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인 장마가 시작됐다. 문득 장마가 궁금해졌다. 일반적으로는 ‘오랫동안 계속해서 내리는 비’를 의미한다. 장마전선이 한반도 남북을 오르내리며 비를 뿌리는데, 이것이 장맛비다. “장마전선의 영향을 받아 비가 내리겠다”는 기상청 발표가 익숙한 것을 봐도 장마는 여름철 대표적 일상인 셈이다. 장마는 동아시아 지역 특유의 기상현상이기도 하다. 장마를 한자어로는 임우(霖雨)라고 했다.

그럼 장마라는 말은 어떻게 생겼을까. 기록에 의하면, 1500년대 중반에 나온 길다는 의미의 한자어인 ‘장(長)’과 비를 의미하는 ‘맣’이 장마 어원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1700년대 후반에 이르러서는 ‘쟝마’로 불리다가 일제강점기 이후에 지금의 ‘장마’가 됐다고 전해진다. 한자어와 한글이 혼합된 형태로 불리게 된 장마는 그만큼 서민들의 일상과 밀접한 기후현상이었던 듯싶다.

시인들도 장마를 소재로 꽤 많은 시를 남겼다. 70대에 등단한 고 류정숙 시인은 “장마는 비보다 더 무서운 쓰레기 세례를 퍼부었다(중략) 하늘의 토악질 장마철엔 우리들도 토악질을 한다”고 했다. 하지만 김옥진 시인은 “오뉴월 손님/달갑잖은 손님/잘 치르고 나면/먹구름 속/햇살, 맛볼 수 있다”면서 불편하지만, 장마가 끝난 후 비치는 햇살은 더 빛난다고 위로한다.

나태주 시인은 “하늘이여 하늘이여 하늘이시여/억수로 비 쏟아져 땅을 휩쓸던 날”이라며 장마의 비장함을 노래했고, 강현덕 시인은 “바람에 누운/풀잎 위로/바쁜 물들이 지나간다(중략) 세상은/화해의 손을/저리 오래 흔들고 있다”면서 장마는 지나가면서도 세상을 향해 화해의 손짓을 멈추지 않는다고 했다.

최근 추경호 경제부총리는 “임금을 올리면 물가와 임금의 연쇄 상승이라는 악순환을 초래한다”면서 과도한 임금인상을 자제해 달라고 했다. 물가는 오르는데, 임금인상을 자제하면 결국 서민들의 고통만 가중된다. 물론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고통을 분담해야 한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하지만 코로나 팬데믹에 이어 고물가와 싸워야 하는 서민은 장마의 한가운데 서있는 셈이다. 천남수 강원사회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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