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가에 혼자 서 있는 민들레
오늘도 우산이 없다
이른 봄
언 땅을 들추고 싹을 틔우고
보도블럭 틈에서 짓밟히면서도
꼿꼿이 허리를 세우고
기어이 꽃을 피웠다
꾀꼬리의 노란 날갯짓을 따라
비누방울처럼 홀씨를 날리면
밭두렁 냉이와 꽃다지는
고개를 하늘로 젖히고 팔을 흔들었다
서리꽃 반짝이는 가을 날
낙엽이불 속에 숨어 안간힘을 썼다
발끝에 힘을 주고 머리 위로 밀어 올렸다
마지막 한 송이를
쇠기러기 그믐달을 쪼아 먹는
겨울의 문턱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