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재필 춘천·전 공직자
송재필 춘천·전 공직자

나는 재단법인 춘천지혜의숲에서 수행하는 정부의 ‘노인 일자리 및 사회활동 지원사업’의 참여자로 선발되어 지난 2월부터 춘천시내 한 우체국에서 일하고 있다. 이곳에는 우편과 예금·보험 등 2개의 창구가 있으며, 직원은 6명이다. 국장과 청원경찰을 제외하고는 모두 여성이다. 우체국에 근무하면서 가장 인상 깊게 느낀 것은 직원들이 매우 친절하다는 것이었다. 고객들의 반복되는 질문에도 귀찮아하는 기색 없이 설명을 거듭하고, 용무와 직접 관련 없는 질문에도 끝까지 경청하며 성의껏 응대한다. 국장도 관리자에 머물지 않고 직원들과 똑같이 창구에서 일하고 있다.

우편 창구에서 한 통의 우편물을 접수하기까지에는 제법 긴 문답이 있어야 한다. “어떻게 보내실 거예요?” “어떻게 보내야 되는데요?” “일반이 있고 등기가 있어요” “등기로 보내 주세요” “빠르게 가는 걸로 할까요, 보통으로 할까요?” “빠른 건 얼마나 걸려요?” “빠른 건 내일 들어가고, 보통은 며칠 걸려요” “영수증은 종이로 드릴까요? 휴대폰으로 보낼까요?”

이런 질문과 대답이 한참 오고 간 후에야 겨우 한 통의 우편물 접수가 끝난다. 고객 입장에서는 한 번이지만, 직원은 하루에도 수십 번이다. 봉투 없는 내용물만 갖고 오거나, 백지 봉투를 내미는 고객들도 있다.

예금·보험 창구에서는 때로 코믹하면서도 애잔한 장면이 연출되곤 한다. 이곳 고객은 대부분 연세가 높은 어르신들이다. 가끔 예금에 필요한 비밀번호를 모르는 고객도 있다. 청력이 좋지 않은 분들도 많다. 그래서 그분들과의 대화는 고성일 수밖에 없다. 한바탕 동문서답이 오고 간 후에야 비로소 업무가 끝난다. 한 건 처리에 보통 30분 이상 소요된다. 여기까지 직원들의 성실한 인내와 친절한 배려가 뒤따름은 물론이다.

어느 날 한 직원에게 물었다. “그렇게 똑같은 이야기를 수없이 반복하다 보면 목도 아프고 스트레스도 많을텐데 괜찮느냐”고. 그가 대답했다. “그래서 집에 가면 말을 잘 안 해요”

우체국 하면 언뜻 편지를 떠올리기 쉽지만, 요즘은 편지보다 공문서, 기업 홍보물, 취업 응시원서, 청첩장, 택배 등이 주를 이룬다. 유치환 시 ‘행복’을 보면 “오늘도 나는 에메랄드빛 하늘이 환히 내다뵈는/우체국 창문 앞에 와서 너에게 편지를 쓴다/행길을 향한 문으로 숱한 사람들이/제각기 한 가지씩 생각에 족한 얼굴로 와선/총총히 우표를 사고 전보지를 받고/먼 고향으로 또는 그리운 사람께로/슬프고 즐겁고 다정한 사연들을 보내나니…”라는 구절이 있다. 요즘 우체국에 그런 낭만과 사연은 없다. 대신 퇴근 후 말하기조차 힘들 정도로 열심히 일하는 직원들의 수고가 있어 많은 이들의 절실한 필요를 충족시켜 주고 있다.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그들의 우직한 노고에 감사와 격려를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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