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시 호저면 광격리.

호저면사무소를 지나 횡성쪽으로 5분쯤 가다 길 오른편으로 접어들면 12농가가 모여사는 작은 마을이 나온다.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인채 하늘만 트여 있는듯한 이곳에서는 지난 6년간 작지만 소중한 실험이 진행되고 있다.

1만5천여평의 논에서 우렁이와 오리농법에 의한 무농약 재배가 이루어지는 것을 비롯 마을 전체가 친환경농법의 실현을 위한 실험장이 되고 있는 것.

그리고 그 한가운데 이 마을의 터줏대감 許均씨(54)가 있다.


■ 환경농업의 시작


3천평의 논농사와 6천평의 밭에서 감자, 배추, 옥수수를 재배하는 許씨.

초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배운 농사일이 이제는 천직이 된 그에게 요즘 말하는 환경농업은 어쩌면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니다.

환경농업을 하고 있는 대부분의 농가는 농약의 폐해를 몸으로 깨닫거나 소득증대의 차원 등 어떤 특별한 계기가 있어 시작하는 경우가 보통.

그러나 許씨는 환경농업을 시작하기 전부터 농약이나 비료를 많이 치지않기로 주위에 소문난 농사꾼이었다. 이같은 상황은 許씨뿐 아니라 이 마을의 다른 농가도 비슷했는데 許씨는 그 비결을 마을의 특성에서 찾는다.

마을 전체의 농지 규모가 작고 토양자체가 척박하다보니 농약이나 비료를 많이 투입한다 해도 생산량에 일정한 한계가 있어 애초부터 고투입에 의한 농법은 가격경쟁력이 없었던 것.

이때문에 許씨를 비롯한 주민 전체가 소농에 머물 수밖에 없었지만 그것이 오히려 전화위복이 돼 어느 곳보다 쉽게 환경농업을 시작할 수 있는 바탕이 됐다.

許씨가 환경농업을 시작한때는 지난 96년, 당시 호저장로교회에서 사목하던 韓경호목사의 권유에 의해서다. 이후 농약의 사용을 중단하고 화학비료의 양을 매년 크게 줄여나간지 6년만에 許씨는 정부로부터 ‘친환경농산물 품질인증 농가’로 선정되는 알찬 결실을 맺었다.


■ 許씨의 환경농업


許씨는 현재 제초제를 비롯한 농약류는 전혀 사용하지 않고 있으며 화학비료의 시비량도 이전의 30%까지 줄인 상태. 물론 빠른 시일내 화학비료까지 전면 중단하는 것이 목표다.

이렇게 되기까지 許씨가 쏟은 땀방울은 말로 측량하기 힘들 정도.

“하나하나 손길을 주지 않으면 절대 안되는게 환경농업입니다. 육체적으로 훨씬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지요”

許씨는 현재 논농사에 우렁이농법과 오리농법을 병행하고 있으며 천연비료로는 돈분을 발효시킨 액비를 논과 밭에 뿌리고 있다.

우렁이의 경우 농한기에 관리하우스에서 별도로 키우다 이앙후 2주일내에 논에 넣는데 잡초 및 병해충방제에 큰 효과를 보고 있는 상태. 또 수확이 끝난후에는 50%를 다시 회수할 수 있어 이듬해 농사는 물론 우렁이 판매를 통한 별도의 소득도 가능하다.

그러나 許씨는 일단 우렁이보다는 오리농법이 더 효과적이라는 판단아래 두 농법의 장점에 대해 몇년 더 지켜본 후 한쪽으로 집중할 계획.

許씨가 쓰고 있는 돈분액비는 ‘TAO’라 불리는 고온호기성 시스템에서 돈분을 24시간내 100% 유기질 비료로 발효시킨 천연비료로 화학비료에 비해 가격경쟁력도 좋아 생산비절감은 물론 작물의 생육에도 탁월한 효과를 보고 있다는 설명이다.


■ 무엇이 달라졌나

許씨는 모든 작물을 ‘원주 소비자생활협동조합’과 약정재배를 통해 출하하고 있는데 이는 안정적 판로 확보는 물론 우월한 가격경쟁력을 갖춰 환경농업을 지속적으로 실천할 수 있는 바탕이 되고 있다.

원주생협을 매개로 한 생산자와 소비자의 높은 신뢰는 위기에서 더욱 빛을 발해 특히 지난해의 경우 진딧물이 크게 번져 배추농사를 거의 망친 상황에서도 원주생협측이 상품성이 떨어지는 배추를 전량 구매, 예년과 같은 소득을 올릴 수 있었다.

許씨는 현재 쌀의 경우 80㎏들이 1가마에 21만∼22만원, 배추, 감자 등은 시중보다 40∼50% 비싼 가격으로 판매, 연간 2천여만원의 소득을 올리고 있다.

이같은 소득규모는 이전과 비교해볼때 크게 나아지지 않은 수준으로 생산비 절감과 수매가가 높아졌음에도 소득이 늘지 않은 것은 환경농업을 시작한 이후 생산량이 약 20% 줄어든 때문이다.

이에대해 許씨는 자신의 환경농업이 아직은 걸음마단계임을 강조한다. 환경농업은 기본적으로 땅심을 높이는 작업이 필요한데 許씨의 마을은 땅 자체가 척박한데다 땅심높이기에 많은 노력을 투입할 수 없는 여건으로 이같은 결과가 나오고 있다는 설명.

그래도 매년 꾸준히 생산량이 높아지고 있으며 2∼3년내에는 수확량을 예전수준으로 회복할 수 있을 것으로 許씨는 자신하고 있다.

許씨는 “환경농업을 시작한후 오히려 생명과 환경의 소중함을 깨닫고 있다”며 “처음부터 많은 것을 욕심내 무리하게 벌리지 않고 꾸준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趙眞鎬 odyssey@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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