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국 교수 집필 박경리 평전
만년까지 지켜 본 작가 삶 추적
생전 직접 들은 에피소드 풍부
토지문화관 건립 과정 등 담겨

김형국
김형국

대하소설 ‘토지’를 쓴 박경리(1926∼2008·사진) 작가는 한국의 격동적 시대상 속 개인의 참혹했던 삶을 시대의 아픔으로 확장시킨 소설가다. ‘시장과 전장’의 주인공 남지영을 통해 자신의 분신을 그려냈듯 ‘소설가란 여러 편의 소설들을 통해 한 편의 자서전을 쓰는 사람’이라는 말과 가장 잘 어울리는 작가로도 꼽힌다.

소설 ‘토지’를 줄기로 작가 박경리와 30여 년간 인연을 맺었던 김형국 서울대 명예교수가 박경리 작가의 일대기를 엮은 ‘박경리 이야기’를 펴냈다. 박경리 작가가 자신의 작품에 직접 담은 삶의 흔적뿐 아니라 작가에게 들은 이야기, 가족이나 지인들의 회고와 평, 그동안 공개되지 않았던 자료를 묶어 박경리의 한 많고 서러운 삶을 복원해냈다. 저자가 해석한 박경리의 미학론도 볼 수 있다. 그가 직접 삶으로 체험한 글이기에 박경리의 향기가 묻어나는 글이다.

박경리 사후 10년이 훌쩍 지난 현재, 박경리의 삶을 구체적으로 추적한 본격적인 전기의 성격을 띤 최초의 책이기도 하다. 저자는 박경리의 삶을 단순히 시간 순서대로 서술하지 않고 의미론적으로 재구성했다.

박경리 작가는 일찍이 남편과 아들을 잃고 홀어머니를 모시며 어렵게 외동딸을 키웠을 뿐 아니라, 사위 고 김지하 시인이 군사정권의 핍박을 받으며 고생하는 과정을 온몸으로 겪어냈다.

박경리 이야기
박경리 이야기

책에는 박경리의 생각과 삶을 엿볼 수 있는 에피소드가 풍부하게 담겨있다. 피란지 통영에서의 재혼, 김동리 작가가 본명 ‘박금이’를 ‘박경리’라는 필명으로 자신도 모르는 사이 등단시킨 이야기, 등단 후 벌어진 평론가 백낙청의 비평논쟁 등부터 ‘토지’의 무대가 하동이 된 이유 등 독자라면 누구나 궁금해 할 만한 이야기들로 가득하다.

김 교수가 이번 책을 집필한 계기는 박경리 작가의 외동딸 김영주 전토지문화재단 이사장의 ‘때 이른’ 타계였다고 한다. 김영주 이사장과 자신 말고는 토지문화관 설립의 내막에 대해 아는 이가 없기 때문이다.

원주 단구동 토지문학공원, 매지리 토지문화관 건립 과정과 함께 ‘토지’ 완간 기념행사 준비위원장 등을 역임하며 작가의 만년을 지켜봤던 김 교수만이 들려줄 수 있는 에피소드 등이 눈에 띈다. 김진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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