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선,삼척,원주 등 강원도 곳곳 담은 풍경 눈길

▲ 영화 ‘기적’ 스틸컷
▲ 영화 ‘기적’ 스틸컷

“마스크를 새로 바꿔야 할 것 같아.콧물이 너무….”

지난 14일 저녁 영화 ‘기적’의 춘천 시사회가 끝난 후 극장을 나오면서 한 관객이 남긴 말이다.기차역을 소재로 한 영화가 이렇게 관객들의 눈물을 쏙 뺀 이유가 뭘까.게다가 이 영화의 모티브는 대한민국 최초의 민자역인 양원역이다.관객 모두 1988년 간이역이 만들어졌다는 역사의 스포(스포일러의 줄임말로 영화 등의 내용을 미리 알려주는 행위)를 당하고 간 것.

그 비결은 약간의 변주에 있다.이 영화는 실화를 다룬 국내 영화들의 전형적인 스토리를 따라가지만 판타지적 요소를 가미하면서 플롯 변주를 시도했다.신파 코드에서도 조금 달랐다.억지 눈물을 쥐어짤 포인트를 향해 극을 전개해 오히려 몰입을 방해했던 앞선 영화들과 달리 이를 곳곳에 배치했다.기존 영화가 강력한 훅을 날렸다면 ‘기적’은 쉴 틈 없이 잽을 날린 셈.상투적인 대사가 예상됐지만 그 배치와 조성을 예측하지 못하게 하면서 관객들에 눈물의 KO패를 안겼다.

▲ 영화 ‘기적’ 스틸컷
▲ 영화 ‘기적’ 스틸컷

등장인물에 부여된 뻔한 역할은 아쉬운 지점이다.특히 주인공의 누나와 여자친구 등 여성캐릭터는 그의 조력자로만 등장한다.이들은 자신의 인생보다 동생을 돌보는 것이 좋다거나 꿈이 누군가의 뮤즈가 되는 것이라는 말을 하면서 주인공을 돕는다.1980년대가 시대배경이라는 점이 면죄부가 될지는 관객이 판단할 몫이다.

가슴 따뜻한 부분도 많다.남과 같았던 아버지와 아들이 역시 ‘그 아버지에 그 아들’임을 보여주는 지점들이 다수 등장하면서 가족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한다.꿈과 도전을 강조하며 ‘N포 세대’를 향한 용기도 북돋아 준다.조금 늦더라도 제 자리를 찾아가길 응원한다.

목숨을 담보로 철로를 걷는 주민들이 국가로부터 외면 당하는 모습을 통해 지역소외에 대한 생각할 거리도 던진다.대대적인 도시정비 사업이 진행됐던 올림픽이 열렸던 해라는 점을 감안하면 그 격차는 더욱 크게 느껴진다.

▲ 영화 ‘기적’ 스틸컷
▲ 영화 ‘기적’ 스틸컷

강원도 관람객들이 재미를 느낄 요소들도 많다.영화 배경은 경북 봉화로 행정구역상 경상도에 속하지만 강원남도라 불릴 만큼 강원도와 맞닿은 지역이라서 강원도와 경상도를 섞은 독특한 사투리를 그대로 살렸다.강원도 곳곳을 담은 풍경도 눈길을 사로잡는다.정선 임계면 낙천리의 실제 가정집과 유천리 일대에 제작된 오픈세트에서 촬영이 진행됐고 근대유산인 삼척 도경리역과 원주 간현유원지 등이 등장한다.

한승미 singme@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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