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치에서 여론조사가 막강한 힘을 발휘한 것은 대통령선거의 후보 단일화일 것이다. 이번 대선에서도 안철수 야권 후보는 여론조사 방식의 후보 단일화를 제안했다. 물론 적합도냐 경쟁력이냐를 놓고 논란이 있었지만, 여론조사가 실제로 대권을 좌우하는 시대가 됐다. 또한 여론조사를 반영해 각 정당의 대표 등 지휘부 선출과 공천자를 선정하기도 한다.

여론조사의 영향력 크기만큼 여론조사 자체의 신뢰성에 대한 문제제기가 잇따르고 있다. 지금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를 통해 여론조사와 공표를 엄격하게 관리하고 있지만, 예전에는 정체불명의 여론조사가 난무하는 그야말로 여론조사의 혼란시대나 다름없었다. 특히 편향된 여론조사를 통해 특정 정당이나 후보를 유리하게 조작하는 일도 있었다.

대선이 다가오면서 매일 쏟아지고 있는 여론조사가 유권자의 선택에 어떤 영향을 줄까. 실제로 여론조사에서 지지후보 지표 외에 당선가능성 지표도 중요하게 꼽고 있는데, 이는 선행지표가 되기 때문이다. 대세를 이루고 있는 후보라는 인식이 지지후보 결집과 부동층 흡수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밴드왜건 효과다. 반면 약자를 지지하려는 언더독 현상도 있다. 각 선거캠프가 여론조사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이유다.

또 TV토론을 두고도 평가가 엇갈리듯, 여론조사 결과를 두고도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해석해 결과적으로 유권자, 특히 부동층의 마음을 끌어오겠다는 의도를 숨기지 않는다. 선거 막판으로 갈수록 이같은 시도와 논란은 거듭될 것으로 보인다. 유권자들은 이런 의도에 넘어가 올바른 선택을 방해받는지 늘 경계해야 한다.

선거는 종반을 향해 가고 있다. 범람하던 여론조사도 공표금지기간이 시작되는 오는 3월 3일 조사결과부터 볼 수가 없게 된다. 선거일 전 6일부터 유권자의 혼란을 막기 위해 여론조사 공표를 제한하는 깜깜이 선거가 되는 것이다. 이 기간 동안 유권자의 알권리 보장과 선택을 돕기 위한 여론조사를 더이상 접할 수 없게 되는데, 정체불명의 여론조사는 또 얼마나 난무할까.

천남수 강원사회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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