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킹 범죄 1년새 3배 늘어…“실효적 법 집행 필요”
구속영장 3건 중 1건 기각...솜방방이 처벌도 문제
스토킹처벌법에 대한 반의사불벌죄 규정 폐지해야

▲ ‘역무원 스토킹 피살 사건’이 발생한 서울 지하철 2호선 신당역 여자화장실 입구에 마련된 추모공간이 19일 추모 메시지 및 꽃들로 가득하다.
▲ ‘역무원 스토킹 피살 사건’이 발생한 서울 지하철 2호선 신당역 여자화장실 입구에 마련된 추모공간이 19일 추모 메시지 및 꽃들로 가득하다.

‘신당역 역무원 스토킹 살인사건’은 그릇된 남성관으로 인한 여성 혐오 살인으로 이어졌으며 특히 ‘스토킹처벌법’의 한계가 드러냈다는 지적이다.

또 가해자가 피해자와 합의하면 형사처벌을 못하는 ‘반의사불벌죄’의 맹점도 드러났다. 전문가들은 ‘반의사불벌죄 폐지’ 등 형벌 강화 등 제도적 정비가 필요하다는데 이견이 없다.
 

▲ 경찰이 공개한 신당역 역무원 살해 피의자 전주환.
▲ 경찰이 공개한 신당역 역무원 살해 피의자 전주환.

◇왜 스토킹 범죄가 일어날 까… 그릇된 남성관이 여성 혐오 살인으로 이어져

박지현 전 더불어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은 최근 발생한 신당역 사건을 두고 “여성에 대한 구조적 폭력이고 여성 혐오 살인이라는 것을 명확히 규정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박 전 위원장은 최근 ‘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사건이 일어나게 된 기저는 ‘좋아하면 쫓아다닐 수 있지’라는 그릇된 남성 문화가 만든 비극”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그러면서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이 ‘여성용 범죄로 보지 않는다’는 취지로 말한 것과 관련해 “그 이유를 듣고 싶다. 이게 어떻게 여성 혐오 범죄가 아닐 수 있는지”라며 “여성을 대상으로 한 범죄일 수밖에 없는 게 불법 촬영, 스토킹 그리고 살인까지 이어진 범죄”라고 했다.

박 전 위원장은 ‘이번 사건이 일반적인 것 같지는 않다’는 진행자의 물음에 “모두를 일반화시킬 수는 없는 문제”라면서도 “가해자의 그릇된 인식이 아예 살인으로까지 이어진 것”이라고 했다. 이어 “‘나를 좋아하지 않으면 내가 너를 죽일 수 있다’는 생각은 여성은 남성에게 종속된 부속물이라는 인식이고 이런 생각을 가지고 저지른 범죄가 여성 혐오 범죄인 것”이라고 꼬집었다.

▲ 서울 지하철 2호선 신당역 여자 화장실에서 20대 동료 여성 역무원을 살해한 전주환 씨가 지난 16일 오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 법정으로 들어가고 있다.
▲ 서울 지하철 2호선 신당역 여자 화장실에서 20대 동료 여성 역무원을 살해한 전주환 씨가 지난 16일 오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 법정으로 들어가고 있다.

◇스토킹 범죄, 1년새 3배 늘어…“실효적 법 집행 필요”

스토킹 범죄는 1년 사이 3배 넘게 증가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이형석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20년 4515건이던 스토킹 관련 112 신고 건수는 이듬해인 2021년에는 1만4509건으로 약 3.2배 증가했다.

올해 1월~7월 집계된 신고 건수는 총 1만6571건으로, 이미 작년 한 해 동안 접수된 신고 건수를 넘어섰다.

연도별로는 2018년 2921건에서 2019년 5468건으로 증가했다가 2020년 4515건으로 소폭 감소했으나, 2021년 1만4509건으로 급증했다.

지난해 10월부터 스토킹 행위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내용의 ‘스토킹처벌법’(스토킹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 시행되면서 실시된 경찰의 긴급응급조치와 잠정조치 현황도 공개됐다.

이 의원은 “최근 몇 년간 스토킹 신고가 급증하고 있다는 것은 피해자가 가해자의 스토킹 행위에 대해 그만큼 큰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는 반증”이라며 “스토킹이 심각한 범죄라는 경각심을 가져야 하며, 실효적인 현장 법 집행과 피해자 보호 등을 위한 관련 법적·제도적 방안들이 시급히 보완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일러스트/한규빛 기자
▲ 일러스트/한규빛 기자

◇전주환도 구속영장 기각…법원, 스토킹 범죄 구속영장 3건 중 1건 기각

법원이 스토킹 범죄와 관련한 구속영장 3건 중 1건을 기각했다.

실제 신당동 스토킹 살인사건 용의자 전주환씨도 피해자를 협박해 지난 10월 경찰에 긴급체포됐다. 구속영장이 청구됐으나 법원은 증거 인멸과 도주 우려가 없다는 이유로 이를 기각해 석방됐다.

더불어민주당 이성만 국회의원(인천 부평갑·행정안전위원회)이 경찰청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21년 10월 스토킹 처벌법이 시행된 이후 올해 8월까지 경찰은 스토킹 범죄와 관련해 377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그러나 이 중 32.6%인 123 건을 법원이 기각한 것으로 확인됐다. 3건 중 1건 꼴이다.

연도별로 보면 경찰은 지난해 68건을 신청해 58건 발부, 법원에서 10건 기각되었고, 올해는 8월까지 309건 영장을 신청해 196건 발부, 113건 기각됐다.

성폭력 범죄와 관련된 구속영장은 지난 2019년부터 올해 8월까지 총 6695건 신청되었고 이 중 5511건 발부, 17.7%인 1,184건 기각으로 스토킹 범죄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기각률을 보였다.

경찰의 구속영장 신청 건 중 성폭력 피의자는 82.3%가 구속되는데 스토킹 피의자는 67%만 구속된 셈이다.

신당역 사건의 피해자는 가해자인 전씨로부터 300여차례 이상 스토킹 당했다. 법원의 영장 기각 이후 올해 2월까지 전씨는 합의를 요구하는 등 피해자에게 20여차례 문자를 보내며 스토킹을 이어갔다. 과거 구속영장을 법원이 기각하지 않았다면 이번 사건을 막을 수 있었다는 지적이다.
 

▲ ‘역무원 스토킹 피살 사건’이 발생한  서울 지하철 신당역 6호선 10번 출구 앞에 추모 및 규탄 메시지가 붙어 있다. 연합뉴스
▲ ‘역무원 스토킹 피살 사건’이 발생한 서울 지하철 신당역 6호선 10번 출구 앞에 추모 및 규탄 메시지가 붙어 있다. 연합뉴스

◇ 솜방망이 처벌도 문제… 가해자 반성 유리하게 판단

신당역에서 발생한 살인사건은 스토킹범죄 피해자를 보호하지 못하는 스토킹처벌법의 한계를 극명하게 보여줬다. 가해자가 피해자와 합의하면 형사처벌을 못하는 ‘반의사불벌죄’의 맹점도 드러났다.

한국일보에 따르면 스토킹처벌법 시행(2021년 10월 21일) 이후 현재까지 스토킹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사건의 확정 판결문 237건을 분석한 결과, 피해자가 처벌불원서를 제출해 공소기각된 사례가 81건에 달했다. 가해자 10명 중 3명 이상은 재판 중 면죄부를 받는다는 뜻이다.

재판까지 가지 않고 수사 단계에서 처벌 불원을 이유로 종결된 사건은 훨씬 많다. 올해 6월 경찰청이 발간한 ‘2021 사회적 약자 보호 치안백서’에 따르면, 올해 3월까지 스토킹처벌법 위반으로 입건된 사람 3039명 가운데 불기소된 인원은 1120명(36.9%)에 달했다. 대부분 피해자가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의사를 표시했기 때문이다.

상당수 피해자들은 가해자 협박이나 보복 우려로 어쩔 수 없이 처벌 불원 의사를 밝히고 있다.

스토킹법으로 선고가 난 156건 가운데 실형은 39건으로 25%에 그쳤다. 집행유예는 76건, 벌금형 41건이었다.

실형이 선고된 39건 중 35건은 협박이나 폭행 등 다른 범죄와 함께 재판에 넘겨진 경우이고, 스토킹법 위반 혐의로만 기소된 사건 중에선 겨우 4건만 실형이 나왔다.

재판부가 기계적으로 ‘가해자 반성’을 양형에 유리하게 반영한다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헤어진 연인의 차량 바퀴를 송곳으로 찔러 구멍 내고, 시멘트 벽돌을 피해자 주거지 창문에 던지거나, 운행 중인 피해자 차량에 올라탄 피의자들도 반성한다는 이유로 모두 집행유예를 받았다.
 

▲ 일러스트/한규빛 기자
▲ 일러스트/한규빛 기자

◇스토킹 범죄에 대한 반의사불벌죄 규정 폐지해야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신당역 역무원 스토킹 살인 사건’과 관련해 “좋아하는 사람을 괴롭히는 건 구애 행위가 아니다”라며 스토킹 범죄에 대한 사회적 인식 변화를 촉구했다.

이 교수는 KBS 라디오 ‘주진우 라이브’ 인터뷰에서 “스토킹이 얼마나 위험한 범죄일 수 있는지 일반인은 물론이고 수사기관조차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인식의 변화가 있어야 한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그는 “‘남녀가 사귀다가 헤어지자니 구애 행위를 할 수도 있는 거 아니냐’는 정도의 인식으로는 피해자의 생명을 보호하기가 일단 원천적으로 어렵다”면서 “여기서부터 모든 문제가 출발해야 될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사건화가 되는 (스토킹) 범죄가 1년에 1만5000건 정도 발생하는 것 같은데 그중 10% 정도가 위험한 스토킹 사건들로 추정된다”며 “지금(까지) 신고된 사건 내용에 대해 분석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이 교수는 스토킹 처벌법에 대한 반의사불벌죄 규정을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현재는 피해자가 합의를 해주면 사건이 그냥 유야무야 증발하게 돼있다. 반의사불벌죄, 친고죄이기 때문”이라며 “그러니까 피해자가 고소를 해도 이를 취하해주면 얼마든지 사건화가 안 될 수 있다는 생각에 더더욱 피해자를 협박하고 못살게 굴고, 결국 취하를 안 해주면 앙심을 품고 살해하기에 이르는 식”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번에는 꼭 반의사불벌죄를 폐지해야 한다. 그것부터가 시작”이라면서 “그래야만 수사가 진행되고 수사기관에서 강제력을 가지고 개입을 하고, 임시조치도 좀 더 분명하게 할 수 있고, 법원에서도 그 근거로 구속영장을 인용할 수 있는 상황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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