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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태백산 겨울 등반 해발 1567m 국내 일곱번째로 높은 산 유일사매표소 출발 땐 정상까지 2시간 산 정상 주목나무 고사목·천왕단 눈길 하산 코스 당골광장 인근 볼거리 다채

눈부신 설경 속 한 걸음 한 걸음… 마음에 품은 소망도 함께 빛난다

2022. 02. 04 by 안의호
▲ 태백산을 옹위하듯 첩첩이 서 있는 주위 산들의 웅장한 모습.
▲ 태백산을 옹위하듯 첩첩이 서 있는 주위 산들의 웅장한 모습.

‘산에 간다’라는 말은 다의적인 표현이다. 가장 일반적인 의미는 ‘산을 오르다’ 즉 ‘등산하다’라는 뜻이지만 ‘죽다’, ‘세속을 끊다’, ‘불교에 귀의하다’ 등 더 많은 상황에서 사용할 수 있다. 이중 가장 일반적인 ‘등산’의 의미로 사용할 때도 올라가는 산이 ‘태백산’이라면 또 뜻이 달라진다. 태백산은 밝음을 숭상했던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단순히 산이라고만 말할 수 없는 신성한 장소이기 때문이다. 매년 가을 이곳에서 천제를 올리고 새해벽두에는 한해를 다짐하기 위해 많은 이들이 태백산을 찾는다.


태백산은 봄부터 겨울까지 사계절 내내 수십만명의 등산객이 찾는 태백지역의 대표적인 관광지이다. 해발 1567m로 우리나라에서 일곱번째로 높은 산이지만 고원도시 태백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산 아랫부분의 해발고도 또한 높아 출발지점에 관계없이 800여m 정도만 올라가면 정상에 이를 수 있어 누구나 쉽게 찾는 곳이다. 때문에 한 겨울 많은 눈이 쌓인 뒤에도 사람들이 마을 뒷산을 오르듯 가볍게 등산에 나선다.

태백산은 유일사매표소와 사길령매표소, 백단사매표소, 금천동, 당골 등 여러 곳에서 올라갈 수 있지만 가장 많은 등산객이 이용하는 유일사매표소를 통해 산에 오른다. 매표소라는 이름은 예전 입장료를 받았기 때문에 붙였지만 지난 2016년 태백산이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뒤 전구간을 무료로 개방해 이젠 이름으로만 남았다. 어디에서 출발하느냐에 따라 전체 등산 소요시간이 길게는 2시간 정도 차이가 나기 때문에 전체적인 등산시간을 고려한 뒤 산에 오르는 것이 중요하다. 유일사매표소에서 출발할 경우 정상까지는 2시간 정도 걸린다. 등산로 9부 능선쯤에는 한줄로 가야하는 병목구간이 있기 때문에 빨리 걷든 느리게 걷든 소요시간은 대략 비슷하다.

▲ 태백산 정상에서 만날 수 있는 주목나무 고사목.
▲ 태백산 정상에서 만날 수 있는 주목나무 고사목.

눈도 많이 내리지 않아 사람이 별로 없겠지 하고 찾아간 유일사매표소의 주차장은 평일임에도 차댈 곳이 없을 정도로 많은 차량이 들어서 있다. 아이젠을 챙겼지만 길이 많이 미끄럽지는 않아 등산화로만 산길에 들어선다. 다소 가파르긴 해도 임도라 등산을 하기엔 큰 무리가 없다. 마스크 때문에 안경이 자꾸 흐려져 시야를 방해하는 것이 흠, 같이 산에 오르는 사람이 많아 마스크 대신 안경을 벗어 주머니에 넣는다. 길옆의 까만 침엽수림과 흩뿌리듯 얕게 쌓인 눈의 흐릿한 흑백 대비가 초기인상파 그림을 보는 듯한다. 40여분쯤 오르니 주위에 함께 오르던 사람들이 말이 없어진다. 다시 20여분쯤 걸어 유일사 쉼터에 도착한다. 잠깐의 다리쉼을 한 뒤 다시 등산로로 접어든다. 등산로 100여m 아래쪽에 위치한 유일사는 지난해 다녀왔다는 이유로 방문을 포기한다. 이곳부터 정상에 이르는 구간은 이름난 산이라면 마땅히 있어야지 싶은 험한 산길을 형성한다. 무릎을 걱정해야 하는 계단형의 가파름도 그렇지만 바윗길이라 잠시도 한눈 팔 수 없도록 긴장감을 유발한다. 그럼에도 ‘살아 천년, 죽어 천년 ’이라는 주목의 앙상한 잔해가 눈길을 유혹한다. 함께 오른 느린 걸음의 등산객들과 속도를 맞춰 천천히 걸어야하기 때문에 하릴없이 주목의 유혹에 현혹된다. 20여분쯤 더 걷다보니 키작은 관목숲을 배경으로 설경이 펼쳐진다. 올 겨울 눈이 많이 내리지 않아 예년 겨울의 장관을 기대했던 방문객의 짧은 한탄도 여기저기서 터져 나온다. 잠깐 발걸음을 멈추고 주위를 둘러보니 산 아래로 첩첩이 쌓인 산들의 풍경이 드러난다.

▲ 태백산 정상의 눈밭을 걷는 등산객들의 다양한 색깔의 등산복도 겨울태백산의 절경을 이루는 하나의 요소가 되고 있다.
▲ 태백산 정상의 눈밭을 걷는 등산객들의 다양한 색깔의 등산복도 겨울태백산의 절경을 이루는 하나의 요소가 되고 있다.

이곳에서 장군봉까지는 떠밀리듯 등산객의 흐름에 맞춰 걷는다. 등산 중간에 끊어졌던 등산객의 말소리가 새들 지저귐 같다고 생각하며 걷다보니 장군단이 나온다. 천왕단과 함께 태백산 천제단이라고 불리는 곳이다. 사진을 찍느라 멈춰선 등산객들의 흐름에서 벗어나 다른 흐름을 타고 걸음을 계속한다. 산정을 따라 걷다보니 흔히 천제단이라는 별칭으로 더 유명한 천왕단에 이른다. 북적이는 사람들을 피해 빈곳을 찾아 배낭을 벗으니 이마에 땀이 송글 솟는다. 여기까지 오는 도중 크게 힘들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는데도 조금 긴장하기는 했었나 보다. 삼삼오오 인증사진을 찍거나 천왕단에 자기만의 소원을 빌며 큰절을 올리는 사람들을 보니 비로소 태백산 정상에 도착했다는 것이 실감된다.

하산코스는 망경사를 지나 반재에서 백단사와 당골광장으로 갈라지는 길과 문수봉을 지나 제당골 방면을 거쳐 당골광장으로 이르는 길 중 하나를 선택하면 된다. 시간을 고려해 반재를 거쳐 당골광장으로 가는 길을 택한다. 올라올 때와는 달리 내려갈 때 많은 사고가 나기 때문에 아이젠을 착용했다. 예전에는 비료포대를 지니고 와 눈썰매를 타고 하산하던 코스이다. 이젠 등산객의 안전을 위해 철저하게 금지하고 있다. 생각보다 미끄러운 구간이 많지 않아 내려오는 길은 수월했다. 유일사매표소에서 정상을 거쳐 당골까지 도착하는데 소요된 시간은 3시간 30분 정도로 지난해 봄 걸었던 시간과 비슷했다. 지금보다 더 많은 눈이 쌓였다면 1시간 이상은 더 걸렸을 것이다. 태백산에 오를 땐 쓰지 않더라도 아이젠과 별도의 방한장비는 필수이다. 가볍게 가더라도 대비만큼은 철저히 하는 것이 안전한 겨울등산의 기본. 당골광장 인근에는 단군왕검을 모시는 사당과 석탄박물관 등 볼거리가 많으니 시간 여유가 있을 땐 찬찬히 돌아보는 것도 괜찮다. 안의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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