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세대가 MZ세대를 말한다
분야 막론 사회 점령한 ‘MZ세대’
1020, 의미 모르거나 부정적
MZ세대 ‘디지털’ 대전제 불구
컴퓨터·모바일세대로 무대 나뉘어
시대 문화 적응하는 세대일 뿐
처음 만나는 ‘새로운 종’ 은 아냐
대선 후보 MZ세대 표심 공략 총력
2030, 최대 16% ‘의견 유보’ 답해
MZ세대가 필요로 하는 것 고민해야

지난해 여름 한 구독자로부터 편지 한 통을 받았다. ‘MZ부터 베이비붐 세대까지 사랑한 강릉’ 기사를 보고 MZ세대의 뜻이 무엇인지 궁금하다는 내용이었다. 질문을 받은 필자는 ‘내가 MZ세대라 불리던데… 단순히 2030세대를 지칭하는 말이었던가’라는 생각과 함께 일순 당혹감이 밀려왔다. ‘MZ도 모르는 ’ MZ세대의 정확한 뜻을 알아보기 위해 결국 포털사이트 검색을 시작했다. 신문기사를 쓰고 제목을 달며 습관처럼 써왔던 ‘MZ세대’, 그 개념을 잡아갈수록 뒤통수를 한대 얻어맞은 기분이었다. 무엇인가 잘못되고 어디서부터인가 꼬여버린것 같은 말의 탄생. 사회 전반에서 양가의 감정으로 주목하고 있는 MZ세대. 그 중심에 서 있는 나.

■MZ도 모른다, MZ세대

MZ세대라는 단어는 분야를 막론하고 어느 순간 우리사회를 점령했다. M+Z 세대가 만난 MZ는 1980년대생부터 2000년대 초반 출생자로,10대부터 40대까지가 이에 해당된다. 하루에도 수없이 쏟아져 나오는 2030세대 관련 기사에는 어김없이 MZ세대라는 타이틀이 자리잡고 있다. 나 역시 독자의 편지를 받기 전까지 2030세대가 포함된 글이면 숨쉬듯 당연하게 MZ세대라는 단어를 끼워넣었다.

그러나 ‘MZ세대 대표 아이콘’으로 떠오른 래퍼 이영지의 일침이 각성의 계기가 됐다. 그는 한 방송에 출연해 “MZ세대는 정작 자신들이 MZ세대인 것을 모른다”고 말했다. “조금 진절머리나는 게 뭐냐면 MZ세대는 알파벳 계보를 이어가고 싶은 어른들의 욕심인 것 같다”는 그의 지적이 어딘가 모르게 통쾌했다.

MZ세대들은 MZ세대가 내포한 의미에 대해 잘 알지 못하거나 부정적인 반응이 컸다. “M세대와 Z세대는 엄연히 다른 세대 아닌가요? 왜 같이 묶여야하는지 이해가 안 가요” 대학생 이모(23·춘천)씨는 밀레니얼 세대와 제트세대가 하나의 덩어리로 인식되는것에 의문을 표했다. 실제 밀레니얼 세대와 제트 세대의 저변을 살펴봤을때 이들을 같은 세대로 엮기엔 다소 무리가 있어보인다.

MZ세대는 ‘디지털 세대’를 대전제로 묶여있다. 물론1040세대는 디지털이 발달하고 실생활에 자리잡는 과정에서 궤를 같이하는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1020의 디지털’과 ‘3040의 디지털’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 먼저 3040은 그야말로 컴퓨터가 발달되던 시기다. 네이버 블로그, 싸이월드 등 커뮤니티가 주 무대였다. 반면 1020은 모바일 세대다. 컴퓨터를 벗어나 스마트폰 모바일 앱인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틱톡 등을 활용해 친목을 다졌다. 나이뿐만 아니라 서로의 공통점, 관심사도 다른 이 거대한 덩어리를 단지 ‘디지털’이라는 광범위한 얼개 속에 가둬 하나의 문화를 공유한 세대로 볼 수 있을지 의문이다. M과Z 사이에는 ‘최대 30년차’라는 넓고 깊은 강이 흐르고 있지 않은가.

■새로운 종(種)의 탄생과 세대론의 모순

각종 뉴스에서 MZ세대는 부정적인 이미지로 소비된다. 우리사회에 투영된 MZ세대는 ‘눈치보지 않고 할 말 다 하는’ 혹은 ‘개인주의 성향이 강해 희생은 모르는’ 인물로 분류된다. MZ는 이같은 낙인에 대해 억울함을 호소한다. ‘일반화의 오류’이자 ‘세대론의 함정’이다.

MZ세대에 속한 나는 선배에게 질문 하기 앞서 보이지 않게 치르는 의식이 있다. 실수를 줄이고 또박또박 말하려 노력하는 모습, 이것은 종종 ‘(똑부러지는)척 하는’ 후배로 낙인 찍히기 일쑤다. 시대를 막론하고 ‘막내’는 서툴기에 조금 과격하고, 낯설기 마련 아닌가.

일부 회사에서는 MZ세대와 친해지는 소통 교육까지 생겨났을 정도다. 이는 마치 MZ세대를 지금까지 없었던 새로운 종(種)의 탄생으로 여기는 모습이다. 그러나 MZ세대는 공정함을 추구하고 변화에 조금 더 민감하며 디지털시대에 태어나 디지털에 강할 뿐이다. 세대별로 특유의 문화가 있듯 MZ로 통칭되는 세대 역시 본인시대 문화에 충실히 적응하는 세대일 뿐이다. 이 시대에 처음 만나는 세대는 아니다. 앞서 이영지의 말처럼 MZ세대는 결국 알파벳 계보를 잇고 ‘요즘 애들’을 쉽게 통칭하기 위한 그 전 세대 어른들의 욕심에 불과한것 아닌가.

■MZ세대, 결국은 캐스팅보트

최근 MZ세대를 가장 주목하고 있는 곳은 대선판일 것이다. 여야 후보들은 역대 최대 비호감 대선이라는 평가 속 부유하는 MZ세대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사력을 다하고 있다. MZ세대가 디지털 모바일에 친숙한 점을 이용해 SNS 라이브 방송, 유튜브 콘텐츠, 메타버스 등을 활용한 홍보전을 벌이고 있지만 MZ의 마음을 온전히 끌어내지 못하는 실정이다. 한국갤럽이 지난 8일부터 10일 까지 만 18세 이상 유권자 1001명을 대상으로 후보 지지도를 조사한 결과 ‘의견유보’가 10%로 나타났다. 10명 중 1명은 마음을 정하지 못했단 얘기다. 연령대별로 보면 18~29세 유보는 16%, 30대의 경우 15%가 후보결정 유보를 선택했다.(각 후보별 지지율은 생략한다) 특히 2030세대는 타 연령층보다 유보 비율이 높고 후보 선택을 변경할 가능성이 높아 대선 스윙보터(swing voter·마음이 흔들리는 투표자)로 떠올랐다.

이는 후보들의 공약이 MZ세대에게 와닿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MZ에게 ‘공정’은 매우 중요한 포인트다. 코로나19 여파로 일자리는 줄고 반면 집값은 천정부지로 올랐다. 3포세대(연애·결혼·출산을 포기한 세대)는 옛말이 된지 오래다. 3포를 넘어 내 집마련, 인간관계 등 다양한 것을 포기하는 ‘n포세대’(n가지를 포기한 세대)가 등장했다.

이 와중에 불거진 정치권의 가족혜택, ‘부모찬스’논란은 이 시대의 청년들에게 회의감을 안겼다. 대선 공약 대신 후보 가족사나 불편한 언행 등만 부각돼 비호감도가 올라간 것도 한몫했다. 여기에 후보들의 ‘내로남불’은 공정을 중시하는 MZ 세대에 기름을 부은 격이랄까.

당장 다음주 금요일(3월 4일)부터 대통령선거 사전투표가 시작된다. 대선후보들이 MZ세대의 표심을 두드리기 위해서는 늦은감이 있지만 이들에게 진심으로 필요한 것이 무엇인가 고민 해야한다. ‘할말 다 하는 막내’들의 투표준비는 끝나가고 있다. 조유정 youjung@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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