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간이역에 가을 내립니다 < WE+ < 특집 < 큐레이션기사 - 강원도민일보

상단영역

뉴스Q

기사검색

본문영역

WE+

간이역, 아날로그 감성·추억 태백지역 간이역 옛 모습 간직 인클라인철도·석탄 적재 흔적·플랫폼 한적한 역 최고의 감성 포토존

간이역에 가을 내립니다

2020. 09. 24 by 김우열

‘가을엔 편지를 하겠어요/

누구라도 그대가 되어 받아 주세요/

낙엽이 쌓이는 날/외로운 여자가 아름다워요…’


낭만의 계절 가을,고은 시인이 쓴 ‘가을편지’가 생각난다.

잊고 지낸 아련한 추억도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간다.
이 가을,묵직한 울림을 만날 수 있는 추억의 공간은 없을까.

기차역은 향수를 부른다.탄광촌인 태백의 기차역은 1940년대부터 청운의 꿈을 품은 수많은 청춘들을 실어날랐다.석탄산업 붕괴로 기차역이 간이역,달리지 않는 폐역의 아픔을 겪었지만,

역사(驛舍)는 여전히 아날로그 감성을 품고 황혼이 된 옛 청춘과 지금의 청춘들을 그때 그 시절로 안내하고 있다.검은 탄가루가 묻은 태백의 기차역으로 시간여행을 떠나보자.

1990년대까지 탄광 중심지역으로 유명세를 떨쳤던 태백 통리역.
1990년대까지 탄광 중심지역으로 유명세를 떨쳤던 태백 통리역.

### 통리역
별볼일 없는 깡촌이었던 통리는 1940년 석탄 수송을 위한 기차역의 등장으로 전성기를 맞았다.이에 발맞춰 직원수만 1200여명에 달하던 한보광업소가 문을 열면서 90년대까지 탄광 중심지역으로 유명세를 떨쳤다.통리역은 한국 철도역사의 산증인이다.1㎞ 남짓 떨어진 통리역과 심포리역은 표고차가 심해 기차가 오르내릴 수 없어 1939년부터 1963년까지 객차를 쇠줄로 끌어올리는 인클라인 철도(강삭철도)가 운영됐다.안전과 함께 조금이라도 무게를 줄이기 위해 승객들은 객차가 쇠줄에 의해 끌어올려지는 동안 인클라인 철도 옆으로 난 가파른 비탈길을 올라가야 했다.지금에 와서 생각하면 아찔하고 고단한 기차여행이라 할 수 있지만,교통수단이 거의 없던 그 시절에는 기차를 타는 자체만으로 성공한 인생이라 볼 수 있다.

인클라인 철도로 인해 다양한 직업군도 생겨났다.사람과 짐을 지게에 싣고 오르내리는 짐꾼,눈길에 미끄러지지 않도록 신발에 감는 새끼줄 장수 등이 등장했다.인클라인 철도는 사라졌지만 통리역에는 당시 객차를 끌어올리기 위해 전기모터를 올려놓는 시멘트 구조물이 남아있다.산자락을 지그재그로 오르고 내려가는 국내 유일의 ‘스위치백(switchback) 열차’도 운행됐다.통리역은 2012년 동백산역에서 도계까지 터널로 바로 연결하는 선로 개설로 운행 72년만에 폐역됐다.인근 삼척 도계지역에 하이원 추추파크가 개장되면서 통리역은 지난 2014년 10월부터 레일바이크 출발 지점으로 이용되고 있다.

강원도 최남단에 위치한 동점역.대한민국 유일 안전측선이 위치한 역이다.
강원도 최남단에 위치한 동점역.대한민국 유일 안전측선이 위치한 역이다.

### 문곡·동점·백산역 (간이역)
대부분의 간이역이 그렇듯 작고 아담한 사이즈의 단층 건물이 눈길을 끈다.안내표지판만 없으면 일반 가정집으로 착각할 정도다.지금은 작게 느껴지지만,1950∼60년대에는 동네에서 가장 큰 대저택이었을 것이다.

역사(驛舍) 내·외부는 열차 시간표와 노선 및 정차역,매표소,대합실,화장실 등 부족하지도 넘치지도 않게 꼭 필요한 것들만 갖췄다.역사를 비롯 무연탄 적재 흔적,한문·영문 표기 기차역 표지판,승·하차 철문,상·하행선 안내판,길다란 나무의자,플랫폼은 시간이 멈춘 듯 옛 모습 그대로를 간직하고 있다.

가을낙엽이 떨어진 한적한 기차역을 배경으로 대충 포즈를 취해도 인생 최고의 걸작사진이 탄생한다.느림의 미학을 통해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도 낚을 수 있다.

태백산과 가장 가까운 역인 문곡역은 1962년부터 운행을 시작해 하루 2000여t의 무연탄을 실어 날랐다.1970년대 문곡역은 광부만 4000여명이 거주한 국내 대표 광산 사택촌인 상장동 남부마을과 광부들의 막장생활을 달래는 대포집이 지근거리에 있어 늘 불야성을 이뤘다.

1956년 문을 연 동점역은 강원도 최남단에 위치하고 있다.철암역에서 3㎞ 가량의 급경사 내리막이 있어 피난선이 설치돼 있다.현재 대한민국에서 유일하게 안전측선(피난선 겸용)이 위치한 역이다.

백산역은 일반 기차역과는 생김새가 다르다.빨간 벽돌에 창이 많은 세련된 건물로 지어져 지금의 펜션이라 해도 전혀 어색하지 않다.1959년 영업을 개시한 백산역은 영동선과 태백선이 만나는 태백선의 종착역이다.

한때 잘나갔던 기차역은 석탄산업 붕괴 등으로 승객과 열차횟수가 감소하며 역원 무배치 간이역으로 격하됐다.문곡역과 동점역은 2009년,백산역은 2012년 여객 및 화물취급이 중지됐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해발 855m에 위치한 기차역인 ‘추전역’은 역장·역무원 제복 등이 비치돼 있어 체험을 할 수 있다.

### 추전역
추전역은 해발 855m의 고지에 위치한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기차역이다.역의 명칭은 해당 지역의 지명인 싸리밭골에서 따왔다.

손을 뻗으면 닿을 듯한 파란 하늘과 자연이 그려낸 아름다운 풍광은 감탄사를 자아낸다.주변이 온통 고지대에 둘러싸여 있어 눈내린 겨울 풍광은 엄지척이다.역사 쉼터에는 역장과 역무원의 제복과 모자 등이 비치돼 역무원 체험을 할 수 있다.

역을 다녀간 이들이 적어놓은 방명록을 읽는 재미도 쏠쏠하다.역사 주변으로 ‘한국에서 제일 높은 역,해발 855m’라는 상징조형물과 석탄 운반용 광차(기관차 1량, 광차 3량) 등이 여행객들을 맞이하고 있다.

지난 1973년 무연탄을 실어 나르기 위해 신설된 추전역은 현재 단풍·눈꽃열차가 운행되는 시기 외에는 열차가 정차하지 않는다.

김우열 woo96@kado.net

강원도민일보를 응원해주세요
정론직필(正論直筆)로 보답하겠습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기사 댓글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