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앞 길 건너

이층집이 헐렸다



<머리가 예쁜 나라> 간판 달고 있을 땐

몰랐는데

뒤뜰이 보였다



거기 우두커니 나무 한 그루

거무튀튀한 맨몸으로

빈 뜰 지키며 혼자 서 있더니

어느 날 발그스럼 꽃망울이 보였다



아직 이름도 모르는데

오며 가며 말 걸어 주었다



넌 꽃 피울 생각하며

추운 겨울 홀로 견디었구나

그래, 꽃 피고 나면 맛있는 열매가 달릴 거야



주문진 봄바람은 거칠고 사나워

장독 뚜껑도 날리는데

용케도 분홍 꽃들이 활짝 피어났다



곱다는 말보다 더 좋은 말로

칭찬해 주고 싶은 저 살구나무

엷은 분홍 꽃잎을 온 동네 흩날리는데

집 팔고 이사 간 주인에게

편지를 보내는 거 같다



아무래도 올봄은

사람의 봄이 아니라

마스크 안 써도 되는

너의 봄이로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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