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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태백 철암역두 선탄시설 투어 태백 장성광업소 일부 민간 개방 11월까지 토·일 문화해설사 인솔 작업·물자수송 ‘백산갱구’ 지나 1939년 지은 철암역두 선탄시설석탄 분류·가공 후 기차로 운송 시설 상당 수 현재까지 가동 중

가장 어두운 곳에서 지역의 빛이 된 광산

2022. 06. 10 by 안의호
▲ 백산갱구의 수평갱은 투어 방문객을 위해 조명을 설치 운영하고 있다. 조명없이 들어가 본 갱구의 모습도 나쁘지는 않다.
▲ 백산갱구의 수평갱은 투어 방문객을 위해 조명을 설치 운영하고 있다. 조명없이 들어가 본 갱구의 모습도 나쁘지는 않다.

지난 한 세기 고원도시 태백에 빛이 됐던 광산을 태양에 비유할 수 있다면 지금 태백은 석양 무렵이다. 일몰 직전의 남은 빛을 조금이라도 더 붙잡고 싶은 간절한 마음으로 만든 관광코스가 오는 11월까지 한시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현재 가행탄광인 장성광업소의 일부 시설을 일반인들에게 개방하는 ‘철암역두 선탄시설 투어’가 그것이다. 광업소의 휴무일인 매주 토·일요일 오전 10시 30분, 오후 2시, 오후 2시 30분, 오후 4시 매일 4회씩 주 8회 운영한다.

매회 20명 이내로 참가 인원을 제한해 진행하는 투어는 철암동 행정복지센터에서 출발해 철암역두 선탄시설까지 한시간 가량의 구간에서 이뤄진다.

▲ 철암역두 선탄시설을 통해 가공된 석탄은 이 시설을 통해 화물기차에 싣게 된다.
▲ 철암역두 선탄시설을 통해 가공된 석탄은 이 시설을 통해 화물기차에 싣게 된다.

투어는 10여명의 문화해설사가 돌아가며 탐방단을 인솔하는 방식으로 진행한다. 우리를 안내한 문화해설사는 “장성광업소에서 정년퇴직한 뒤 보람 있는 활동을 하고 싶어 이일을 하게 됐다”고 자신을 소개한다. 참가자들도 각자 자신을 소개하며 화기애애한 분위기속에 투어에 나선다. 때마침 지나가는 열차 때문에 일행이 철길 건널목에 발이 묶이자 문화해설사는 “철암동은 석탄경기가 좋던 시절에는 2만명의 인구를 자랑했으나 지금은 2000명 이하로 줄어들었다”며 “‘개가 만원짜리 지폐를 입에 물고 다닌다’는 광산촌의 전설이 만들어진 곳이 바로 철암”이라고 주장한다.

▲ 철암역두 선탄시설로 일제강점기에 만들었지만 아직도 외관은 그대로 남아있다. 채탄 용량이 줄어 현재는 사용하지 않고 있다고 한다. 영화 ‘인정사정 볼 것 없다’의 인상적인 격투신을 이곳에서 촬영했다.
▲ 철암역두 선탄시설로 일제강점기에 만들었지만 아직도 외관은 그대로 남아있다. 채탄 용량이 줄어 현재는 사용하지 않고 있다고 한다. 영화 ‘인정사정 볼 것 없다’의 인상적인 격투신을 이곳에서 촬영했다.

장성광업소 철암생산부에서 처음 만나는 시설은 지금도 주중에 광부들이 이용하고 있는 장화세척장이다. 세척장 옆에는 광부들의 이름이 적혀있는 작업화·안전모 보관함이 있어 이곳이 가행탄광 시설임을 다시 일깨워준다. 옆칸의 취업회장과 안정등실도 평일이면 광부들이 이용하는 시설이다. 2년 후 장성광이 폐광하면 이 모든 시설이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묘하다. 갱구쪽으로 이동하려면 발화물질 휴대유무를 확인하라는 경고 문구가 적힌 또다른 장화세척장을 지나야 한다. 상시적인 위험 속에서 일하는 광부들의 결연한 출근길이 새삼 느껴지는 곳이다. 입·퇴갱길에 광부들이 비를 맞지 않도록 설치한 방한갱도는 투명한 재질의 천장을 통해 빛이 환하게 스며든다. 어둠속으로 출근하는 광부들을 배려하는 마음이 오롯이 느껴진다.

▲ 광부들이 비를 맞지 않도록 설치한 방한갱도. 광산의 갱도와 같은 원리로 만들었다.
▲ 광부들이 비를 맞지 않도록 설치한 방한갱도. 광산의 갱도와 같은 원리로 만들었다.

방한갱도를 지나면 나오는 백산갱구는 지금도 광부들의 작업통로와 물자 수송로로 사용하는 곳으로 수평갱 200m까지는 축전차가, 그곳부터 막장까지 이어지는 18도의 1.3㎞ 길이 경사로는 인차가 운행된다고 한다. 막장에서 캐낸 석탄은 산너머에 있는 장성갱 수갱을 통해 철암역두 선탄시설까지 운송한다. 통상 수평갱 200m까지가 투어코스라 별도의 조명을 설치했지만 기자 방문 당일에는 조명을 켜지 않아 깜깜한 갱구안쪽을 바라보는 것으로 만족하고 돌아서야 했다. 갱구 탐방에 이어 나오는 연탄공장은 석탄 경기가 좋던 시절에는 광부가족들에게 나눠줄 연탄을 만들었으나 지금은 멈춰선 기계만이 덩그러니 남아있다. 연탄공장을 지나면 이번 여행코스의 실제 주인공인 철암역두 선탄시설이 웅장한 모습을 드러낸다.

▲ 철암역두 선탄시설 투어 코스 중 연탄공장 내부 전경.
▲ 철암역두 선탄시설 투어 코스 중 연탄공장 내부 전경.

철암역두 선탄시설은 광산에서 채굴한 석탄을 크기별로 분류하고 가공 처리해 저장했다가 소비자가 요구하는 석탄을 기차로 목적지까지 운송하는 일련의 과정이 이뤄지는 시설로 지난 1939년 일제강점기에 건설됐다. 국내 최초의 무연탄 선탄시설로 아직까지 대부분의 시설이 완전하게 보존되고 있으며 우리나라 석탄산업사의 상징적인 주요시설물로 인정받아 지난 2002년 등록문화재 21호로 지정됐다. 시설물 상당수가 아직도 사용되고 있으나 광부들의 휴무일에만 개방하기 때문에 투어를 통해서는 실제 이용하는 모습을 볼 수는 없다.

예전에는 석탄이 생산 되는대로 팔려 선탄시설 인근에 대규모의 폐석을 적치했었으나 지금은 폐석이 모두 팔려 그 자리에 그만큼의 석탄을 비축해 긴급 수요상황을 대비하고 있다고 한다. 이곳은 우리나라 영화 ‘인정사정 볼 것 없다’에서 폐허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격투신을 촬영했던 곳이지만 ‘아직까지’는 석탄의 생산과 운송이 이뤄지는 산업현장이다. 안의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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