 안정적 성장을 이루는 우리 경제를 기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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