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남성들이 병역의무를 다하기 위해 훈련소에 입소하게 되면 가장 먼저 받는 훈련이 제식훈련(制式訓鍊)이다. 기초군사훈련 과정 중 하나인 제식은 통일성이 필요한 군인에게 절도와 규율을 익히게 하는 훈련이다. 집단생활과 상명하복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이 제식훈련을 통해 군 조직원으로서 소속감을 갖게 되는 것이다. 많은 인원을 대상으로 집합과 교육 그리고 명령을 수행하는 훈련을 받지 않는다면, 전투력은 물론 통제도 어렵다.

제식훈련의 필요성은 근대 이전의 전쟁 방식에서 비롯됐다. 당시 전쟁은 서로 대열을 갖춰 싸우는 방식이었기 때문에 이탈자 없이 전열을 끝까지 유지하는 쪽이 유리할 수밖에 없었다. 반면 전열이 무너진다는 것은 패배를 의미했다. 현대전에서의 제식훈련도 기초군사훈련의 처음이자 마지막일 정도로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일사불란한 동작을 통해 단결력을 키울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군기 확립과 강력한 전투력을 갖출 수 있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국군의 제식은 모두 16개 동작으로 구성되어 있다. 가장 기본적인 동작인 차려와 열중쉬어 외에 쉬어, 편히쉬어, 우향우, 좌향좌, 뒤로돌아 등과 집총동작으로 앞에 총, 세워 총, 좌·우로 어깨총, 검사 총 등이 있다. 사실 이런 동작들은 병역의무를 다한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매우 익숙한 것이지만, 생소한 사람도 있을 것이다.

제식훈련 동작 중 하나인 ‘열중쉬어’의 영어 표현은 ‘Parade rest’

다. 퍼레이드 혹은 열병 중 쉬라는 뜻이다. 우리는 한자와 혼용해 ‘열중(列中)에서 쉬어’라고 한 것으로 보인다. 제식훈련 교본에 따르면, 열중쉬어는 줄지어 선 채로 편하게 왼발을 약간 옆으로 벌리고 양손을 등허리에서 맞잡으라는 동작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지난 1일 국군의날 기념식에 참석한 윤석열 대통령은 차렷 자세로 도열한 장병들에게 ‘열중쉬어’를 시키지 않고 기념사를 할 뻔했다. 국가행사임에도 불안한 장면이 연출되는 것을 지켜보자니, 새삼 실수가 잦았던 훈련병 시절이 떠오르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

천남수 강원사회연구소장

저작권자 © 강원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