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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강릉의 가을 자타공인 대표 커피도시 신라 화랑 차 문화 발상지 장인급 전문점 도처에 즐비 코로나19로 해외여행 주춤 여행 핫플레이스로 각광

색색의 단풍·월광의 하모니 한잔의 커피, 가을에 스미다

2020. 10. 22 by 이연제

[강원도민일보 이연제 기자] 참 희한한 도시가 있다.계절마다 매력이 넘치지만,특히 가을이 되면 이 도시는 가면 경극의 주인공처럼 기상천외한 분장술로 사람들을 유혹한다.한낮에는 가을의 진객,단풍이 세상에서 가장 화려한 잔치판을 벌이고,밤이 되면 이 도시의 상징 월광(月光)이 지상 최고의 아우라를 뽐내니 도시를 즐기는데는 밤낮이 따로 없다.요란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그윽하기 그지없으니,‘변화무쌍하다’는 말은 이 도시의 가을을 보고 탄생한 말일지도 모른다.

코로나19라는 ‘듣보잡’ 감염병이 숨 막히듯 온 세상을 짓누르고 있는 올해도 도시는 가을을 만나 더욱 진한 매력을 발산한다.

때는 바야흐로 만산홍엽,단풍의 계절.백두대간 마루금에서 시작된 단풍이 붉디 붉은 추색(秋色)을 뚝뚝 떨구면서 도시를 물들이더니 어느새 바닷가 가장 낮은 곳에 쉼표를 찍으며 형형색색 고운 빛깔로 수를 놓고 있다.산과 호수,바다를 모두 품어 존재 그 자체만으로 여행자의 로망이 된 도시에 천연 염색을 하듯 단풍이 더해지니 자연계의 종합선물세트나 다름없다.

▲ 하늘에서 바라본 대관령 고갯길의 단풍.백두대간 마루금의 단풍이 바다를 향해 거대한 행진을 시작했다.
▲ 하늘에서 바라본 대관령 고갯길의 단풍.백두대간 마루금의 단풍이 바다를 향해 거대한 행진을 시작했다.

도시의 밤,야행(夜行)의 시간은 또 어떠한가.해가 저물고 어둠이 사위를 감싸면 호수에 일렁이는 잔물결을 따라 노오란 월광이 춤을 춘다.호수 주변으로는 누천년 세월의 추억과 이야기를 품은 고택들이 즐비하다.천년 고택의 처마 밑으로 수줍게 숨어 드는 달빛의 춤사위에 취한 나그네는 다음 행선지를 잊고 말았다.강릉의 가을 풍경을 열거하자니 열 폭 병풍을 펼쳐놓은 듯 벅차고,눈이 호사를 한다.그래서 가을은 강릉을 위해 준비된 계절이고,예로부터 강릉의 가을을 만난 시인묵객들은 ‘산수 경치가 천하제일’이라며 ‘강릉산수갑천하(江陵山水甲天下)’라는 찬사를 바쳤다.

단풍,월광에 더해 강릉의 가을 매력을 말하자면 ‘커피’를 빼놓을 수 없다.커피를 만나 비로소 강릉의 가을 하모니가 완성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강릉은 지금 자타공인 대한민국 대표 커피도시로 거듭났다.강릉에는 유명한 ‘안목해변 커피거리’를 비롯 자신만의 노하우로 원두를 볶아내고,커피를 내리는 ‘장인급’ 전문점들이 바닷가와 산간,도심을 가리지 않고 발품 파는 도처에 즐비하다.30년 전,쓸쓸한 바닷가 ‘길 다방’의 자판기에서 뽑아든 커피를 손에 들고 풍경을 마시던 한적한 어촌에서 출발한 안목해변은 이제 커피 마니아라면 반드시 방문해 ‘인증샷’을 해야하는 커피 성지가 됐다.한국은행 강릉본부가 지난 7월에 발간한 지역경제보고서에 따르면 인구 1만명당 커피 전문점 수에서 강릉은 25개로 전국 평균(14개)을 크게 웃돌았다.

강릉이라는 도시가 그 옛날 신라시대에 화랑들이 차(茶)를 달여 마시던 우리나라 차 문화의 발상지라는 사실을 떠올리면 ‘커피도시’ 강릉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더욱이 지금은 커피박물관과 커피공장,커피아카데미,커피연구회,커피문화해설사 등의 시설·연구·안내 인프라에다 커피를 활용한 다양한 음식 메뉴까지 잇따라 선보이고 있고,‘강릉’이라는 지역명이 담긴 블랙·라떼 커피상품까지 출시됐으니 ‘커피도시∼강릉’의 진화는 계속 현재진행형이다.

코로나19 여파로 여행 경기가 전례 없이 위축됐다고 하지만,해외로 나갈 수 없는 여행 마니아들에게 강릉 커피여행은 갈증을 해소하는 돌파구이면서 대안이다.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상권정보시스템을 통해 영동지역 6개 시·군의 해변 유동인구 등을 분석한 결과 코로나 이후 여름성수기인 7∼8월에 유동인구가 소폭 감소하는데 그치거나 일부는 오히려 증가하는 약진세를 보이기도 했다.미증유의 코로나 시대에도 드넓은 바다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오션뷰’가 압권인 커피도시 강릉이 여행자들에게 비대면 ‘핫 플레이스’로 여전히 각광받고 있는 것이다.

▲ 커피마니아들이 반드시 인증샷 남겨야 하는 강릉 안목해변 커피거리의 야경.
▲ 커피마니아들이 반드시 인증샷 남겨야 하는 강릉 안목해변 커피거리의 야경.

유서 깊은 역사문화 자산이 발길 닿는 곳곳에 널려있고,빼어난 자연환경에다 커피+맛집 투어 즐거움이 배가되는 강릉이 KTX 고속열차 개통 이후 수도권 접근성까지 2시간 이내로 획기적으로 개선되면서 관광객 유인효과가 확대된 덕분으로 풀이된다.비록 커피도시 강릉이 가을 상품으로 야심차게 준비했던 올해 ‘제12회 강릉커피축제’가 지난 8월 이후 코로나19 재확산 타격으로 인해 고심 끝에 취소되는 아쉬운 상황이 벌어졌지만 단풍,월광과 함께 만나는 강릉의 가을 커피향은 힐링이 그리운 이들에게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유혹이다.이쯤해서 혹자들은 묻는다.어떻게 커피가 축제가 되고,그 무대가 하필 왜 강릉이냐고?답을 듣자면,차 문화와 함께 응축된 강릉의 누천년 역사문화 스토리와 견줄 곳을 찾기 어려운 눈부신 자연계의 풍광,그리고 이곳에 둥지를 튼 국내 대표 커피 장인들의 열정과 시민사회의 커피사랑 열기를 직접 목도하고 이해해야 한다.

여기에 더해 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있다면 ‘물’이다.해발 1200m,오대산 심산유곡에 자리잡아 예로부터 한강의 발원지 가운데 하나로 전해졌던 ‘우통수’의 수맥과 근원을 같이하는 백두대간 대관령의 정갈한 석간수가 커피 장인들의 노하우와 결합돼 현대판 국민 기호상품인 강릉 커피를 낳고,커피문화를 발현한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차 문화의 발상지인 ‘한송정’에서 길어 온 물이 귀하게 쓰이는 것도 다 이유가 있는 것이다.

민종홍 강릉문화재단 상임이사는 “코로나19 재난으로 인해 안타깝게도 올해 커피축제를 열지 못하게 됐지만 강릉이 자랑하는 가을 커피향은 변함없이 유효하다”며 “올해 축제가 휴식기를 가진 것을 계기로 ‘커피도시 강릉’과 축제의 발전책을 더욱 다각적으로 모색하겠다”고 말했다. 이연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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