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 초등학교 운동회는 마을의 큰 행사 중 하나였다. 학생과 교사, 학부모는 물론이고 주민들이 한데 모여 학생들의 재롱을 보고, 함께 뛰며 화합하는 잔치였다. 대부분 가을에 열려 풍성한 음식과 넉넉한 인심이 운동장을 가득 채웠다. 운동회 프로그램도 잔치 분위기에 맞춰 진행됐다. 주민들에게 선보일 매스게임과 차전놀이, 박 터뜨리기, 이어달리기 등 볼거리 즐길 거리가 즐비했다. 마을 사람들은 운동회를 통해 서로의 안부를 묻고 회포를 풀었다.

학교 운동부도 마을의 정체성과 단합을 확인하는 일등 공신 역할을 했다. 지역 학교의 축구부와 야구·농구·배구부의 성적은 초미의 관심사였다. 면 지역 학교는 도 단위 대회 4강에만 들어도 큰 화제가 됐고, 면민들의 자긍심을 한껏 높인 경사로 여겼다.

얼마 전 강릉 시민들을 설레게 한 소식이 있었다. 강릉고교 야구부가 제50회 봉황대기 결승에 진출한 것이다. 서울 목동구장에서 열린 부산고와의 대결에 시선이 쏠렸다. 경기는 팽팽한 투수전 양상으로 이어졌다. 5회 부산고가 선취점을 뽑자 긴장감은 높아지고 시민들은 손에 땀을 쥐었다. 여러 차례 득점 기회가 있었으나 결국 타선은 터지지 않았다. 1대 0으로 분패해 우승컵을 들지는 못했지만, 시민과 동문에 뜨거운 하루를 선사했다. 타 고교 동문도 “졌지만 잘 싸웠다”며 응원과 격려를 보냈다. 강릉고 야구부는,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지역 고교 축구부에 이어 시민들의 사랑을 받는 운동부로 자리 잡아 가고 있다. 1975년 창단 이후 대통령배와 황금사자기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했으며, 여러 차례 준우승을 거두어 강릉을 대표하는 팀으로 위상을 굳히고 있다.

프로야구가 없던 시절, 고교 야구 경기는 스포츠에 대한 갈증을 풀어주는 큰 이벤트였다. 기량이 한 수 위였던 대학 야구보다 인기가 있었던 이유는, 운동부가 지역에 기반을 두었기 때문이다. 고향에 대한 사랑과 정이 스포츠 열기로 분출된 것이다. 강릉고 야구부뿐만 아니라 각 지역 학교 운동부에 대한 박수와 성원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이수영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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