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 풀어 헤친 원시인들이

번뜩이는 눈으로

나를 보고 씨익 웃고 있다



움막 옆 돌 의자에 앉아

골똘히 흙을 반죽하다가

파도 당겨 곡선을, 산을 주물러 세모를

물고기 뼈를 발라 빗살무늬를

정교한 문신처럼 토기에 그려넣고 있다



원시인이 던진 창이 빗살 되어

허공에 금을 긋고 지나가고

진열대 위 빛바랜 토기들

불에 구워지던 씨줄과 날줄

뒤틀리던 비명이 기하학무늬로

수평선처럼 선명하다



벌판 가득 억새들이

오산리 유적지를 흔드는데



후드드 선사시대 소나기가 빗금 그으며

금이 간 빗살무늬 토기에

종일 제 몸을 때리고 있다

*양양 오산리에 있는 신석기 시대인들이 살았던 선사주거 유적지.사적 394호.



권정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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