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을이 깊어지고 있다. 설악산을 포함한 주요 명산에는 단풍을 만끽하려는 관광객들로 붐비고 있다. 바쁜 일상을 접고 잠시 휴식을 즐기는 시간. 수많은 인파를 피해 나만의 시간을 갖는 것은 어떨까. 고즈넉한 공간, 찬란한 은행의 가을. 홍천 내면에 위치한 ‘은행나무숲’을 소개한다.
10월 한달만 개방되는 은행나무숲은 코로나19로 인해 약 3년간 문을 열지 못했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폐지 됨에 따라 다시금 우리 곁으로 다가왔다. 은행나무숲은 유기춘(79)씨가 관리하고 있는 사유지다. 약 30년 전 경기도 양평 양평읍이 고향인 유씨는 어릴적부터 양평 용문산 은행나무를 보며 훗날 이 같은 은행나무를 반드시 심어보겠다는 다짐을 가지고 살아왔다고 한다. 그러던 중 유씨가 42살이 되던 해 배우자가 위무력증 증상을 보였고, 증상 완화를 위해 몸에 좋다는 평이 자자하던 홍천 삼봉약수터로 이사 왔고, 용문산 은행나무가 어린 유씨에게 안겨주었던 꿈 실현을 위해 은행나무를 한 그루씩 심었던 것이 현재 수많은 관광객이 다녀가고 있는 은행나무 숲이 됐다. 약 1만5000평의 부지에 시간이 날 때마다 한 그루씩 심다보니 어느새 숲에 심어진 나무 수는 2000여 그루에 달했지만 숲 생태 환경과 쾌적한 관광환경 조성을 위해 500여 그루를 뽑았다고 한다. 또 악취로 악명높은 은행나무 열매를 방지하기 위해 되도록 수나무로 숲을 조성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한다.

화려한 노란빛으로 관광객들을 사로 잡고 있지만 은행나무 숲에는 또 한가지 매력이 있다. 바로 지역과의 상생이다. 은행나무 숲을 가꾼지 40년을 바라보고 있으나 현재 지역주민은 물론 전국 어느 곳에서 찾아오는 손님들에게 무료로 개방되고 있다. 유씨가 숲을 무료로 개방하기로 결정한 이유는 상생이다. 아내를 위해 홍천에 이사오고, 자신의 꿈 실현을 위해 아무런 의중 없이 심었던 은행나무 숲을 찾아오는 관광객들에게 입장료를 받고 내준다는 것이 어릴적 자신의 순수했던 꿈과는 거리가 멀었기에 무료로 개방하기로 결정했다고 한다. 또 지역 청년회와의 유대도 엿볼수 있다. 은행나무 숲을 찾아오는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내면에서 자라나는 고랭지 채소, 임산 특산물 등과 지역 특색이 가득한 먹거리를 팔기 위한 장터를 마련하는 데에도 공간을 선뜻 내주어 지역 상인들 주머니 사정에도 톡톡한 효자노릇을 하고 있는 은행나무 숲이다. 현재 35개의 청년회 상인들이 은행나무 숲에 점포를 열어 영업을 진행 중이다.
다만 무료로 개방하며 지역민과 상생하고 있는 은행나무숲은 10월 한달만 운영된다. 10월 한달을 제외하고는 숲 생태 환경 조성에 힘써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올해의 경우 평년보다 냉해가 심해 암은행나무들이 열매를 맺지 못하는 등 은행나무 건강에 치중해야 한다고 한다. 연중 10월을 제외한 나머지 기간 동안 유씨는 직접 숲 환경 조성, 은행나무 건강관리에 매진하고 있다. 유씨는 “꿈 실현을 위해 조성한 은행나무 숲이 널리 알려져 주민들은 물론 전국민이 숲을 방문할 때마다 기분이 너무 좋다”며 “다만 이용객분들께서 쓰레기를 함부로 버리지 않고 떠나셨으면 더욱 좋겠다”고 말했다. 이시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