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이 돈과 쉽게 교환되는 시대를 아직 마감하지 못하고 있다. 보다 교활한 수법으로, 더 은밀한 방식으로 권력형 비리는 진행 중이다. 불과 5년 전에 국정농단으로 대통령이 탄핵당했으며, 사법계와 국회의원이 얽힌 토건사업 ‘50억 비리클럽’은 수사 중이다. 차기 대통령 가족은 주가 및 부동산 문제 관련 의혹을 받고 있다. 고위층 권력가의 비리를 견제하는 유일한 기구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인데 정권교체기에 존폐를 논하는 일이 벌어져 우려된다.

‘공수처’는 권력형 부패와 비리 청산의 상징과도 같은 용어다. 1996년 11월 참여연대가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신설을 포함한 부패방지법을 입법 청원한 것이 시작이다. 이후 ‘공직부패수사처’ ‘고위공직자비리조사처’의 약칭으로도 불리다가 법무·검찰개혁위원회에서 숱한 논의와 토론을 거쳐 설치를 제안한 기구 명칭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다. 작년 1월에 현판식을 했으니 고작 2년 차를 시작했을 뿐인데, 최근 일각에서 공수처 폐기를 입에 올리니 그 의도와 배후가 의심스럽다.

빈 곳은 메우고, 허술한 부분은 채워서 제 역할과 책무를 다하도록 북돋는 것이 상식이다. 첫술에 배부를 수 없는데, 그만 먹으라고 밥상을 걷어차는 형국이다. 공수처는 검찰, 경찰, 군대, 국정원 등과 같은 거대 권력기관이 독재자와 비도덕적인 정권을 위해 충성한 결과 국민을 억압했던 과거사 청산에서 비롯됐다. 공직자가 불합리한 결정을 하거나 부패와 비위를 저질렀을 때 결국 손해 보는 것은 한명 한명의 국민이다.

‘개인은 선해도 조직은 악하다’라는 속성이 있다. 권력기관 스스로 권력을 내려놓는 법이 없다. 편파·표적수사, 봐주기, 제 식구 감싸기 등과 같은 비판을 들어온 사법기관 내부에서 남용을 견제한다는 것 역시 불가능이다. 개인의 자유, 평등, 권리를 보호하는 민주주의 역사는 법적, 제도적 장치를 꾸준하게 갖춰온 것에 힘입었다. 여야 정치계를 막론하고 공수처가 독립된 수사기구로 제 역할을 다함으로써 국민 기대에 부응토록 하는 것이 의무이다. 국민의 정치적 권한을 위임받은 국회에서 막중한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박미현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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