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돈 이력관리제 일방 추진 땐 정책 효과 반감

농림축산식품부가 모돈(母豚) 개체별 이력관리제를 시범 운영하기로 해 도내 축산농가에서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습니다. 지난달 홍천군 화촌면 양돈농가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확진되는 등 확산 우려가 커지자 정부가 내놓은 대책입니다. 제도 시행으로 정확한 역학조사가 가능해지고 주변 농가의 피해도 줄일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그러나 상당수 농가는 이견을 보이며 불참 의사를 밝혀 향후 추이가 주목됩니다.

이력관리제는 모돈에 귀표를 붙여 개체별로 관리하는 사업입니다. 농장 내 ASF 발생 시 모돈을 중심으로 확진되는 경우가 많아, 전염병이 발생했을 때 이동·출하·폐사 등의 정보를 신속히 파악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 정부 입장입니다. 사육 가축을 투명하게 관리하고 감염병 차단 시스템을 구축한다는 면에서 타당성이 있습니다.

그러나 양돈농가 반응은 냉소적입니다. 대부분 농가와 종돈장에서는 참여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보이고 있습니다. 돼지의 경우 출하까지 6개월 정도밖에 걸리지 않는 등 사육 기간이 짧고 군집 생활을 해 귀표 관리가 쉽지 않다는 설명입니다. 또한 농가당 사육 두수도 소에 비해 월등히 많기 때문에 이력제 운용이 복잡해질 수 있어 참여에 소극적인 원인이 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정부가 의견을 수렴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제도를 추진하는 데 대한 일선 농가의 거부감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축산농업인들은 ASF가 처음 발생한 2019년 이후 정부가 거액의 예산을 투입해 설치한 방역울타리의 실효성에 의문을 표시하고 있습니다. 울타리 내에서 감염된 멧돼지가 폐사체로 발견되고 있지만, 감염 예방에는 큰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는 판단입니다. 설치 이전에 농가 의견을 수렴했다면, 도로변 울타리 대신 농장 축사 울타리 설치로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는 주장도 설득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축산농업인들은 가축 감염병에 대한 학술적인 전문가는 아닐 수 있습니다. 그러나 농장에서 어떤 대책이 더 합리적인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현장 전문가입니다. 정부는 제도 도입과 추진 과정에서 적극 의견을 들어야 합니다. ASF뿐 아니라 다른 농정도 농업인 목소리에 귀를 기울인 뒤 제도를 시행해야 합니다. 이번 시범 운영 과정에서 축산농가의 주장을 충분히 듣고 부작용을 최소화할 것으로 기대합니다. 옳은 제도라면 사전에 충분한 설득 작업도 병행해 참여도를 높여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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