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문화공간 분홍공장 전시 ‘산의 소리: 성적 트릭스터로서 구미호’

홍천 팔봉산에 구미호가 산다면, 그는 ‘신(神)’일까, ‘요괴’일까. 홍천의 지역 특성을 고전과 결합해 남다른 관점으로 해석한 전시가 이목을 끈다.

전시 ‘산의 소리: 성적 트릭스터로서 구미호’는 홍천중앙시장 2층 홍천지역문화공간 ‘분홍공장’에서 최근 개막했다. 홍천에서 활동하는 5명의 작가가 해석한 홍천의 팔봉산과 구미호 이야기를 엿볼 수 있다.

8개 봉우리로 이뤄진 홍천의 팔봉산의 협곡, 그곳에 사는 신화 속 인물 ‘구미호’를 전시 주제로 삼았다. 전시를 기획한 김남수 예술감독은 “‘요괴’이자 ‘신선’으로 등장해 남성에게 최고의 쾌락을 약속하지만, 동시에 잔혹하게 배신을 하는 일종의 ‘트릭스터(trickster·선과 악의 특성을 동시에 갖는 인물로 이야기에 등장해 질서와 문화, 관습을 파괴하는 역할)’”라며 “8개 봉우리를 잇는 팔봉산에서 산소리를 통해 9가지 변화를 만드는 구미호를 대입해 전시를 구성했다”고 밝혔다.
 

▲ 영상‘요석공주’스틸샷 (임영주 작)
▲ 영상‘요석공주’스틸샷 (임영주 작)

양아치·임영주·임흥순·최수련·용해숙 작가는 섬유회화와 사진, 영상, 설치미술 등 다양한 형식의 작품 총 13점을 선보이는 만큼 주제를 해석하는 방식을 보는 재미도 더 한다.

최수련 작가는 여성 작가로서 드러낸 관점이 돋보인다. 최 작가는 구미호를 해석하는 ‘요괴’와 ‘신선’ 가운데 ‘신’에 초점을 맞춘다. 작품 ‘무구’와 ‘호왈’을 통해 사람을 홀리는 요괴보다 태고의 여산신으로 바라본다.

임흥순 작가의 작품 ‘팔봉산-연작’, ‘산기운’시리즈는 팔송산을 오르내리는 과정에 아픔의 역사를 자연 속에 투영하는 남다른 사유가 담겼다. 제주 4.3사건 속 세 명의 인물을 그린 임 작가의 다큐 ‘우리를 갈라놓는 것들’이 엿보인다.

▲ 무구 (최수련 작)
▲ 무구 (최수련 작)

지역과 고전을 감각적으로 풀어낸 전시는 개막일 디제잉 공연으로 문을 열었다. 양진호 철학가가 디제이를 맡아 선별한 음악을 통해 전시 주제를 담았다.

앞서 양진호 철학자를 비롯, 양효실 미학자, 신범순 문학평론가, 히라이 토시하루 한양여대 교수, 현지예 작가는 홍천의 팔봉산를 주제로 이번 기획을 위해 작가들을 대상으로 강연도 진행했다.

2014년 개소한 홍천지역문화공간 ‘분홍공장’이 주최·주관한 이번 전시는 강원도와 강원문화재단이 후원하고 홍천군과 홍천 중앙시장 상인회가 협력했다. 내달 7일까지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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