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재인 전 대통령. 연합뉴스
▲ 문재인 전 대통령. 연합뉴스

서훈 전 국가안보실장이 구속되면서 검찰 수사는 또 다른 핵심 피의자인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에게 향할 것으로 전망된다.

4일 법조계에 따르면 박 전 원장은 해양수산부 공무원 고(故) 이대준씨 사건과 관련한 첩보 등을 무단으로 삭제·수정하고, 자진 월북 정황을 부각하기 위한 보고서 작성을 지시한 혐의(직권남용·허위공문서 작성) 등을 받는다.

국정원은 이씨가 실종됐던 2020년 9월 22일 오후 이씨가 북측 해상에 표류하고 있다는 사실을 가장 먼저 첩보를 통해 입수했다.

이씨는 당일 저녁 북한군이 쏜 총에 맞아 숨졌고, 시신은 해상에서 불태워졌다. 밤 10시께 이를 인지한 국가안보실은 이튿날인 23일 새벽 1시 관계장관회의를 소집했다.

박 전 원장은 당시 관계 장관회의에 참석한 뒤, ‘보안을 유지하라’는 안보실 지시를 받고 첩보 보고서를 비롯한 국정원 문건 수십 건을 삭제·수정했으며, 검찰은 이를 위법한 행위로 보고 있다.

검찰은 사건 발생 이후 북한과의 관계 악화를 우려한 정부가 이씨를 자진 월북한 것으로 몰아갔으며, 박 전 원장 역시 이러한 ‘월북 몰이’에 중요한 역할을 한 것으로 의심한다.

▲ 취재진 앞에 선 박지원 전 국정원장. 연합뉴스
▲ 취재진 앞에 선 박지원 전 국정원장. 연합뉴스

감사원이 10월 발표한 감사결과를 보면 국정원은 이씨 사망 전후 두 차례의 첩보 분석에서 이씨의 월북 의사에 대해 ‘불분명하다’고 분석했다. 또 이씨 사망 이후 대통령 주재로 열린 관계 장관회의 준비 과정에서도 국정원 내부에서는 “자진 월북 판단은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의견이 모였다는 게 감사원의 감사 내용이다.

그러나 관계 장관회의에 참석한 박 전 원장은 회의에서 타 기관의 자진 월북 판단에 이견을 제시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감사원은 또 박 전 원장이 관계 장관 회의를 앞두고 직원들에게 ‘총격으로 이씨 시신이 튕겨 나갔을 가능성이 있으니, 부유물만 소각한 것이 아닌지 검토해보라’는 취지의 지시도 내렸던 것으로 파악했다. 이후 작성된 국정원 보고서에는 ‘부유물만 소각했을 소지가 있다’는 내용이 새롭게 포함됐다.

검찰은 서 전 실장의 조사를 마무리하는 대로 박 전 원장을 불러 이러한 의혹을 확인할 방침이다. 이미 박 전 원장에 대한 압수수색 등 소환 조사의 사전 단계는 마무리됐다.

박 전 원장이 혐의를 부인하는 데다 서 전 실장과 혐의가 거의 동일한 만큼 다른 피의자들과 마찬가지로 구속영장을 청구할 가능성이 크다.

국정의 최고 결정권자였던 문재인 전 대통령의 관여 여부에 대한 직접 수사도 주목되고 있다.

문 전 대통령 또한 앞서 입장문을 통해 검찰 수사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서해 피격 사건의 최종 승인자가 자신이라고 밝힌 바 있다.

▲ 박지원·서훈 전 국정원장(왼쪽부터)
▲ 박지원·서훈 전 국정원장(왼쪽부터)

검찰은 우선 서 전 실장을 상대로 문 전 대통령에게 전달된 상세 보고 내용과, 이에 대한 대통령의 지시 등을 파악할 방침이다. 수사 결과에 따라 문 전 대통령의 법적 책임을 들여다봐야 할 상황이 생길 수도 있다.

다만 서 전 원장을 비롯한 당시 정부 관계자들이 구속 후에도 혐의 대부분을 부인하고 있어 향후 조사에서 대통령의 구체적인 지시·관여 여부를 추가로 파악하기는 힘들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대장동 개발 사건 등과 관련, 최측근들의 구속에 이어 소환 조사 가능성이 커진 터라 야당의 직전 대통령과, 대선 후보이자 현직 당대표를 모두 검찰청사에 불러들이는 정치적 부담도 검찰이 고려해야 하는 지점이다.

현재까지 파악된 대통령의 지시 사항도 “정확히 사실을 확인하라”, “북측에도 확인하라” 등 원론적인 수준이라 전임 대통령에게 출석을 요구하기엔 부족하다는 시각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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