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수처럼 가늘고 길게 50년…삶이자 보물이 된 ‘최고의 면’
2014년 선배 아버지 공장 인수
춘천 유일 50년 국수공장 명맥
동면 리모델링 후 생산량 증가
매일 새벽 반죽·면 상태 확인
건조장 온도·습도 등 관리 ‘열정’
부산 공장 방문 등 건면 연구 지속
잘 불지 않는 건면 품질 자부심
소포장 소매 판매량 확대 계획
“전통 유지 100년 브랜드 목표
경쟁력 강화·특색있는 면 제공”

▲ 재단돼 나온 생면을 확인해 바구니에 담는 모습.
▲ 재단돼 나온 생면을 확인해 바구니에 담는 모습.

국수는 대표적인 서민음식이다. 춘천하면 막국수가 떠오르지만 사실 막국수가 춘천의 대표음식이 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막국수 이전에는 국수의 시대가 있었다. 국수는 60년대 들어 본격적으로 서민층에 자리잡기 시작했다. 한국전쟁 이후 미국으로부터 들어온 원조 구호물품 중 대표적인 것이 밀가루다. 미국의 저개발국가 식량 원조 계획인 ‘PL480 프로그램’으로 들어온 밀가루가 전 지역에 배포되기 시작하면서 시군마다 국수공장이 들어섰다.

▲ 롤러를 통과하고 있는 면 반죽 상태를 확인하는 김석종 대표의 모습.
▲ 롤러를 통과하고 있는 면 반죽 상태를 확인하는 김석종 대표의 모습.

1970년대만 해도 춘천에는 동네마다 국수공장이 있을 정도로 국수산업은 빠르게 성장했다. 춘천 중앙시장에서 문을 열었던 황소국수는 대표적인 국수공장이었다. 값싸게 들여온 밀가루를 기반으로 도·소매를 겸한 국수공장들은 한 때 성업을 이루기도 했다.

그러나 1970년대 후반들어 국수산업은 쇠락하기 시작했다. 라면이 급속도로 보급되면서 국수가 설자리를 잃은 것이다. 대부분의 국수공장들이 이런 저런 이유로 문을 닫기 시작했고 80년대에는 거의 자취를 감췄다.

춘천 ‘황소국수’는 그 어려움을 뚫고 춘천에서 유일하게 국수공장의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김석종(46) 황소국수 대표는 금융권에 종사하다 2014년 알고 지내던 선배의 권유로 선배 아버지가 공장장으로 40년 가까이 일한 국수 공장에 들어가 기술을 이어받고 공장을 인수해 지금의 황소국수를 운영 중이다.

▲ 생면 금속검출공정 모습.
▲ 생면 금속검출공정 모습.

황소국수의 역사는 197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시장의 국수가 서민 대표 먹거리였던 시절, 춘천 죽림동에 위치했던 황소국수 공장은 후평동을 거쳐 지난해 동면으로 옮겨와 김대표의 손에 리모델링 됐다. 춘천 중앙시장에서 국수 판매점도 운영 중이다.

위생전실에서 위생복을 입고 손 소독 후 작업실과 포장실, 건조실에 들어서면 50여년 전통 국수 생산 현장의 냄새를 맡을 수 있다.

특히 최근 리모델링한 건조실은 황소국수의 자랑이다. 100평에 달하는 1층 공장 면적 중 절반이 건조장으로 설계돼 있다. 건조실 천장에는 대형 팬들이, 벽에는 다수의 선풍기가 설치돼 있다. 황소국수는 공장 이전으로 생산량이 2배가량 향상됐다.

김석종 대표는 “하던 일을 그만두고 먹고사는 고민이 큰 와중 믿는 선배의 권유로 시작하게 된지 어느덧 8년이 됐다”고 말했다. 김 대표의 하루는 새벽 4~5시에 시작된다. 직원들보다 먼저 공장 문을 열어 밀가루, 반죽 등의 상태와 전날 걸어둔 면들의 건조 상태를 확인한다. 새벽 6시 30∼50분부터는 5명의 직원들과 함께 직접 생산 라인에 서서 생면 작업을 시작한다. 재단돼 나온 칼국수용, 콩국수용 등 생면은 바로 포장해 금속검출공정을 거친 후 가게에 납품한다. 오전 8시부터는 건면 작업에 들어가 낮 12시, 1시쯤이면 다량의 건면 널기가 끝난다.

▲ 황소국수 공장 전경.
▲ 황소국수 공장 전경.

김 대표는 “면 널기가 끝난 후에도 건조장 온도, 적정량의 습기, 바람 등을 지속적으로 확인해야 하기 때문에 긴장을 풀 수 없다”며 갓난아기 다루듯 애지중지 관리하는 건면 제조에 열정을 보였다. 면 작업 후 오후 1, 2시부터는 공장 사무실에 거래처와 소비자들의 연락이 빗발쳤다. 현재 황소국수는 생산량의 70%는 춘천, 나머지는 원주, 홍천 등 도내 지역과 수도권에 납품하고 있다.

생계 수단으로 시작했던 면 뽑기 생활이 10년을 향해 가자 김대표에게 ‘황소국수’는 삶이자 보물이 됐다. 처음 면을 만질 때만 해도 장인정신 계승에 큰 관심이 없었지만 이젠 면을 뽑을 때 마음가짐부터 다르다.

김 대표는 최상의 면을 생산해내기 위해 부산, 충청도 건면 공장을 방문하며 어떤 방식으로 면을 생산하는지, 황소국수 보다 어떤 장점을 가지고 있는지 직접 보고 배워오기도 했다. 특히 건면 제조에 있어 끊임없는 연구를 하고 있다.

▲ 포장 완료된 황소국수 건면 상품사진.
▲ 포장 완료된 황소국수 건면 상품사진.

김 대표는 “어느 순간 진심으로 최고의 면을 위해 몰두하는 스스로의 모습을 보게 됐다. 공장을 인수하고 동면으로 옮겨 일을 이어가다보니 애정이 상상 이상으로 커졌다. 지난 50여년의 역사에 이어 100년 브랜드를 만들고 싶다”라며 “건면 상품의 품질을 높이기 위해 건면 건조실을 리모델링한 것도 그런 이유다”라고 말했다. 황소국수에 대한 자부심을 엿볼 수 있었다.

공들인 황소국수 면의 자랑은 다른 면들보다 잘 불지 않는다는 점이다. 많은 양의 면을 준비해놔야 하는 국숫집, 닭갈비집에게 황소국수표 면의 품질은 이미 신뢰가 투텁다. 메밀막국수 건면의 메밀, 밀가루 반죽 배합과 건조 상태, 일반 우동면 보다 두꺼운 닭갈비 사리면이 황소국수의 특색이다.

▲ 김석종 황소국수 대표
▲ 김석종 황소국수 대표

역사를 이어오고 있는 황소국수지만 어려움도 적지 않아 김 대표의 어깨가 무겁다. 대형마트에 가면 구미를 당기는 각양각색 대기업 면 식품들이 많다. 이런 가운데 황소국수는 사라지지 않고 노포로서의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노력중이다. 생면, 중화면 등 종류를 늘리고 식당위주 납품의 대량포장 방식을 고수하되, 소포장 소매 판매량도 늘려볼 계획이다. 김 대표는 “변화하는 시대에 발맞춤과 동시에 전통성을 유지하면서 우리만의 경쟁력을 더 확고히 다져 시중 제품들보다 특색을 갖춘 우수한 면을 제공하겠다”며 의지를 보였다.

김 대표는 “코로나19가 완화되고 물가가 안정되길 바라며 힘닿는데까지 황소국수를 키워볼 생각”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황소국수 공장은 과거의 영광보다 미래의 찬란함이 기대되는 노포가 되기 위해 오늘도 불빛이 환하다.

황선우 woo6745@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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