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성환 첫 개인전 ‘무심-쉬어가다’
내달 5일까지 춘천 개나리미술관 전통 기와에 석고 덧입혀 작업
기교 절제로 따뜻한 질감·형태
“드러내기 보다 우러나는 작업”

안성환 작, 무심
안성환 작, 무심

깨진 기왓장과 석고. 두 재료를 놓고 조각가는 생각을 최대한 배제했다. 재료가 무엇을 말하고 싶은지 고민하고 감정을 따라갔다.

춘천에서 활동하는 안성환 조각가의 개인전 ‘무심無心-쉬어 가다’가 최근 춘천 개나리미술관에서 개막, 오는 6월 5일까지 열린다.

작품 60점은 ‘위안’ 과 ‘무심(無心)’의 두 주제로 나뉘어 관객을 맞이한다. ‘위안’은 이해와 공감을 통한 상처의 치유를, ‘무심’은 상처받은 세상을 새로 바라보는 힘을 뜻한다.

안 작가의 조각에는 평온의 심상이 가득하다. 인물상을 주를 이루고 2인상이 여럿인데, 나와 너의 경계가 사라진 가운데 고요한 시선을 느낄 수 있다.

정적이고 단순한 조형물이지만 작업의 시작은 의외다. 전통 기와를 깨는 것으로 시작되기 때문이다. 다분히 우발적이고, 무작위적이다. 이러한 즉흥성은 기교 없이 자연스러운 형상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첫 단추다. 우연의 형태로 작가와 마주한 기와 조각들은 생각이 아닌 느낌과 시선을 만나 작품이 된다. 작업은 깨진 기왓장에 석고를 덧입히는 작업을 수없이 반복하면서 형태를 확장해 나가며 이어진다.

안성환 작, 무심
안성환 작, 무심

보통 조각가에게는 부재료로 쓰이는 석고를 주재료로 선택한 점의 눈에 띈다. 돌, 철, 나무 등을 다양하게 활용해 온 작가는 이번 전시를 준비하며 이러한 작업 방식을 처음 시도했다. ‘쉼’이라는 주제에 맞춰 택한 재료다.

흙이나 틀 작업시 부재료로 쓰는 석고의 활용은 근대조각의 선구자 권진규 조각가의 석고 두상에서 힌트를 얻기도 했다.

안 작가는 “관객들께 편안한 쉼을 주고 싶다는 마음으로 주제를 먼저 정하고 작업을 시작한 케이스”라며 “무심한 느낌의 가까운 소재를 찾다가 깨진 기왓장을 보고 영감 받았다”고 설명했다. 석고의 효용성을 설명하며 동료이자 ‘연필작가’로 유명한 이희용 작가의 작업도 언급했다. 안 작가는 “스케치 등 밑그림에 쓰이는 연필을 주재료가 되듯 석고도 조각가에게 손색없는 좋은 주재료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석고를 통해 색과 부피를 갖게 된 형상은 다시 조각으로 다듬어진다. 재료와 방식을 바꿨지만 인체에 대한 탐구는 놓치지 않았다.

이렇게 탄생한 안 조각가의 인물상은 독특하다. 따뜻한 질감과 형태, 색감 위로 무심한 듯 순수해 보이는 표정이다. 언뜻 무덤덤해 보이지만 편안하다. 영월 창령사터 오백나한의 뭉근 얼굴이 떠오르기도 한다. 실제로 오백나한에서 영감을 받기도 했다고 한다. “정적인 것은 모든 움직임의 찰나이자 영원”이라는 작가노트가 그대로 드러나 있다. 전시에서는 이같은 방식의 신작과 함께 이전 작품들도 함께 볼 수 있다.

보통 조각작품은 받침대 위에 올려 전시하는데 일부는 설치작품처럼 바닥에 풀어놓기도 했다. 무작위와 무심의 느낌을 살리기 위해서다.

안성환 작, consolation(위안)-love
안성환 작, consolation(위안)-love

안 작가는 “보여주는 작업이 아닌 보여지는 작업, 드러나는 것 보다는 우러나는 것을 해봐야 겠다고 생각했다”며 “감정이 시키는 대로 우연의 무작위를 따랐다. 기교를 절제한 결과 뜻밖의 결과물을 만나면 기쁘다”고 말했다. 이어 “세월과 우리의 전통정서가 묻어있는 오래된 기왓장을 위해 채색도 옅게 했다”며 “기와와 석고의 조합을 통해 스스로도 치유 받는 느낌”이라고 했다.

이재언 미술평론가는 “작가의 작품세계는 철저히 ‘우리다움’의 구현에서 시작된다. 고요함과 신비감, 소박한 조형성 등이 심미성의 근간을 이룬다”며 “전대미문의 재난을 겪은 사람들을 향한 치유, 격려를 함축한다”고 했다.

안성환 작가는 중앙대 조소과를 졸업했고 한국현대미술제, 부산국제화랑아트페어, DMZ 아트페스타, 춘천조각심포지엄 등에 참여했다. 초대전, 부스전을 제외한 본격적인 개인전은 이번이 처음이다. 김여진 beatle@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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