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유진

좁은 방에

붉은 등을 켰다

불빛 아래 아득한 어두움

코끝에 닿는 흐릿한 냄새

손에 잡히는 낯익은 용기들

낡은 먼지에 기억을 잊어버린 필름

침묵하던 말들이 어둠에서 달려온다

빛에서 입자들이 뛰쳐나올 즈음

하얀 종이의 빛 그림자

바닥에 잠든 기억이 손짓을 한다

시간에 엎드린 나는

그저 자유다

붉은 등 아래 나는 끝없이 자유다

자유가 몸짓을 한다

뿌연 기억들이 몸짓에 현상이 되고

먼지의 시간들이 돌아오고 있다

낡은 그림이 줄에 걸린 채 말을 한다

기억조차 희미한 빛은

내게 오래된 말을 하며

그림이 하나씩 불쑥 일어나면

나는 그때로 돌아가

자유함을 만끽하며 노래 부르리라

시간의 그림자가 다가온다

사랑했던 시간이 돌아온다

끝없이 말을 한다

붉은 등 아래

내 오래된 낡은 시간을 읽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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