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구 출신 이해인 수녀 시 편지 책
평화와 사랑의 철학 부드럽게 조언
2021년 한해 일상 담은 메모도 실어

“필까 말까 / 아직도 망설이는 / 꽃의 문을 열고 싶어 / 바람이 부네” (시 ‘3월의 바람’ 중)

양구 출신 이해인(사진) 수녀가 새 봄을 맞아 향기로운 시 편지를 보내왔다.

샘터에서 펴낸 ‘꽃잎 한 장처럼’은 이해인 수녀의 시에 편지처럼 읽히는 산문이 함께 입혀진 책이다. 이해인 수녀의 시 편지들은 얼어붙은 마음의 문을 열어주는 평화로운 바람 같다.

이 수녀가 좋아하는 수많은 우리말 중의 하나는 ‘가만히’라고 한다. 그 함께 ‘가만히’라는 말을 가만히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져볼 수 있다. “가만히 숨어있기도 하지만, 필요할 땐 가만히 있지 않고 적극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사랑의 천사가 되리라 다짐한다”는 구절에서는 외유내강의 힘이 느껴진다.

조롱과 막말 섞인 대선을 마친 시점, 마음에 꽂히는 또다른 단어는 ‘침묵’이다. 시 ‘침묵’에서 “깊어지고 싶으면 오늘도 고요히 침묵이란 우물 앞에 서자”고 노래 이 수녀는 “좀 더 유익하고 정화된 말을 하기 위해 우리난 자주 침묵이란 우물 속에 들어가 마음을 헹구는 노력을 해야 될 것 같다”고 부드럽게 조언한다.

시 ‘평화로 가는 길은’에서 ‘얼마나 더 선해져야 평화의 열매 하나 얻을지 오늘은 꼭 일러주시면 합니다’라고 기도한 이 수녀는 이어지는 산문을 통해 “전쟁으로 우울한 유년기를 보낸 그 꼬마가 이제는 70대의 노수녀가 되었다”고 고백하며 전쟁으로 만나지 못한 아버지를 그린다.

이처럼 시를 음미하며 느낀 감상이 산문으로 이어져 마치 시를 해설해 주는 듯하다. 1부에는 미발표 시들도 실었다.

어느 새 희수(77세)를 맞은 이 수녀가 지난 1년간 기록한 일상 속 메모 일부도 공개해 보통 일상을 짐작해 볼 수 있다. 코로나 백신을 맞은 날, 치매 생존법 특강을 들은 날, 역사적인 휴가를 시작하는 날, 유독 엄마 생각이 나는 날들에 기록한 짧은 메모들을 보면 일기를 쓰고 싶어진다.

먼저 떠나보낸 이들에 대한 추모의 글이나 시들도 많다. 순간순간 흘려보내는 삶의 소중함과 기쁨을 되새기게 한다. 해방둥이 동갑내기 나태주 시인, 이 수녀와 인연이 깊은 고 박완서 작가의 딸 호원숙 수필가가 추천의 글을 썼다.

이해인 수녀는 “2022년 새해에도 다시 선택하고 싶은 말은 언제나처럼 감사, 행복, 사랑일 뿐”이라며 “고난의 시기를 지나가고 3월의 연둣빛 바람이 재촉하는 속삭임을 들으며 가만히 두손 모은다”고 했다.

이 책의 끝을 장식하는 2021년 12월 29일 메모가 한동안 눈길을 잡아둔다.

“간밤 꿈에는 내내 승강기를 찾아 오르내리고……! 무엇을 ,누구를 그리도 찾아다니는 건지!” 김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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