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변을 걷습니다

바다의 지퍼를 열면 꼬리가 튀어 올랐지요

결국, 눈꺼풀이 열리면

순간이 감각이 온몸이 모래산이

자꾸 찰나로 태어나곤 합니다



돌이 새처럼 가벼워지면 내 안에 우르르 쏟아지는 모래알들

내 왼쪽 발바닥에 뾰족하게 돋아나 아픈 맨발이 자랍니다

후회에 부딪힌 무릎엔 파도가 가득합니다



모래는 무릎이 파묻힌 언덕을 세우다 낡은 새의 날개로 사라지곤 합니다

그럴 때마다 젖지 않는 한 벌의

감정을

잠수복을

찾습니다



사유 속에 갇힌 새 발자국을 깨트리는 일

마침내 부서지는 고래가 되는 일입니다



천둥보다 먼저

내가 쏟아지는

우기의 계절이었던 적,

누구나 그런 적 있지 않나요



해안선을 찢고 나온

해가 들지 않는 얼굴에서 모래알이 쏟아집니다



해일이 모가지를 끌고 나오는 저 붉은 대낮

나는 털어내고도 쉽게 흘러내리는 바닥,

밑바닥을 씨앗으로 떨어뜨립니다



생각을 오래 걸으면 내 눈은 빨개집니다

공중에 구겨진 종이비행기를 펴다가

고요한 실족, 구름으로 출렁였다가

자꾸만 재생하는 햇볕을 쬐고 싶은 나는 지금 내가 되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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