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캉스. 설레는 말이다. 본래 바캉스(vacance)는 프랑스어로 단순히 휴가라는 뜻이다. 하지만 프랑스 사람들은 이름난 휴양지나 해수욕장에서 제대로 휴가를 즐기고 오는 것을 바캉스라고 여겼다. 우리나라 사람들도 바캉스라고 하면, 바다나 산 등에서 즐기다 오는 것으로 알고 있는 것으로 봐서 이에 영향을 받은 듯싶다.

그런데 요즘은 바캉스를 떠나려면 각오해야 하는 것이 많다. 오가는 길이 교통난으로 몸살을 앓는 것은 물론이고, 현지 숙박비는 성수기라는 특수(?)한 가격에 놀란다. 마음 놓고 휴가를 즐기지 못하는 사람들은 근교나 집에서 휴가를 보내고 있다. 2007년 금융위기 시절 미국에서는 집에서 머물며(Stay) 휴가(Vacation)를 지내는 ‘스테이케이션(Staycation)’이란 말도 생겼다.

경제적, 심리적 부담은 여름철 성수기보다는 비교적 비용이 저렴한 비시즌에 휴가를 즐기는 것으로 변화시켰다. 일정한 시기에 요란하게 휴가를 보내야 한다는 고정관념이 바뀌었다. 이는 ‘설레는 바캉스 시대’가 사라지는 추세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코로나 팬데믹은 바캉스와 같은 요란한 휴가를 원천 봉쇄시켰다. 주로 한가한 곳에서 조용히 휴가를 즐기는 것이 일상화 된 것이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가 됐다. 한정된 공간에 갇혀있었던 사람들이 다시 자유를 얻었다. 각종 문화행사가 열기를 되찾고 있고, 스포츠 경기장도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본격적인 휴가철이 되자 사람들은 바다로, 산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지난 주말부터 도내 해수욕장도 개장했다. 동해안은 때 이른 휴가객으로 북새통을 이뤘다는 소식이다. 그야말로 바캉스다운 바캉스 시즌이 돌아온 셈이다.

이와 함께 코로나로 인해 억눌렸던 소비가 늘어나는 추세라고 한다. 보복 소비다. 휴가철을 맞아 보복 소비와 함께 보복 휴가 조짐도 보인다. 글로벌 위기와 함께 국내 경제 상황은 매우 어려운 처지에 놓여있지만, 고유가, 고물가의 고통스러운 주머니 사정에도 올여름만큼은 제대로 ‘바캉스’를 즐기고 싶은 모양이다. 천남수 강원사회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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