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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 제따와나 선원장 일묵 스님 죽음앞에 지식 무의미 깨달아 1996년 출가, 2018년 춘천행 제따와나 선원서 수행 집중 초기 불교 경전 가르침 전해

“변화는 필연, 그것을 인지해야 행복”

2020. 06. 27 by 김진형
▲ 일묵스님.
▲ 일묵스님.

춘천 시내를 벗어나 남면 박암리 방향으로 1시간쯤 북한강변을 따라 이동하다 보면 붉은 벽돌건물을 만날 수 있다.지난 2018년 지어진 제따와나 선원.사찰이라고 하기에는 인도의 유적과 더 닮은 모습을 하고 있는 독특한 건물이다.사찰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사천왕도 없고 오방색 단청무늬도 없다.

원주에서 활동하고 있는 임형남 건축가가 지은 이 선원은 부처가 당시 수행했던 기원정사의 형태를 참고해 만들었다.인도에 있는 제따와나와 같은 형태로 만들어진 건물의 외장은 인도 유적과 유사한 파키스탄 벽돌 30만장을 들여와 지었다.국내에서 ‘기원정사’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제따와나는 석가모니 부처가 45년 전법 기간 중 25년을 보낸 곳으로 여러 불교 경전에서 부처가 설법한 장소로 언급된다.선원은 화려하지 않은 ‘단순함’에서 오롯이 나에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고 있다.

제따와나 선원 전경.  사진제공=김용관 건축사진가
제따와나 선원 전경. 사진제공=김용관 건축사진가

이곳의 선원장으로 있는 일묵 스님은 서울대 수학과 박사과정 재학중 10여명의 재학·졸업생들과 출가를 결심해 화제를 모았다.촉망받는 수학도였던 그가 불교에 귀의하고 춘천까지 오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직접 만나 그 이야기를 들어봤다.

일묵스님은 “군대에 다녀온 후 대학원을 다녔을 때가 전두환·노태우 시절이었는데 세상에 대한 불만이 많았다.수학을 진리라고 생각했는데 수학은 논리체계이지 진리라고 할 수는 없었다”고 회상했다.물질세계에서는 가장 근접하나 완전한 진리라고는 할 수 없고,세상의 모든 것을 수학으로 표현할 수 있지만 추론에 허점이 많았다는 것이다.그간 공부해 온 지식을 죽음 앞에서는 쓸 수가 없다는 사실에 정신적 충격을 받은 스님은 방황했고,삶에 대한 의욕을 잃었다.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던 시기였다.그러던 차 불교에서 해답을 찾기 시작했다.속가에서 공부하던 중 1996년 해인사 백련암으로 출가했다.이후 소승,대승,티벳,선불교 등 10년간 다양한 공부를 했지만 원하던 답은 찾지 못했다.그러다 미얀마를 방문했고 초기불교 경전을 연구하면서 불교가 무엇인지 깨닫게 됐다.스님은 “미얀마는 전통이 워낙 강해 초기 불교의 성격이 잘 나타나 있다.세계적으로 유명한 센터를 돌아보면서 불교를 더욱 이해하게 됐다”고 말했다.

제따와나 선원 전경.  사진제공=김용관 건축사진가
제따와나 선원 전경. 사진제공=김용관 건축사진가

세계를 돌다 2009년 귀국한 이후 서울에 센터를 마련,수행을 이어가던 스님은 불자들의 힘을 모아 2018년 춘천으로 선원을 옮겨왔다.수행에 보다 전념하기 위해서다.서울에 있는 선원은 도심에 자리 잡아 수행자들의 접근성은 뛰어났으나 부처의 가르침에 따라 모여 지내면서 수행에 집중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또 중국을 통해 들어온 국내 불교의 특성상 전통적인 불교의 가치가 소실된 것에 대한 아쉬움이 컸는데 이를 되살리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인연을 따라 들어오게 된 춘천,일묵스님에게는 수행하기에 최적의 장소였다.스님은 “내부적으로 부처님의 삶을 닮고 싶었는데 외부적으로도 닮아가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며 “선원건물은 인도 기원정사의 모습을 최대한 재현했다.수행을 위한 건축 양식”이라며 “기존 사찰처럼이 기도하는 장소보다는 사람들이 같이 공부하고 호흡 수행과 마음 관찰로 함께 할 수 있는 공간을 확장하고 있다”고 했다.

최근 불교 초기 경전의 진리를 담은 책 ‘사성제’를 펴낸 것은 개인적으로 불교를 확실하게 정리하는 작업이었다.구체적인 수행 매뉴얼도 1년내에 다시 쓸 예정이다.그런 스님의 화두는 괴로움과 그 괴로움의 소멸이다.우리가 살아가면서 겪는 수 많은 괴로움을 벗어나는 길에 대한 질문이기도 하다.스님은 “사성제는 단순히 이론적 가르침 보다는 우리 삶과 굉장히 밀접하게 접근돼 있다”며 “왜곡된 생각을 갖고 있으면 집착하고 화내는 것을 당연시하게 된다.괴로움에서 벗어나는 길이 사성제에 담겨있다”고 말했다.

좀 더 깊은 질문으로 들어가 ‘행복의 정의’에 대해 물었다.스님은 “부처는 세상 모든 것에 이유가 있다고 봤다.원인 없이 나타난 것은 없으며 모든 것은 변하기 마련”이라며 “우주조차도 시간이 지나면 없어진다.언젠가는 바뀔 수 있다는 것이 부처의 통찰”이라고 했다.이어 “생명체는 태어남,죽음,윤회를 거친다고 보는데 이것이 완전히 멈춰지는 상태가 행복이고 열반”이라고 설명했다.스님은 “이 세상은 변하기 마련이다.무상하기 때문에 원하는대로 되질 않는다”며 “불가능한 일에 에너지를 쏟기 보다는 세상을 이해하면 욕구를 충분히 버릴 수 있다”고 조언했다.집착을 버리다 보면 ‘허무주의’로 빠질 수 있지 않겠느냐는 질문에 스님은 “불교에 대한 잘못된 이해”라고 단언했다.그는 “허무와 무상은 다르다.염세는 싫어함에서,허무감은 불만족스러움에서 나온다”며 “불교는 이 세상의 본질을 직시하고 현실을 있는 그대로 통찰하는 무상함에 대한 가르침이다.어떻게 사는 것이 옳은 것인지 생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일묵스님의 이러한 인식은 최근 전 세계를 휩쓸고 있는 코로나19 사태와도 연결돼 있었다.스님은 “현실을 현실대로 수용하면서 이 위기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생각해야 한다”며 “코로나19가 없어지면 좋겠다는 생각은 이전으로 돌아가고자 하는 희망사항이지 실제로 이뤄지지는 않는다.미래지향적으로 코로나 이후의 세상을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진형 formation@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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