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영 화천주재 부국장

내년 3월 9일 대선이 약 3개월 앞으로 다가왔다. 선거를 앞두고 각 당 후보 캠프에선 집값 안정을 위한 다양한 공약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이들 공약의 주요 내용은 공급물량 확대로 볼 수 있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주자들은 모두 임기 5년 내 250만호 주택 공급을 약속하고 있다. 이재명 후보의 기본주택과 윤석열 후보의 청년원가주택은 매체의 주목을 받으며 선거의 주요 이슈로 부상하고 있다. 이같은 정책들이 실현 가능한지를 놓고 여야가 시비를 가리자며 팽팽히 맞서는 형국이다. ‘이번 선거는 부동산 선거’라는 말을 실감나게 한다.

집값 안정은 집없는 서민들의 가장 큰 관심사다. 서울 아파트가격은 엄두를 내지 못할 정도로 치솟았고, 영원히 집을 가질 수 없을 것이라는 공포는 젊은 층으로 번지고 있다. 이로 인해 ‘영끌’이라는 신조어까지 탄생시키며 사회의 가장 큰 주제로 떠올랐다. 대선을 앞둔 각 캠프가 집값 안정 대책과 주택 공급 정책을 내놓은 것은 당연하다. 주거 보장 없이 안정적인 생활을 영위하기는 힘들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같은 소식을 접하는 강원도 접경지 등 지역 주민들의 표정은 씁쓸하기만 하다. “수십만호 수백만호 주택 공급이 우리와 무슨 관계가 있냐”는 반응이다. 결국 서울과 수도권에 거주하는 시민들을 위한 정책일 뿐이고, 중앙으로 인구가 집중돼 지방은 쇠퇴할 수밖에 없다는 인식이다. 그렇지 않아도 수도권이 비대화 기형화되고 있는데, 이러다가 비수도권은 공동화의 길로 갈 수밖에 없다는 암울한 전망이 나온다. 지방 균형 발전은 요원해질 것이라는 우려가 깊어져 “억울하면 서울 가서 살라”는 냉소적인 말까지 오가는 현실이다.

지금 화천 등 접경지는 소멸 위기를 논해야 하는 심각한 위기에 놓여 있다. 인구는 계속 줄고, 그나마 지역경제를 지탱하던 군부대도 국방개혁 2.0 계획에 따라 폐지 수순을 밟고 있다. 군사보호구역, 상수원보호구역 등 규제로 덮여 변변한 제조시설을 설치하기도 쉽지 않다. 여기에 국방부가 군납 농산물을 경쟁조달체계로 전환할 계획을 내놓아 지역에선 농업기반이 붕괴될지 모른다는 절망감이 감돌고 있다. 군납 농가들은 지난달 상경집회를 갖고 삭발투쟁을 벌이는 등 생존권을 지키기 위한 몸부림을 치고 있다. 위기감은 강원지역만의 상황이 아니다. 지역균형 발전과 인구소멸 위기 극복을 위해 특례군법제화추진협의회 24개 회원 군(郡)이 지난달 인구감소지역 지원 특별법 제정을 요청했다. 비수도권 공동화와 소멸 위기에 대한 전국적인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그러나 여야 선거 공약에서 지역균형발전은 수도권의 관심사에 밀려 후순위에 자리하고 있다. 물론 대선이 가까워져 구체적인 공약 발표와 정책적 논의가 이루어지면 지역의 문제도 다루어질 것이라는 기대도 있지만, 현재로서는 서울과 수도권의 현안들이 ‘블랙홀’처럼 다른 이슈를 흡수하고 있다. 비수도권의 문제들은 각 캠프의 정치적 공방에 에 가려져 가시권 밖으로 밀려나고 있다.

인구의 절반 이상이 국토 면적의 11%인 수도권에 살고 있는 기현상을 해결하기 위한 방안을 심각하게 논의해야 한다. 정부는 전국 시·군·구 89곳을 인구감소지역으로 지정·고시하고 지방소멸대응기금을 신설, 운영하기로 했다. 그러나 단순한 자금 지원 차원을 넘어 균형 발전의 큰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것이 지역의 목소리다. 교육·의료·교통 인프라를 확충하는 것은 물론, 수도권에 집중된 산업을 재편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갖는다. 산업과 일자리가 있어야 지역 소멸 위기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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