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드레아스 에릭슨 개인전 ‘해안선’
서울 학고재 내달 20일까지
생태 보전된 DMZ 자연서 영감
정치 초월한 바다로 시선 이동
동해안 색·질감 직조하듯 표현
3m 대작부터 소품까지 다양

▲ 사진 왼쪽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안드레아스 에릭슨 작품 ‘해안선#1’·‘해안선#2’·‘해안선#12’ 작품과 작가의 작품활동 모습.
▲ 사진 왼쪽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안드레아스 에릭슨 작품 ‘해안선#1’·‘해안선#2’·‘해안선#12’ 작품과 작가의 작품활동 모습.

서울의 한 갤러리가 동해의 해안선 그림으로 가득 찼다. 물감 획으로 동해안의 색채와 질감을 천을 짜듯 직조해 낸 작품들이다.

안드레아스 에릭슨 개인전 ‘해안선(Shoreline)’이다. 서울 종로구에 있는 학고재 갤러리에서 16일 개막한 이 전시의 구상은 한국의 비무장지대(DMZ)에서 시작됐다.

에릭슨 작가는 비무장지대라는 장소가 갖는 이념적 성격보다는 환경적 특성에 주목했다. 남북한을 가르는 긴장의 땅이라는 이데올로기를 배제하고, 70년 넘게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아 생태가 보전된 자연에서 영감을 얻었다. 소유권도 없고, 스스로 자라는 땅. 그것이 작가가 한반도 DMZ에 관심가진 이유다. 그러나 이같은 의도에도 불구하고 정치적 영역과의 연결이 불가피한 공간이라는 점을 깨닫게 됐다고 한다. 대신 지도의 다른 곳으로 눈을 돌렸고, 한반도를 가로지르는 군사분계선을 따라 시선을 멈춘 곳이 바로 동해안이다.

스웨덴 메델플라나의 숲 속 집에서 작업해 온 그는 공간 개념을 중심으로 회화에 접근해 왔다. 특히 일상 속 자연 요소를 작품에 풀어내 온 그는 팬데믹 상황을 마주한 후 환경에 더욱 주목하게 됐고, 동해 풍경을 눈에 담았다.

에릭슨 작가는 “DMZ가 내게는 너무나 정치적인 매개임을 깨달았다. 회화가 주제에 가려질까 염려스러웠던 것”이라며 “여러 검색 끝에 내 생각은 한국 해안, 특히 동해에 가 닿았다”고 설명했다.

한국에서의 두 번째 개인전인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동해 바다를 통해 서로 다른 두 세계 사이의 경계를 그려낸다. 구분짓는 장소인 동시에 연결되는 공간, 남북한은 물론 땅과 바다, 자연과 문명을 이어주는 중립지대이자 매개체다. 회화와 드로잉을 집중 조명하는 이번 전시에서는 모두 58점(캔버스 14점, 종이 44점)의 작품을 볼 수 있다. 벽면 하나를 메우는 대형 작품부터 작은 소품까지 크기도 다양하다.

폭 3m에 달하는 ‘해안선 #1’과 같은 크기의 연작 ‘해안선 #2’는 낮밤의 풍경처럼 호응하는 구도로 걸렸다. 동해 바다의 빛깔을 은유하는 푸른색, 넓은 캔버스로 동해바다의 질감을 살린다. 지난해 완성한 ‘해안선 #12’ 역시 차분한 파스텔 톤 가운데 오른쪽 아래 푸른 빛깔이 청량감을 준다.

전시 설명에 따르면 그의 작품은 “지도 위 등고선을 연상시키는 회화의 구조가 다른 작업의 밑그림을 이루는 식”으로 구성된다. 태피스트리의 씨실과 날실처럼 물감 획을 수직·수평으로 중첩하는데 이것은 “자연의 색채와 질감으로 회화의 화면을 직조해 내는 일”이기도 하다.

전시 서문을 쓴 사라 워커 스웨덴 미술협회 매니저의 글 중 다음 문구를 보면 스웨덴 숲 속의 작가가 한국 동해바다를 그린 작업의 의미가 보다 명확해 진다. “작품은 태어난 곳 외의 다른 장소에서 살아남을 수 있어야 한다. 예술 작품들은 새로운 벽, 또 다른 이미지, 낯선 시선을 마주하는 매 순간 다시 태어난다.”

안드레아스 에릭슨 작가는 스웨덴 왕립예술원 스톡홀름 미술대를 졸업했으며 베를린에서 활동했다. 2011년 제54회 베니스비엔날레 북유럽관 대표 작가로 선정됐고, 2019년 가진 아시아 첫 개인전을 통해 국내에서도 큰 호응을 얻었다. 카네기 미술상 등을 받았고, 프랑스 퐁피두 센터, 오스트리아 루드비히 재단 현대미술관 등에 작품이 소장돼 있다. 이번 전시는 3월 20일까지 열린다. 김여진·김진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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