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은 푸르러서 좋다. 장대비가 있어 좋다. 쓰르라미 소리가 있어 좋다 고즈넉한 석양이 있어 좋다. 피어오르는 물안개가 있어 좋다. 여름이 그 일을 하고 있기에 그런 여름을 좋아할 수밖에 없다.

비가 내린다. 난형난제로 통하는 이슬비, 가랑비, 보슬비 잔뜩 인상을 쓴 하늘에서 내리는 소낙비, 장맛비, 장대비 해는 싱글벙글 웃고 있는데 살포시 내리는 여우비 무척 가물었을 때 오는 달콤한 단비이중 여름비는 비록 무섭고 볼썽사납지만 먼지를 씻어낸다. 산과 골을 씻고, 여름들녘을 씻고, 가로수를 씻겨주고, 꾀죄죄한 건물도 씻겨 주고 그것을 바라보는 우리의 마음도 시원하게 씻어준다. 여름비는 세상을 청소하는 청소부다. 여름비가 그 일을 하고 있기에 그런 여름비를 미워할 수가 없다.

비가 갠 하늘에 뭉게구름이 자리를 지킬 쯤에 세차게 몰아치던 바람도 시치미를 뚝 떼고 가버렸다. 그러자 철없는 백구도 마냥 즐거워한다. 늘어진 명아주 잎에 여름 바람이 졸고 있을 쯤에 소리 없이 내려온 푸른 별빛이 이슬처럼 내려앉아 여름소나타를 들려준다. 아름다운 음률에 귀 기울인 나그네의 가슴이 태양보다 뜨거워질 무렵 초록여름이 토실토실 살쪄가고 있다.

전성군·농협중앙교육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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