붓 한 끝이 가을의 반원을 그린다

바람의 발자국 소리에 문을 여는 갈대숲

첼로의 긴 활이 갈대의 울음을 조율한다

갈대숲에서 은비늘 같은 조각구름이 피어나고

바흐의 “무반주 첼로를” 연주하는 듯

비음과 저음으로 낮은 음표처럼 흔들리는 갈대

그 갈대숲을 피치카토로 튕겨본다

순례자의 기도 같은 우주의 울림소리

그 울림소리에 기러기도 날아가다 멈춰 서서

뮤즈의 손을 잡고 갈대숲을 건넌다

 

현종길


*김춘배 화가의 그림 ‘조율’을 모티브로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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