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마귀 부리는 그날 운세였다

환풍기 날개 깊숙이 붉은 패를 밀어 넣고

아랑곳하지 않는

제발과 잠시 불타버렸다



고딕의 자세를 놓쳐버린 모서리들이

홀로 어두워져 얼룩을 남기고 흐느끼다가 깊어졌다



오늘은 비를 맞아도 젖지 않는다는 이상한 점괘처럼

내 손에 미끄러져

죽은 새를 죽은 패로 자꾸 잘못 발음했다

퉁퉁 불은 손금에서

검은 재가 묻은 새를 본 것도 같다



아무래도 울면 나쁜 패를 손에 쥐는 일이어서

나는 조용하게 밥을 지었다



고요를 건너와서 나를 응시하는

저 적의 가득한 눈동자를 어디서 보았을까

모른 척하고 싶었지만 모른 척 할 수 없는

봄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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